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기업 대형 결합심사 분석
총수그룹 26건·SPC 18건…
총수 부재시 투자 위축 심화
檢 “별 영향 없다” 판단 의구심
기업의 신성장 동력을 확보하기 위한 인수합병(M&A)에서 이른바 ‘오너’로 불리는 그룹의 총수 유무가 결정적 영향을 미친 것으로 조사됐다. 총수가 없는 기업들에서는 지난 5년간 비계열사의 대형 인수합병 사례가 전무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진보 정치권을 중심으로 제기되는 총수의 유무와 기업의 성장이 무관하다는 주장과 정면으로 대조되는 것이어서 주목된다. ▶관련기사 5면
14일 헤럴드경제가 공정거래위원회의 2016~2020년 5년간 연도별 국내기업의 대형 결합심사 49건의 발표를 분석한 결과, 총수 그룹의 결합심사가 26건으로 압도적으로 많았다. 이어 사모펀드 등 특수목적회사(SPC)가 18건, 총수 없는 기업은 5건 순으로 집계됐다.
49건의 결합심사를 이른바 외부 기업과의 인수합병 심사로 구분하자 총수 그룹과 총수가 없는 기업의 인수합병의 격차는 더욱 커졌다. 공정위의 결합심사 대상에는 기업들이 사업 조정 및 지배구조 개편을 위해 그룹 내부 계열사 간에 시도하는 인수합병 및 사업양도도 포함돼 있다. 이는 순수한 의미의 투자로 보기 어렵다.
이에 그룹 외부 기업과의 결합심사 사례만을 집계한 결과, 총수가 없는 기업 집단에서는 대상 인수합병 건수가 단 한 건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반해 총수 그룹은 26건의 결합심사 대상 가운데 20건이 그룹 외부 기업에 대한 대형 투자 사례였다.
주요 그룹 가운데 SK그룹이 49건의 주요 사례 중 10건에 참여해 가장 활발한 움직임을 보였다. 인수가 6건, 매각이 4건으로, 총금액은 9조2000억원에 달했다. SK네트웍스의 동양매직 인수(2016년), SK㈜의 LG실트론 인수(2017년), SK종합화학의 프랑스 아르케마사 고기능성 폴리머 사업 인수(2020년) 등이 대표적이다. 삼성그룹은 2017년 9조3000억원에 달하는 하만카돈 인수가 있었으며, LG그룹은 구광모 체제가 안착된 이후 2019년 씨제이헬로 인수, 2020년 GM과 배터리 관련 합작법인을 설립하며 신사업 추진에 적극 나서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총수의 유무에 따른 대형 인수합병의 현격한 격차는 특히 최근 검찰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기소하기 위해 내세운 논리와 대조된다. 검찰은 최근 이 부회장을 기소하면서 ‘총수의 검찰 수사 및 기소, 유죄 선고는 기업의 주가 및 경영 그리고 국가경제에 별다른 영향이 없다’고 판단한 바 있다. 검찰은 이를 위해 총수들이 유죄 선고를 받은 35개 기업과 319개 계열사를 분석했다고 밝힌 바 있다. 재계에서는 총수의 부재시 투자 위축이 두드러지고 있다는 점을 들어 검찰의 이같은 분석에 의구심을 표해왔다.
유정주 전국경제인연합회 기업제도팀장은 “임기가 정해져 있는 전문경영인들은 대규모 인수합병 투자로는 단기간에 성과를 내기 어려운 구조적 요인이 작용하고 있다”며 “공기업을 민영화하는 과정에서 대주주가 없는 회사로의 민영화가 이같은 결과를 낳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순식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