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자동차산업이 수렁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대립적인 노사관계로 인한 고비용ㆍ저효율 생산구조의 고착화는 진행형이다. 글로벌 자동차 산업의 불황기 속에서 생산량 400만대 붕괴가 우려되는 가운데 관련 업계의 시름도 깊어지고 있다.

답보상태가 여전한 르노삼성자동차는 창사 후 최대 위기다. 판매 부진에 신차 배정마저 불투명한 상황에서 노사 갈등은 최고조에 달했다.

르노삼성차 노사는 13일 전날 재개된 ‘제14차 임금 및 단체협약(임단협)’ 교섭에서도 접점을 찾지 못했다. 1시간 반 동안 확인한 건 서로의 입장차였다. 향후 교섭 일정조차 논의하지 못했다. 기본급 인상을 요구한 노측의 주장과 기본급 동결 대신 보상금 지급을 주장한 사측의 거리감은 더 멀어졌다. 급기야 사측은 생산 차질이 계속되면 인력 감축이 불가피하다고 경고했다. 노조는 13일과 15일에 각각 4시간의 부분파업을 강행할 계획이라고 맞섰다.

지역 경기 침체 우려에 협력업체들도 비상이 걸렸다. 협력업체 모임인 르노삼성수탁기업협의회는 오는 27일 부산에서 긴급 대책 회의를 연다고 밝혔다. 9월 위탁생산 계약이 종료되는 닛산 로그 이후 물량 배정이 어려울 수도 있다는 공감대가 배경이다.

기아자동차 내부 분위기도 뒤숭숭하긴 마찬가지다. 수년째 이어지고 있는 ‘통상임금’ 문제가 발목을 잡았다.

최준영 기아차 대표가 담화문을 통해 “해마다 영업이익률이 감소하는 수익 구조 개선이 시급한 과제”라고 밝혔지만 노사 간 이견은 좁혀지지 않고 있다.

통상임금 논란을 종식하고자 사측이 내놓은 안은 두 가지다. 상여금의 600%를 기본급으로 전환하는 안과 상여금 750% 전체를 통상임금으로 인정하되 나머지 수당은 통상임금 기준에서 제외하자는 안이다. 최저임금 논란에 사측이 타협카드를 내놓았지만 노조는 여전히 이를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상여금을 기본급으로 전환하면 최저임금 인상률을 반영한 기본급 인상이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는 논리다.

앞서 기아차 노조는 회사를 상대로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하라는 임금 청구 소송을 내 승소했다. 재판부는 상여금을 통상임금으로 인정해야 한다고 했다.

사측은 1심 판결에 대한 항소장을 제출한 상태다. 2심 결과를 앞두고 사측과 노조 모두 재판부 판단에 주목하는 이유다.

업계 한 관계자는 “중국 자동차 시장의 급격한 성장과 미국발 고율 관세라는 파고 속에서 자동차산업의 경쟁력을 키울 수 있는 대타협이 절실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정찬수 기자/and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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