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자 검사 개방 후 관심 높아져 아모레퍼시픽, 1500명 데이터 확보 LG생활건강도 관련기업과 손잡아

아이오페 연구원이 고객과 상담을 진행하고 있다.  [아모레퍼시픽 제공]
아이오페 연구원이 고객과 상담을 진행하고 있다. [아모레퍼시픽 제공]

국내 화장품 업계가 유전자 분석을 바탕으로 한 화장품 연구ㆍ개발 사업에 적극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고객들의 타고난 피부 특성과 환경적 요인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피부 고민을 해결할 수 있는 솔루션을 제공하기 위해서다. 현재는 몇가지 피부고민을 기준으로 제한된 카테고리 안에서 상품을 추천해주는 방식이지만, 장기적으로는 단 한명만을 위한 맞춤형 화장품을 개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국내 화장품 업계가 유전자 분석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건 지난 2016년부터다. 당시 보건복지부는 병원이나 의학 실험 등에서만 사용되던 유전자 검사를 민간 업체에게 개방했다. 이른바 ‘소비자 직접 의뢰(DTCㆍDirect To Customer) 유전자 검사’는 소비자가 의료 기관을 거치지 않고 민간 업체로부터 직접 유전자 검사를 받을 수 있는 서비스다. 현재 피부 타입, 탈모 가능성, 콜레스테롤 등 12가지 항목에 대한 40여개 유전자 정보를 검사할 수 있다.

아모레퍼시픽은 2016년 유전자 분석 전문기업인 ‘테라젠이텍스’와 업무협약(MOU)을 체결해 피부 유전자 공동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아이오페는 연구 목적으로 사전 신청 고객에 한해 유전자 검사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다. 검사 방법은 간단하다. 유전자 검사 키트를 이용해 입안을 긁어 입안 세포 샘플을 제공하면 된다. 2~3주면 검사 결과를 받아 볼 수 있다. 고객은 자신의 피부가 유전적으로 색소침착이 쉽게 일어나는지, 항산화력이나 탄력도가 떨어지는지, 수분이 부족한지 등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아이오페는 현재까지 1500여명을 대상으로 유전자 지표를 조사했다.

다만 해당 서비스는 피부의 유전적 특성을 예측할 뿐, 현재 피부 상태를 진단해주지는 못한다. 아이오페는 별도 피부측정 기기로 고객의 현재 피부 상태를 진단하고 이를 유전자 검사 결과와 종합해 맞춤형 화장품을 추천하고 있다. 고은비 아모레퍼시픽 연구원은 “고객 피부 타입을 20여가지로 분류해 이 가운데 고객에게 가장 적합한 제품을 추천하고 있다”며 “피부 분류를 세밀화할 수록 더 정확한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어 여러가지 경우의 수를 연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LG생활건강은 2016년 유전자 분석업체 마크로젠과 합작법인 ‘미젠스토리’를 세웠다. 미젠스토리는 지난해 시범적으로 ‘유전자 뷰티케어 프로그램’을 선보였다. 피부 탄력ㆍ노화ㆍ색소침착과 모발 탈모ㆍ굵기 등에 대한 유전자 검사를 진행해 이를 바탕으로 고객에게 가장 적합한 상품을 추천해주는 프로그램을 일시적으로 진행했다. 현재는 유전자 데이터를 수집하고 구축하는 활동에 집중하고 있다. LG생활건강 관계자는 “향후 축적된 유전자 데이터에 대한 연구를 진행해 유전자 기반의 맞춤형 제품이나 서비스를 개발할 계획”이라고 했다.

잇츠한불도 2017년 유전자 연구개발 기업 디엔에이링크와 기술협력 MOU를 체결했다. 디엔에이링크는 유전자 분석ㆍ데이터 축적 기술을 제공하고, 잇츠한불은 유효성 평가와 소재개발 기술ㆍ제품 개발 노하우를 공유하기로 했다. 잇츠한불은 이를 통해 장기적으로 유전자 맞춤형 화장품 기술을 상용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현재 화장품 업계는 유전자 검사를 통해 맞춤형 상품을 추천하는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단 한명만을 위한 현장제조 맞춤형 화장품을 선보일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이르면 내년 초 맞춤형 화장품판매업을 신설하고 맞춤형 화장품을 제조해 팔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화장품 업계 관계자는 “내년에 현장제조 맞춤형 화장품에 대한 제도가 나오면 화장품 업체들이 관련 서비스 도입을 검토할 것”이라며 “화장품 매장에서 즉석으로 원료를 섞거나 추가해 화장품을 판매하거나, 화장품 제조 자판기를 개발해 맞춤형 화장품을 선보이는 방식이 될 것”이라고 했다.

박로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