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류 고시 개정안 시행 앞두고 선제적 인하

리베이트 쌍벌제 따른 가격변동 요인 커져

가격 경쟁력 강화, 위스키 시장 활성화 의도

10년째 침체된 위스키 업계 위기의식 작용도

왼쪽부터 골든블루 사피루스, 팬텀 디 오리지널, 팬텀 디 오리지널 17, 팬텀 더 화이트 [골든블루 제공]
왼쪽부터 골든블루 사피루스, 팬텀 디 오리지널, 팬텀 디 오리지널 17, 팬텀 더 화이트 [골든블루 제공]

[헤럴드경제=이유정 기자] 리베이트 쌍벌제를 골자로 한 주류 고시 개정안 시행을 앞두고 위스키 업계의 가격 인하가 잇따르고 있다.

20일 골든블루에 따르면 대표 제품 ‘골든블루 사피루스’의 출고가가 2만6334원에서 2만4255원으로 7.9% 내린다. 골든블루 사피루스는 국내 로컬 위스키 시장에서 21.4%의 점유율(7월 기준)로 선두자리를 지키고 있는 제품이다.

팬텀 3종도 가격을 인하한다. ‘팬텀 디 오리지널’은 지난해 6월 가격을 10% 한 차례 낮춘 데 이어 이번에 추가로 4.2%를 내린다. 출시 1년도 안 된 ‘팬텀 디 오리지널 17’은 가격을 8.7% 낮춘다. ‘팬텀 더 화이트’ 450㎖ 제품은 30.1%, 700㎖ 제품은 30.0% 가격을 인하한다.

위스키 출고가 인하 바람은 국세청이 추진하고 있는 ‘주류 거래질서 확립에 관한 위임 고시 개정안’ 시행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한편, 경쟁력 강화 및 위스키 시장 활성화를 꾀하기 위한 승부수라는 분석이다.

골든블루 관계자는 “경기 침체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모든 주류 관련 도·소매업체와의 상생을 도모하고자 한다”며 “소비자에게는 위스키 소비에 대한 부담감을 덜어줘 10년째 하락하는 대한민국 위스키 시장을 활성화하려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주류 고시 개정안 시행을 앞두고 시장의 불확실성을 선제적으로 제거, 건전한 주류 거래질서 확립을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취지”라고 덧붙였다.

당초 7월 도입 예정이었던 주류 고시 개정안은 올 하반기 안으로 시행이 예상되고 있다. 개정안은 주류 제조사와 도매상·자영업자가 판매 장려금(리베이트)을 주고받을 수 없도록 하는 것이 골자다. 위스키는 리베이트 지원 규모가 컸던 주종으로 공급가의 10~20%, 많게는 40%에 달했다. 주류 제조사들은 절감된 리베이트 비용만큼 소비자 혜택을 늘려야 한다는 압박을 받았다. 고시 개정안 시행이 위스키 출고가 인하 바람으로 이어지는 이유다.

임페리얼 위스키 [드링크인터내셔널 제공]
임페리얼 위스키 [드링크인터내셔널 제공]

앞서 위스키 브랜드 ‘임페리얼’은 출고가를 15% 인하하며 가격 인하에 시동을 걸었다. 임페리얼 스무스 12년(450㎖)의 출고가는 2만6334원에서 2만2385원으로, 임페리얼 스무스 17년은 4만62원에서 3만4056원으로 내렸다.

드링크인터내셔널 관계자는 “주류 거래 고시가 시행되면 위스키 가격인하 요인이 발생하는 것이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며 “9~10월 중 주류 관련 고시가 시행되면 다른 품목의 추가 가격 인하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로컬 위스키 브랜드 ‘윈저’ 등을 내놓고 있는 디아지오코리아도 가격 인하를 포함한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는 상태다. 현재 로컬 위스키 시장 점유율은 디아지오코리아가 38%, 골든블루 36.2%, 드링크인터내셔널 12.4% 추산된다.

업계에서는 로컬 위스키 브랜드의 가격 인하가 ‘위스키 대중화’의 신호탄이 될지 주목하고 있다. 국내 위스키 시장은 유흥업소에서 주로 병으로 판매되는 로컬 위스키와 고급 바에서 잔으로 즐기는 수입 위스키 시장으로 구분된다. 우리나라 위스키 시장의 위기는 유흥주점에서 주로 판매되는 로컬 위스키 소비가 감소한 타격이 컸다. 주 52시간 근로제 시행으로 음주문화가 점차 사라진 데다, 핵심 판매처였던 유흥주점 소비가 급격히 위축되면서다.

한 위스키 업계 관계자는 “위스키 소비가 10년째 내리막길이란 것은 두려운 수치로, 그간 위스키 가격이 비싸다는 인식이 컸고 위스키 업계는 소비자들과 멀어져 있었다”며 “로컬 위스키 가격 인하를 통해 시장이 살아나는 변곡점이 마련되길 기대하고 있다”고 했다.

한편, 한국주류협회에 따르면 국내 위스키 시장은 윈저·골든블루·임페리얼 등 로컬 브랜드가 84%, 조니워커·발렌타인 등 인터내셔널 브랜드가 16%를 차지하고 있다(2017년 기준).

혼술 문화와 바 문화가 확산되면서 로컬 위스키 소비는 수입 브랜드에도 점점 밀리고 있다. 국내외 브랜드를 취급하는 디아지오코리아의 로컬 위스키 판매 비중은 2017년 65.1%에서 지난해 60.1%, 올 상반기 59.9%로 떨어졌다. 반면 같은 기간 수입 위스키 판매 비중은 8.4%, 10.1%, 11.7%로 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