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유~ 요즘 누가 과기부나 방통위에 관심이 있겠어요~.”
지난 한 달 간 대한민국엔 ‘조국 태풍’이 불었다. 정치권은 말할 것 없고 전 국민의 이목이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에게 집중됐다. 하루가 멀다 하고 쏟아지는 논란에 모든 이슈를 빨아들이는 ‘블랙홀’이라는 수식어가 아깝지 않았다.
자연히 최기영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후보자,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에 대한 관심도 줄었다.
“(임명) 되겠죠 뭐”가 이 기간 동안 이들에 대해 가장 많이 들은 말이다. “에이, 조국에 묻혀서 관심도 없어요”라는 말도 심심찮았다. 혹자는 요즘 말로 ‘아오안(아웃 오브 안중, 전혀 신경을 쓰지 않는다는 의미)’이라고도 했다.
아니나 다를까. 정책 능력을 검증해야 할 인사청문회 역시 싱겁게 끝났다. 여기저기서 맥락 없이 튀어나오는 조국 후보자와 관련된 질문에 ‘조국 없는 조국 청문회’라는 말이 공공연했다. 인사청문회를 치르며 피 말리는 시간을 보냈을 후보자 입장에서는 상당히 난처하기도, 억울하기도 했을 터다.
고백하자면, 나조차도 지난 2일에는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기자회견 기사를 더 많이 찾아봤다. 이날은 출입처인 과기정통부 장관 후보자의 인사청문회 날이었는데도 말이다.
결과적으로 최기영 후보자와 한상혁 후보자 모두 ‘조국 태풍’을 뚫었다. 지난 9일 각각 장관과 위원장에 임명됐다. ICT를 관장하는 두 정부 부처는 동시에 새로운 수장을 맞았다. 저마다의 포부를 가득 담은 취임일성도 당당하다.
문제는 지금부터다. 과제는 쌓였고 현안은 시급하다. 지난 한 달 동안 ‘조국 태풍’에 휩쓸려 가려졌을지언정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현실이 이들을 기다리고 있다.
과기정통부의 경우 당장 일본 수출 규제 위기를 타개하고 우리 산업의 체질을 개선할 구체적인 과학기술 R&D 로드맵 시행해야 한다. 새파랗게 타오른 극일(克日)의 선봉장이나 다름없다. 5G 세계 최초 상용화를 넘어, 5G 글로벌 시장 선도를 위한 5G 기반 서비스·산업 육성도 필수다.
대한민국의 미래 먹거리가 달린 4차 산업혁명 대응도 숙제다. 과기정통부가 ‘4차 산업혁명 주무부처’라지만 그동안 성과가 미흡했던 것이 사실이다. 신산업을 가로막는 규제를 과감히 혁파하는 등 보다 적극적으로 혁신 성장에 나서야 하는 이유다. 인공지능(AI) 경쟁력 확보 역시 당면한 핵심 과제 중 하나다.
방통위 역시 마찬가지다.
유튜브, 넷플릭스 등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확산으로 급변하는 미디어 환경에 따른 제도 개선, 케이블TV와 IPTV 간 인수합병(M&A) 등 유료방송 시장 재편, 지상파 중간광고 허용, 종합편성채널 의무편성 폐지 등 쉽지 않은 과제가 산더미다.
여기에 한국 시장을 장악한 글로벌 IT공룡과 국내 기업 간의 역차별 해소 문제는 현재진행형이다. ‘세기의 소송’으로 불리는 페이스북과의 행정소송도 남았다. 1심에서는 방통위가 패소했지만 지난 6일 항소장을 제출, 2라운드로 넘어갔다.
가짜뉴스를 둘러싸고는 벌써부터 갈등이 요동친다.
한 위원장은 취임사를 통해 “의도된 허위조작정보와 극단적 혐오표현에 대해서는 표현의 자유를 최대한 보장하면서도 국민이 공감할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진실이 신발을 신고 있는 동안 거짓은 세상을 반바퀴 돌 수 있다’는 말도 했다.
정치권에서는 한 위원장의 정치편향성을 우려하고, 인터넷 업계서는 미디어 통제 시도에 대한 의구심을 떨치지 못하고 있다. 한 위원장은 변호사 시절 특정 정치 성향의 언론사 소송을 다수 맡았고, 진보 시민단체인 민주언론시민연합 공동대표 출신이기도 하다.
과학기술과 ICT, 방송통신은 우리나라의 핵심 경쟁력이다. 미래 산업을 책임지고 있다는 점에서도 과기정통부와 방통위의 중요성은 여느 정부 부처와 비교해 떨어지지 않는다.
청문회는 ‘맹탕’이었지만 지금부터가 중요하다.
최기영 장관과 한상혁 위원장의 ‘진짜 검증’은 이제부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