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비난에도 이도훈-비건 협의

“한미 수석대표, 사안 전반 논의”

與 중심으로 ‘워킹그룹 폐지론’도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 [연합]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 [연합]

[헤럴드경제=유오상 기자] 북한이 개성 남북 공동연락사무소 폭파의 이유 중 하나로 지목한 한미워킹그룹을 두고 외교부가 “한미 워킹그룹은 한미 간 소통 채널 중 하나일 뿐”이라며 폐지 논란에 선을 그었다.

김인철 외교부 대변인은 18일 정례 브리핑에서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의 방미와 관련해 “이 본부장은 미국 워싱턴에서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부장관과 만날 예정으로, 한미 북핵수석대표 협의가 될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김 대변인은 김여정 북한 조선노동당 제1부부장이 연락사무소 폭파의 이유 중 하나로 지목했던 한미 워킹그룹의 폐지와 관련한 물음에 “(한미) 워킹그룹은 한반도 관련 사안 전반을 양국 북핵 수석대표가 협의하는 하나의 협의체다. 그런 맥락에서 (워킹그룹이) 지금까지 유지돼 온 것”이라고 답했다.

현재 우리 정부 측 북핵수석대표는 이 본부장으로, 미국 측 수석대표인 비건 부장관과 만남을 두고 외교가에서는 “북한의 도발을 두고 한미워킹그룹이 재가동한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이 같은 평가에 김 대변인은 “이번 만남은 한미수석대표 협의다. 그간 한미 간에 유기적으로 소통이 이뤄지고 있다는 맥락을 보면 될 것”이라고 짧게 답했다.

외교부가 한미 워킹그룹을 한미 간 협의 채널 중 하나라는 입장을 유지한 것은 북한의 비난을 의식하면서도 워킹그룹의 필요성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틀 안에서 남북 협력 방안을 찾는다는 우리 정부의 입장을 유지하는 상황에서 어떤 형태로든 한미 간 협의체는 필요하다는 것이다.

사실상 양국 북핵수석대표가 대면 협의를 가지며 한미 워킹그룹이 재가동하는 모양새가 됐지만, 양국 정부는 부한이 워킹그룹을 맹비난하고 있는 상황에서 관련 내용에 민감한 모습이다. 앞서 청와대도 이 본부장이 특사 성격으로 방미했다는 일부 주장에 “예전부터 예정됐던 방문으로, 특사 자격으로 간 것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지난 2018년 11월 공식 출범한 한미 워킹그룹은 북한 비핵화와 대북제재, 남북 협력을 조율하는 양국 간 협의체로 주요 국면마다 개최됐다. 그러나 미국이 남북 협력과 대북 제재 속도를 맞추길 원하면서 그간 북한은 “남북 협력을 두고 한국이 미국의 허락을 받는 구조”라며 워킹그룹을 맹비난했다.

실제로 김 부부장은 연락사무소 폭파 직후인 지난 17일 “북남 합의문의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상전이 강박하는 ‘한미실무그룹’이라는 것을 덥석 받아 물고 사사건건 북남관계의 모든 문제를 백악관에 섬겨 바쳐온 것이 오늘의 참혹한 후과로 되돌아왔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여권을 중심으로 남북 관계 개선을 위해 워킹그룹을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16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서 “한미워킹그룹이 본연의 취지와 다르게 왜곡되게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고,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도 최근 “미국의 한미 워킹그룹 제안을 덥석 받은 것이 패착”이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