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학규 대표 측근들마저 탈당 도미노
바른미래 공중분해 위기에 시선집중
“결국 ‘바르지못한미래당’”이었나 시각
일각 “孫 대표의 욕심이 초래한 화근”
안철수·유승민 수렴청정도 주요 원인
손대표. 통합추진으로 위기극복 태세
한쪽에선 “버스 이미 떠났다” 평가도
친구 사이에는 같이 장사를 하지 말라고 했다. 이문을 계산하다보면 서로에 의심이 싹트고 돈 앞에선 결국 친구 사이도 무너질 수 있다는 뜻이다. 그러니 장사는 될 턱이 없다. 공동창업은 그만큼 어려운 일로 여겨진다.
정치 역시 똑같을 것이다. 정치 역시 각자의 이문을 탐할 수 밖에 없는 세계다. 가끔 정치적 이해관계에 치중하면서 계파 보스끼리 의기투합해 합당이란 이름의 ‘공동창당’을 하는 경우가 있는데, 성공은 보장키 어렵다. 술 한잔 먹고 호기있게 ‘합방’에 합의할 수는 있겠지만, 이합집산에 따른 정치비전 공유 실패와 얽히고설킨 계파간 싸움으로 시끄러운 잡음만을 남긴채 이별하는 케이스가 적지 않다. 이들 계파 보스들은 “아, 그때 왜 당을 합쳤을까”하고 두고두고 후회할지도 모를 일이다.
요즘 바른미래당이 바로 이런 경우다. 바른미래당은 지난 2018년 2월 13일 국민의당(당시 대표 안철수)과 바른정당(당시 대표 유승민)의 합당으로 창당된 중도개혁주의 및 보수주의 정당이다. 계파 보스였던 당시 안철수, 유승민 대표의 합작 정당이다. 그래서 안철수, 유승민 두사람은 바른미래당의 공동창업주로 불렸다.
바른미래당의 시작은 그럴듯 했고, 출발 지점에선 축포가 날렸다. 바른미래는 보수나 진보에 진절머리난 유권자들의 마음을 사로잡겠다는 기치를 걸고 ‘제3지대’를 표방했다. 제3지대론은 보수진영과 진보진영이 양분한 정치권의 역학구도에 질린 민심을 겨냥한 것으로, 우리나라 정치에선 주로 중도보수나 중도를 의미한다. 진보나 보수 중 어느 한쪽에 조금이라도 무게중심이 쏠리면 중도는 아니다. 바른미래당은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 지지에서 이탈한 중도성향의 표심을 잡겠다고 그 깃발을 올렸고, 나름 선전해왔다. 바른미래당은 지난해 연말까지만 해도 국회의 진흙탕 싸움의 패스트트랙 대결 국면에서 캐스팅보트를 쥐면서 그 존재이유를 키워왔다.
그러나 여기까지였다. 바른미래당은 창당 2년만에 난파선 처지가 됐다. 공중분해 직전이라고 한다. 더이상 희망이 없다는 내부의 자조론이 바람결에 들려올 정도로, 비참한 입장이 됐다. 이유는 하나다. 집(바른미래당)이 싫다고 떠나는 식구(의원)들이 계속 늘어나고 있어서다.
김성식 의원은 5일 탈당했고, 전날에는 이찬열 의원이 당을 떠났다. 6일 김관영 의원의 탈당도 예고돼 있다. 이들의 공통점은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에 우호적 인사였다는 점이다. 김성식 의원은 손 대표의 경기지사 시절 정무부지사를 했던 이다. 이찬열 의원은 ‘원조 손학규계’로 불릴만큼 손 대표 옆에서 줄곧 정치를 해온 이다. 김관영 의원은 원내대표로서 손 대표와 호흡을 같이 해왔다. 이런 이들이 당을 떠난다는 것은 바른미래의 붕괴와 다름이 아니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이들이 내놓은 탈당의 변에서 당의 절망적인 분위기를 엿볼 수 있다. 김성식 의원은 “바른미래당은 수명을 다했다”고 했고, 이찬열 “저라도 의리와 낭만이 있는 정치를 하고자 했지만 이제 한계인 것 같다”고 했다. 신의의 정치를 하려고 끝까지 남아있으려 했는데, 수명이 다한 당에서 더이상 버티기 힘들다는 극단적 비관이 녹아있는 멘트다. 이들의 탈당으로 의원수가 20명 이하로 떨어진 바른미래당은 원내 교섭단체 지위도 잃었다. 코너에 몰린 손 대표는 대안신당·민주평화당과 통합을 추진해 다시 교섭단체 지위를 얻기 위해 힘쓰는 분위기지만, 버스는 떠났는데 노욕을 부리고 있다는 일각의 곱잖은 시각을 받고 있다.
출발이 기세등등했던 바른미래당은 왜그렇게 이 지경까지 됐을까. 그 배경을 설명하는데는 1년전 이상 또는 수개월전을 거슬러 올라가야 하지만 그건 복잡하니까 최근 일에서 단초를 찾아보자.
바른미래당의 직접적인 와해 계기는 안철수 전 대표(전 의원)의 귀국과 정계복귀로부터 시작됐다. 지난 2018년 서울시장 선거에서 패한뒤 9월 독일로 떠났던 안 전 의원은 지난달 19일 귀국했다. 한때 ‘안철수 신드롬’의 주인공으로, 유력 대선주자까지 부상했던 안 전 의원의 귀국에 그의 친정인 바른미래당은 물론 여야 정치권은 초미의 관심을 보였다. 올해 총선을 앞두고 안 전 의원이 어떻게 움직이느냐는 분명 주목 대상이었다.
이런 안 전 의원의 첫번째 정치적 행보는 ‘옛 주인’으로서의 권리 행사였다. 당의 창업자로서 지분을 챙기겠다는 것이었다. 그는 손 대표에게 바른미래당을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하고 자신에게 비대위원장을 맡겨야 한다고 했다. 창업자로서의 권리를 요구한 것이다. 그런 제의를 손 대표는 일언지하에 거절했다. 오너가 최고경영자(CEO) 자르듯, 안하무인으로 행동하고 있다는 반발을 내놓은 채 말이다.
그 다음날인 지난달 29일 안 전 의원은 기다렸다는 듯이 당을 탈당했다. 손 대표가 자리를 비켜주지 않을 것임을 예상했다는 듯, 곧바로 탈당을 하고 신당창당 움직임을 보인 것이다.
앞서 유승민 의원을 비롯한 ‘유승민계’ 의원들은 새로운보수당 창당을 위해 집단탈당한 바 있다. 이들은 정병국·이혜훈·오신환·유의동·하태경·정운천·지상욱 의원 등이었다. 이로써 바른미래당에서 공동창업주인 유승민과 안철수가 빠지면서 당은 갑자기 ‘바람 빠진 풍선’이 될 수 밖에 없었다는 얘기다.
정가에선 바른미래당이 중도세력 확장을 표방했지만, 그 성과를 보이지 못했고 안철수·유승민·손학규계가 힘을 합치긴 했지만 화학적 결합으로 이어지지 못한 것이 오늘날 당의 분열 배경으로 거론한다. 정당이란 결국 지지율로 승부하는 것인데, 계속 바닥을 치고 있는 지지율에서 많은 의원들이 한계를 느꼈고, 올해 총선을 앞두고는 이같은 위기감이 극에 달한 것이 계파간의 이별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결국 각자도생만이 살길이라는 결론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안 전 의원, 유 의원, 손 대표의 강한 고집과 좀처럼 남에게 고개를 숙이지 않는 스타일에서 그 결별의 원인을 찾기도 한다.
여기서 한때 바른미래당이 희망을 얘기하던 시절의 한장면으로 돌아가보자. 손 대표는 지난해 8월20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바른미래당의 진로와 2020년 총선 승리 전략’ 등을 담은 이른바 ‘손학규 선언’을 발표했다. 눈에 띄는 내용은 크게 세가지였다. 손 대표는 “안철수 전 의원, 유승민 의원과 같이 가자”고 했고, 자신은 자리에 욕심이 없으며, 중도세력을 넓혀야지 지역정당으로 전락해선 안된다고 주장했다. 결과적으로 이 셋은 다 틀어졌다. 셋은 이별을 했고, 손 대표는 여전히 자리에 연연하는 이로 비쳐지고 있고, 당은 교섭단체 지위를 찾기 위해 지역정당이라도 만들겠다는 전략으로 바꿨다.
정치권에선 바른미래의 오늘날 공중분해 위기를 어느 한 사람이 아닌 세사람의 공동책임이라는 견해가 강하다.
얼마전 바른미래당 모 의원을 만났는데, 그가 들려준 얘기에서 벼랑끝에 선 현재의 당 현주소와 그 이유를 짐작할 수 있었다. 그는 “공동창업주라고는 하지만 안철수는 서울시장에서 패한뒤 독일 유학을 떠난다고 갔고 연락해도 연락이 안됐어요. 그러면서도 비공식적으로 안철수계파를 이용해 수렴청정만 했어요. 유승민도 똑같아요. 공동오너라는 지분에만 집착했지 바른미래당에 대한 가시적인 애정이나 전폭적인 지원을 보낸 적이 없어요. 손 대표 역시 마찬가지 입니다. 안심(安心), 유심(劉心) 사이에서 이를 통제할 강력한 카리스마를 보이지 못했고, 노욕을 자주 부리면서 의원들에게 신임을 잃은 것이지요.”
그는 특히 손 대표에게 많은 실망을 했다고 했다. “손학규, 브랜드 있었잖아요? 보수와 진보를 넘나들 수 있는 몇몇 안되는 정치인이었잖아요? 그런데 ‘안철수가 돌아오면 자리를 내놓겠다’, ‘당의 지지율이 10%가 안되면 사퇴하겠다’ 등등 많은 약속을 했는데 다 번복했어요. 손 대표는 자리에 연연하지 않는다고 했지만, 그 자리에 집착하는 모습을 보고 많은 의원들이 ‘계속 같은 배를 탈 수 없겠구나’ 생각하게 된 것이지요. 노정치인에 대한 존경심은 아예 사라졌고요.”
공동창업주 지분을 놓지 않기 위해, 계파의 끈을 놓지 않고 뒤에서 견제장치를 가동한 안철수 전 의원, 유승민 의원과 함께 네임밸류에 어울리지 않게 ‘큰 정치’를 하지 못한 손학규 대표에 모두 책임이 있다는 뜻이었다.
자리를 털고 일어날때 그의 마지막 한마디는 선명했다. “안철수과 유승민의 합작정당, CEO 손학규의 전문경영인정당이었던 바른미래당이 바르지못한미래당이었다고 확인되고 있는 것이지요. 저도 마음이 아픕니다.”
〈헤럴드경제 기자, 마케팅국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