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개혁회의서 ‘빨리’ 17번 강조
박근혜 대통령에게 규제혁파란 시급히 처리해야 할 ‘제 1과제’임이 다시 한 번 드러났다. 지난 3일 청와대에서 그가 주재한 ‘2차 규제개혁장관회의 및 민관합동규제개혁점검회의’에서 방점은 속도전에 찍혀 있었다. 애초 3시간 예정으로 시작된 회의는 1시간10분이나 초과됐고, A4용지 20장에 달하는 박 대통령 발언에서 ‘빨리’라는 단어는 17차례나 등장했다. 3월 1차 회의에선 “규제개혁에 저항하는 건 큰 죄악”이라는 등 ‘죄악’을 4차례 언급하고, 회의를 앞두곤 “규제는 쳐부술 원수, 암덩어리”라는 식의 격한 단어를 썼지만 이번엔 부드러운 말로 규제개혁을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모두발언 때부터 속도감 있는 규제개혁을 주문했다. 그는 “우리 산업의 혁신을 가로막고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낡고 불합리한 규제를 더욱 빨리 과감하게 개혁해야 한다”고 했다. 선진국과 비교해 우리의 규제개혁이 안이하고 더뎌 위기감이 든다며 분위기를 다잡은 박 대통령은 이후 관료들이 속히 움직일 것을 지시했다.
박 대통령은 특히 “1차 회의 건의 과제 처리 과정을 보면서 우리 공직사회에 일단 시간을 벌어놓고 보자 하는 그런 일처리 방식이 만연해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꼬집었다.
그는 장관들을 쉼없이 다그쳤다. 박 대통령은 윤성규 환경부 장관에게 “내년요? 되게 하려면 방법이 있고 안되게 하려면 규제가 보인다는 얘길 들었는데 융통성을 발휘할 수 있지 않나”라고 했다. 윤 장관이 폐수규제와 관련해 “내년에 관계법령 개정을 검토할 수 있다”고 하자, 즉각적으로 보인 반응이다.
박 대통령은 또 서승환 국토교통부 장관에겐 건축규제에 대해 “워낙 실타래같이 얽혀 있어서 웬만큼 풀어서는 표가 안나요, 체감이 안됩니다. 특히 국토부는 푸셔야 조금 간에 기별이라도 가지, 그러니까 아주 눈 딱 감고 푸세요. 전부 그냥”이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속도전을 강조하는 이유도 설명했다. 그는 “하여튼 쓸데없는 규제 때문에 우리가 얼마나 많은 손해를 보며 얼마나 많은 일자리를 지금 놓치고 있는가”라고 답답해 했다. 이어 “과감하게 달려들어야지 조금씩 고치면 그것은 부지하세월이고 그러는 사이 다른 데는 훨훨 날라요”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회의에선 재계의 박 대통령 ‘복심(腹心)’으로 통하는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과 대통령 간 호흡을 지켜보는 것도 관전 포인트였다. 박 회장이 지방자치단체별 규제 현황 순위 선정 계획을 밝히며 “일부 지자체에서 점수가 나쁘게 나올 경우 저희가 원망을 들을지 모르겠다. 저희 혼내주러 오시면 대통령께서 저희 직원들을 숨겨주시기 바란다”고 하자, 박 대통령은 “그거 가지고 정확하게 하셨는데도 뭔가 안 좋은 소리 들으시면요, 제가 다 보호해 드릴게요. 그건 책임지고 할테니까 아주 소신껏 하셔서 점수를 매기세요”라고 말했다.
홍성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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