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선수촌아파트·길음뉴타운 인근 시중은행 영업점 방문
투자상품, 수익 중심 안내 여전
[헤럴드경제=서정은 기자] 지난해 파생결함펀드(DLF) 사태와 라임펀드 사태로 홍역을 치른 은행권의 펀드 판매 열기가 확연히 식었다. ‘안전 제일’ 기류마저 느껴진다. 한 때 통장만 만들어도 ‘펀드 가입’ 권유가 줄을 이을 때완 딴판이다. 최우선 추천 상품도 ‘예·적금과 저축보험’ 류였다. 은행권의 펀드 판매 잔액도 지난해 말 대비 최근 급감 추세다.
헤럴드경제는 지난 14~15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선수기자촌아파트 상가와 성북구 길음뉴타운 일대에 위치한 4대 시중은행 영업점 총 8곳을 방문했다. 해당 영업점들은 대단지아파트 인근에 터를 잡은 곳으로 다양한 연령대 주민들이 주 고객이다.
영업점 직원들은 비교적 안전한 저축상품을 먼저 권유한 뒤, 위험 부담이 있는 투자상품에 대해 설명했다. 영업점 직원들은 “고객님이 한두 달만 일찍 오셨으면 좋았을 것”이라고 아쉬워했다. 최근 코로나19 사태로 증시 변동성이 높아진 탓에 추천할 상품이 애매하다는 얘기였다. 3월 코스피 지수가 1400포인트 진입했을 때 영업점에 왔다면 주식형펀드, 인덱스펀드 등 저가매수를 노리고 추천할 상품이 많았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은행 안팎으로 상품에 대한 분위기가 많이 바뀌었다는 언급도 나왔다. 기자가 “사고가 많이 터져 상품 팔기가 어려워진거냐”라고 묻자 “여러모로 (상품을) 잘 안팔려고 하죠”라고 답했다.
은행권은 라임자산운용 및 해외 금리 연계형 파생결합펀드(DLF) 사태로 한동안 불붙었던 펀드 마케팅에 힘을 빼고 있다. 비이자수익 위주로 경영평가지표(KPI)를 강화해왔던 은행들이 평가 기준 조정에 나선 것도 이를 고려한 조치였다.
이런 변화는 숫자로도 나타난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3월 말 기준 은행권의 펀드 판매 잔고는 102조165억원으로 1년 전에 비해 2.5% 감소했다. 전체 펀드 판매 잔고에서 은행권 비중 또한 지난해 하순 20%에 육박했으나 올해는 16% 수준으로 낮아졌다.
영업점 관계자들은 ELS를 두고 “취급할 수 있는 상품이 많이 줄어든 상황”이라고 했다. 금융당국은 고위험 투자상품 투자자 보호 대책의 일환으로 시중은행의 ELS를 편입한 주가연계신탁(ELT) 판매잔고를 제한해오고 있다. 은행들은 조기상환되는 금액에 한해서만 재판매를 했지만, 최근 글로벌 증시 급락으로 상환이 지연돼 판매 여력은 사라진 상태다.
최근 추천하는 상품이 무엇이냐고 묻자 “모바일 뱅킹에 접속하면 포트폴리오가 있다”는 답이 많았다. 고객이 스스로 알아서 결정하라는 얘기였다. 포트폴리오 구성이나 목표수익률 등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듣기는 어려웠다.
H은행 영업점은 “본사 어플리케이션을 보면 추천상품이 나와있다”며 “그게 아니라면 선취수수료 면제가 진행 중인 ‘이달의 펀드’ 위주로 선택해 가입하시면 될 듯 하다”고 말했다. K은행 영업점도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 케이봇쌤을 보면 투자유형에 따라 포트폴리오가 나와있다”며 “개별 펀드에 대해서는 설명이 어렵다”고 언급했다.
불완전판매의 단골 이슈인 ‘손실 고지’는 어떻게 이뤄지고 있을까. 투자상품을 두고 “원금손실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으나, 대부분은 그 한마디가 전부였다. 원금손실 가능성보다 수익 위주로 상품을 소개하는 모습도 여전했다.
개별펀드 수익률을 언급해준 곳들은 1개월, 3개월 등 단기 수익률 설명에 그쳤다. 펀드 투자 비중이 어떤지, 과거 수익률이 어떤 의미를 갖는지를 알기는 어려웠다. ELS에 대해서는 “1년에 6%짜리 상품이라고 가정했을때, 6개월만에 조기상환이 되면 3%만 수익을 얻을 수 있지 않느냐”며 “조기상환이 안되면 배리어가 낮아지기 때문에 오히려 수익률을 높게 가져갈 수도 있다”는 곳도 있었다.
과거 자본시장연구원이 2003~2015년 상환된 약 10만건의 공·사모 ELS 수익률을 분석한 결과 손실을 보고 상환한 비율은 7.65%였다. 전체 비율은 크지 않지만 평균 손실률은 37%에 달했다. 대부분은 무사히 원금상환이 되다고 하더라도, 손실 대상이 된다면 원금을 크게 까먹는다는 얘기다.
8곳의 영업점 중 상품 상담에 가장 많은 시간을 할애한 곳은 W은행 올림픽선수촌지점과 길음뉴타운지점, S은행 올림픽선수촌지점이었다. 세 곳은 기자가 자리에 앉자마자 자산 현황, 연봉, 혼인 및 거주 현황 등 기본정보부터 상세히 물었다. “결혼이나 부동산 매입 등 큰 사건이 있을 경우 목표로 하고 있는 투자 계획 등이 어긋날 수 있다”며 질문 취지도 설명했다. 자산 포트폴리오 비중을 제시한 것도 눈에 띄었다.
S은행 올림픽선수촌지점은 약 40분이 넘는 시간동안 펀드와 ELS의 개념에 대해 설명하는 것부터 시작했다. 가능하면 다음번 방문때 상품에 대해 목표수익률 등을 설정한 뒤 다시 얘기해보자고 제안했다.
W은행 영업점은 금융상품 상담을 원한다고 하자 투체어스 창구로 안내했다. 모바일뱅킹 내 포트폴리오를 얘기하던 은행과 달리 개별펀드를 추천했다는 점도 차이점이다. 옆자리에 있던 다른 직원까지 상품 설명을 하는데 가세했다. 기자가 W은행 두 영업점에서 공통으로 추천받은 상품은 ‘키움 글로벌 5G 차세대 네트워크 증권자투자신탁[주식]’ 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