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점기 세대에겐 아픈 역사의 현장…2030세대에겐 취향과 소비 공간으로 탈바꿈 - 전문가들 “불편 문화유산인지 아닌지 면밀한 기준으로 접근해야” 지적도

[헤럴드경제=양대근 기자] #1. 서울 용산구 후암동에 위치한 게스트하우스 ‘지월장(指月藏)’. 1920년대 초 황해도에서 철도사업을 하던 니시지마 신조의 별장으로 알려져 있다. 현재 주인은 나무 한 그루도 자르지 않고 당시 모습 그대로의 저택과 정원을 그대로 보존했다. 내국인보다 외국인 관광객들이 더 많이 찾는 장소로 유명하다.

#2. 서울 중구 만리동에 위치한 카페 ‘더하우스 1932’. 적산가옥을 개조해 만든 이곳은 ‘이색 테마카페’로 입소문을 타면서 평일 오후에도 빈자리를 찾기 어렵다. 인스타그램의 해시태그 숫자도 1000여건에 달하는 등 젊은 세대들의 ‘인스타 명소’ 중 한 곳으로 자리잡았다 .

적산가옥(敵産家屋). ‘적의 재산’이란 뜻으로 해방 이후 국내에 살던 일본인들이 버리고 간 집을 말한다. 최근 손혜원 의원의 목포 적산가옥 매입 등으로 찬반 논란의 중심으로 떠오르기도 했다.

대한민국 근대 건축의 역사와 일제시대 건축물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100년이라는 시간이 지난 지금 여전히 현재를 살아가고 있는 건축물들을 어떻게 바라봐야 할 지, 다시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힘을 얻고 있다.

문화재청과 건축도시공간연구소에 따르면 지난 2017년 기준, 등록문화재로 등재된 근대건축물은 454곳으로 집계됐다. 그 중에서 업무시설과 공공시설이 각각 75곳으로 가장 많았고 종교시설(73곳), 교육시설(54곳), 주거숙박시설(46곳) 등이 뒤를 이었다.

등록문화재는 근대문화유산 가운데 보존 및 활용을 위한 가치가 크다고 판단돼 정부에서 관리하는 문화재를 말한다. 개화기부터 6ㆍ25 전후 기간까지 만들어진 건설ㆍ시설물ㆍ문학예술작품 등이 포함된다. 이 가운데 건축물은 거의 대부분 일제시대 때 지어진 것이다. 지난 2012년과 비교해 20%가 늘어나는 등 정부 차원에서 역사적ㆍ문화적 가치를 인정하는 사례도 늘어나고 있다.

등록문화재 1호는 서울 남대문로에 위치한 현 한국전력공사 사옥이다. 1920년대 말 경성전기주식회사 사옥으로 서울도심부에 세워진 건물로, 최초의 내화ㆍ내진설계와 엘리베이터 설비 등으로 유명하다. 일제 강점기를 상징하는 건축물이었던 옛 경성부청사는 등록문화재 52호다. 광복 후 1946년부터 서울시청사 역할을 했지만 현재는 서울도서관으로 사용되고 있다.

반면 개인이 소유하고 있는 일반 적산가옥은 정확한 통계 자료를 파악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그동안 재건축ㆍ재개발에 휩쓸려 사라지거나, 아니면 문화재 등록이나 부동산 가격 상승을 노린 이들로부터 투기 대상으로 여겨지는 경우도 적지 않다.

최근에는 방치돼 있던 적산가옥들이 ‘이색 카페’, ‘역사 체험’ 등 신세대들에게 인기 있는 장소로 탈바꿈하는 사례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한 원로 건축학자는 “적산가옥을 불편하게 느끼는 강점기 세대와 달리 요즘 젊은 세대들은 당시 근대 시기를 취향의 문제로 보는 경향이 강하다”면서 “무조건 나쁘게 볼 것만은 아니고 오히려 당시 시대를 객관적으로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젊은 세대들의 소비 욕구를 어떻게 현실과 접목할 지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조언했다.

같은 일제시대 건축물이라도 만들어진 목적과 성격에 따라 다르게 봐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류성룡 고려대 건축학과 교수는 “경제수탈의 증거와 같은 ‘불편 문화유산(difficult heritage)’에 해당하는 것인지 아니면 당시대의 세계 보편적인 추이를 보여주는 유산에 해당하는지 면밀한 기준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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