추가 규제 법안들도 통과 기정사실

최종 정부안 이달 국회제출…재계 “망연자실”

윤호중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이 지난 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상법 일부개정법률안을 통과시키려하자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를 비롯한 의원들이 “독재로 흥한 자 독재로 망한다” 구호를 외치며 항의하고 있다. [연합]
윤호중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이 지난 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상법 일부개정법률안을 통과시키려하자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를 비롯한 의원들이 “독재로 흥한 자 독재로 망한다” 구호를 외치며 항의하고 있다. [연합]

야당과 재계의 반발에도 기업규제3법(상법·공정거래법·금융그룹감독법 개정안)과 노조법 개정안이 강행 처리되면서 추가로 입법 예고된 규제 법안들도 동일한 처리 수순을 밟을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현재 정부와 여당은 집단소송제와 징벌적손해배상제 확대 등을 내용으로 하는 규제 법안들을 서두르고 있다. 집단소송제와 징벌적손해배상제는 기업들에 10조원에 달하는 막대한 소송 리스크를 떠안기는 법안으로 꼽힌다.

9일 재계에 따르면 지난 9월말 법무부가 입법 예고한 집단소송제와 징벌적손해배상제 확대 법안은 현재 의견 수렴 작업을 모두 마치고, 늦어도 올해 안에 최종 정부안이 국회에 제출될 예정이다.

공정거래법과 상법, 노조법 등 쟁점 법안들을 일거에 통과시킨 여당은 집단소송제와 징벌적손해배상제 입법안 또한 연내에 마련해 기업규제의 핵심 법안들의 입법 작업들을 올해 중 마무리짓겠다는 의지를 분명히하고 있다. 이에 따라 집단소송제와 징벌적손해배상제의 국회 의결 또한 내년 3월 첫 임시국회에서 처리될 가능성이 유력시 된다. 내년 본격화할 정부의 레임덕에 앞서 첨예하게 대립하는 현안들의 입법을 서둘러 마무리짓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두 법안에 대해서는 이미 재계단체가 반대 의견을 제출한 상태다. 대한상공회의소와 한국경영자총협회, 전국경제인연합회 등 재계단체는 지난달 반대 내용의 의견서를 각각 법무부에 제출했다. 대한상의는 “도입하려는 제도가 우리 법체계와 맞는지,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심층연구가 먼저 이뤄진 후 제도 도입을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경총은 “저성장·디지털 기술 진전에 따라 기업이 그 어느 때보다 전략적인 경영 활동에 집중해야 할 시점에 해당 입법이 추진되면 도전적인 혁신기술과 제품·서비스 개발을 주저하게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경제단체들이 이처럼 반발하는 데는 집단소송제가 제도의 고향 격인 미국에서 조차 여러 부작용을 낳은 제도라는 점에 근거한다. 이 때문에 미국 재계에서 조차 이 법안에 대해 최근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지난달 진행된 한미재계회의에서 미국상공회의소(US Chamber)는 최근 한국 정부 주도로 추진 중인 집단소송제에 대해 미국의 부작용의 경험 등을 통해 우려를 공식 표명한 바 있다.

재계는 집단소송제와 징벌적손해배상제 확대의 최대 피해자는 기업들이 될 것이라 우려하고 있다. 막대한 소송비용은 물론, 기존 행정제재, 형사처벌에 더해 민사적 처벌까지 ‘3중 처벌’에 시달릴 것이기 때문이다. 현재도 과중한 형사처벌과 행정제재, 민사소송에 시달리고 있는데, 여기에 또다시 집단소송과 징벌적손해배상까지 도입되면 정상적인 경영활동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소송 대응 여력이 없는 중소·중견 기업들이 입을 피해 또한 막대할 것으로 우려된다.

이에 근거해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소송 비용이 최대 10조원까지 늘어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지만, 재계는 여당이 과반 의석수를 앞세워 내년 또 다시 규제 법안을 강행할 가능성을 기정사실화 하고 있다.

한 재계 관계자는 “지난 여름 부동산 법안과 8일 공수처법 및 규제3법을 처리하는 모습에서 타협의 가능성을 전혀 엿볼 수 없었다”라며 “결국 집단소송제와 징벌적손해배상제 또한 동일한 수순을 밟지 않겠느냐”고 낙담했다.

전경련 유환익 기업제도실장은 “지금 가장 시급한 정책 우선순위는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불합리한 규제를 개선하는 것인데, 기업 경영에 불확실성을 가중시키는 제도를 성급히 도입하는 이유를 납득하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정순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