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청약자 배정, 절반 이상 균등방식으로
개인 배정 물량 20%→25~30% 확대
전문가들 “올해 특수 상황…주가 변동성 심화 우려”
개인투자자들은 환영…“개인 비율 더 늘려야”
이달부터 기업공개(IPO) 시 일반청약자가 공모주를 배정받을 수 있는 기회가 확대된다. 올해 뜨거웠던 IPO 시장에서 고배를 마신 개인투자자들은 더 많은 개선을 요구하고 있지만 금융투자업계 및 학계에선 변동성이 높아져 개인투자자가 오히려 손해를 볼 위험이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개인 절반 이상 균등 배정·물량 확대=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지난달 ‘IPO 공모주 일반청약자 참여기회 확대방안’을 마련한 뒤 11월 말 금융투자협회 ‘증권인수업무 등에 관한 규정’ 개정을 거쳐 12월 증권신고서 제출건부터 개선 내용을 적용키로 했다.
변경 내용은 일반청약자 배정 방식 변경, 물량 확대, 청약·배정 절차 개선 등 크게 세 가지다.
우선 일반청약자 배정물량 중 절반 이상을 ‘균등방식’으로 배정하고 절반 이하를 기존 비례방식대로 배정한다. 균등방식은 최소 청약증거금 이상을 납입한 모든 청약자에 대해 동등한 배정기회를 부여하는 것이다.
개인청약자에 배정되는 공모 물량은 20%에서 25~30%로 늘어난다. 12월부터 우리사주조합 청약 미달 물량 중 최대 5%를 개인에 배정하고, 내년부터는 하이일드펀드 우선배정 물량의 감축분 5%도 추가 배정한다.
복수 주관사를 통한 중복 청약도 금지된다. 금융당국은 내년 상반기 중 중복 청약 금지시스템(증권사·증권금융)을 구축하고 관련 내용 적용을 위해 자본시장법 시행령을 개정할 방침이다.
▶“올해 이례적…주가 변동성 심화 위험”=금융투자업계와 학계의 전문가들은 이번 제도 개편에 대해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다. 기존 IPO 방식에 큰 문제가 없었고, 시장 상황이 달라질 경우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이들은 올해 IPO 시장에 역대급 자금이 몰리고, SK바이오팜, 카카오게임즈 등 공모주들이 ‘따상’(공모가 2배에 시초가 형성 후 상한가 도달)이나 ‘따상상’, ‘따상상상’을 기록한 게 이례적인 현상이라고 지적한다. 1990년대 후반 닷컴 버블 이후로 거의 없었던 특수 상황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그 배경으로는 개인투자자가 급증하면서 감성적인 투자와 쏠림 현상이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올해 과열된 시장 분위기에 맞춰 제도를 바꾼 것도 성급하다는 평가다. 증시는 일반적으로 핫마켓(시장 과열)과 콜드마켓(시장 침체)이 번갈아 일어나는데, 올해 IPO 핫마켓에 제도를 개편했다가 내년 IPO 시장이 콜드마켓으로 반전되면 제도가 맞지 않게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개인투자자에게 돌아가는 공모주 물량이 확대되면 상장 후 주가 변동성이 높아져 개인에게 화살로 돌아올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때문에 개인 배정 물량 확대보다 적정 공모가 산정, 상장 첫날 시초가 시스템 개편, 공모주 펀드 활성화 등이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입장이다.
김중곤 NH투자증권 ECM본부장은 “상장 첫날과 둘째날 초단기 상승 이유는 전적으로 호가 시스템이 잘못됐기 때문”이라며 “90%에서 200%까지 호가할 수 있는데, 하방은 90%로 막아놓고 상방은 200%까지 열어둔 것은 투기적 수요를 자극할 수 있어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10%도 부족…개선 계속돼야”=반면 개인투자자들은 일단 환영하면서도 아쉬움을 표했다.
한 개인투자자는 “우리사주조합 미달 물량이 없으면 5% 늘어나는 건데 그 정도로는 부족할 것 같다”고 말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공모주 제도 개편, 이대로 멈추지 말기를 바랍니다’라는 제목의 청원도 올라왔다.
글을 올린 투자자는 “이번 공모주 제도 개편은 동원할 수 있었던 자본금이 적었던 일반청약자들에게는 기회가 될 수 있다”면서도 “외국인투자자들이 손쉽게 이익을 취하고, 그 물량을 일반 개인투자자들이 넘겨받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주장했다.
이어 “지금의 개편이 끝이 아니라, 이제 시작이라고 생각한다. 균등배정은 일반투자자들 사이에서 필요한 게 아니라, 일반투자자와 외국인투자자, 기관투자자 사이에서 먼저 필요한 것 같다”고 밝혔다.
김현경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