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고채 3년·10년물 10bp 이상 급락…금값도 상승
불확실성 부각돼 안전자산 선호 지속 전망
사태 장기화시 정부 목표 2.4% 성장 달성 어려워져
펀더멘털 악화로 증시 피해 우려…중국 소비주 낙폭↑
[헤럴드경제=강승연 기자] 중국 우한(武漢)에서 시작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우한 폐렴) 공포가 국내외 금융시장을 뒤흔들고 있다. 주식과 원자재 가격이 급락하며 타격을 입은 반면 채권, 금 등 안전자산 가격은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시장에서는 이번 사태로 중국 경제가 둔화되며 중국 관련주를 중심으로 부정적 영향이 지속적으로 확대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국채·금 안전자산 선호…中관련주 급락=우한 폐렴 공포에 국채, 금 등 안전자산 수요가 급증하며 이들 자산의 가격이 뛰고 있다.
28일 서울 채권시장에서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10.0bp(1bp=0.01%포인트) 내린 1.324%에 거래를 시작했다. 10년물 금리는 전장 대비 12.4bp 하락한 1.580%로 출발했다. 채권금리와 가격은 반비례 관계로, 채권금리가 떨어졌다는 것은 가격이 그만큼 올랐다는 의미다.
금값은 급등세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KRX금시장에서 1g당 금가격은 전장보다 1.74% 오른 5만9600원으로 개장했다.
이는 글로벌 시장도 마찬가지다. 27일(현지시간) 마켓워치에 따르면 이날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는 장중 4.60% 떨어져 미·중 무역갈등이 극에 달하던 작년 10월 초 이후 최저치인 1.605%에 도달했다. 2년물(1.443%)과 30년물(2.055%)도 3% 넘는 급락세를 나타냈다. 같은날 금 현물 가격은 온스당 1586.43달러로 치솟으며 1600달러선을 위협했다.
반면 위험자산인 주식은 직격탄을 맞았다. 코스피는 2200선을 내줬다. 28일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53.91%(2.40%) 내린 2192.22로 출발한 이후 낙폭을 키웠다. 코스닥은 24.78포인트(3.61%) 내린 660.79로 거래를 시작했다. 일본 닛케이225지수와 호주 ASX지수도 각각 0.93%, 0.51% 하락 개장했다.
뉴욕 증시에서는 전날 3대 지수가 1% 넘는 하락세를 기록한 가운데, 특히 중국 소비 관련주의 피해가 컸다. 에스티로더(-4.07%), 스타벅스(-3.59%), 나이키(-1.75%) 등이 큰 낙폭을 기록했다. 크레디트스위스에 따르면 에스티로더와 나이키는 매년 수입의 17%를 중국 본토에서 번다. 스타벅스도 영업이익의 15% 가까이가 중국에서 발생한다.
원자재 가격도 타격을 피하지 못했다. 전날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3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전일보다 1.9% 하락한 53.14달러로, 작년 10월 15일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경기 선행지표로 통하는 ‘닥터 코퍼’ 구리 가격은 톤당 6000달러를 크게 하회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세계 최대 산업용 원자재 소비국인 중국의 수요 감소 우려가 확산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안전자산 선호는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이번 사태로 중국을 비롯한 글로벌 경제 둔화 우려가 커지고 있어서다. 뉴욕타임스(NYT)는 “세계 경제 성장의 엔진인 중국에 대한 우려로 글로벌 투자자들이 위험자산 익스포저를 줄이고 있다”면서 중국 정부가 언론을 통제하고 있어 불확실성이 더욱 확대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국내에서는 한국은행의 통화완화 정책 기대가 커질 것으로 보인다. 윤여삼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중국 우한에서 발생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전파가 예상보다 빠르게 확산되면서 글로벌 경기회복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며 “이에 따른 경기둔화 우려 확산은 지난해 미·중 무역분쟁으로 3분기 전격적 금리인하를 단행했던 ‘데칼코마니’를 만들어낼 우려가 크다”고 관측했다.
▶사스·메르스 때와 다를까…불안 증폭=‘우한 폐렴’ 사태가 악화일로를 걸으면서 시장에서는 과거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나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때와 비교해 영향을 가늠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우선 증시에 대한 영향력은 제한적이나 단기 변동성이 확대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2003년 사스 때 코스피는 세계보건기구(WHO)가 비상 경계령을 발동한 이후 4% 가량 조정됐다가 곧바로 회복하는 모습을 보였다. 2015년 메르스 때도 코스피는 첫 국내 확진자 발생 이후 한 달 간 5% 정도 빠진 이후 반등세를 나타냈다.
문제는 이번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경제성장률이 꺾일 수 있다는 점이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은 사스가 2003년 2분기 경제성장률을 1%포인트(연간 성장률 0.25%포인트) 내외 하락시켰다고 분석했다. 메르스 때도 연 성장률이 0.2%포인트 정도 감소한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해 가까스로 2% 성장에 턱걸이했던 경제가 올해도 정부 목표인 2.4%를 미달할 가능성이 있다.
펀더멘털 저하는 증시에 대한 하방압력을 증대시킬 것으로 우려된다. 특히 중국 관련주는 당분간 하락세를 계속할 것으로 보인다. 이날도 증시가 개장하자마자 호텔신라(-10.20%), 롯데쇼핑(-3.85%), 신세계(-8.65%), 아모레퍼시픽(-8.24%), LG생활건강(-3.48%) 등 중국 소비주가 큰 낙폭을 보였다.
김윤보 케이프투자증권 연구원은 “미·중 무역협정 이후 증시 낙관심리가 확산된 상황에서 현 사태로 인한 증시 변동성 확대는 불가피할 전망”이며 “사드 사태 이후 회복세를 지속해온 중국 관광객 규모 감소가 전망되면서 숙박, 레저, 화장품 등 관련 업종 내 종목들의 피해가 단기적으로 불가피하다”고 예상했다.
투자 기회를 찾으라는 조언도 있다. 이은택 KB증권 연구원은 “사스 당시엔 증시가 과매도 국면이었지만 지금은 과매수 국면”이라며 “소프트웨어, 미디어, 바이오, 통신/유틸 등 인적·물적 교류가 없는 주식이 긍정적”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중국 시장과 관련해 성연주 신영증권 연구원은 “우한 폐렴은 사스와 비교해 확진자 확산 속도는 빠르지만 치사율이 낮다”며 “중국 경기와 증시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판단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