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수원)=천예선 기자] 수원시 영통구에 위치한 삼성전자 종합기술원. 지난 24일 찾은 이 곳은 삼성전자 융복합 혁신제품의 선행 연구가 이뤄지는 ‘신기술 인큐베이터’다.

종합기술원 제2 연구동 2층에는 80평 남짓 규모의 로봇연구실이 있다. 삼성전자가 지난 8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19’에서 최초 공개한 웨어러블 로봇 ‘GEMS’ 3종이 탄생한 곳이다.

보안문을 통과해야 들어갈 수 있는 ‘삼성전자로봇연구실’.

문을 열고 들어선 순간 8개 계단과 15도 각도의 경사로가 이어진 거대한 테스트 장치가 눈에 들어왔다.

옆으로 시선을 돌리니 GEMS 3종(엉덩이ㆍ무릎ㆍ발목)이 전시돼 있었다.

GEMS는 ‘Gait Enhancing & Motivating System(보행 향상 및 이동 시스템)’의 약자다. 근력 저하, 질환, 상해 등으로 인해 보행에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의 재활뿐 아니라 일상생활에서의 거동을 도와주는 차세대 헬스케어 로봇을 의미한다. 일반인들의 근력강화에도 활용 가능하다.

아직 상용화되진 않았지만 임상실험을 거친 ‘GEMS-Hip(젬스 힙)’을 직접 입어봤다. 골반에 허리띠처럼 착용해 보행을 도와주는 웨어러블 로봇이다.

총 착용시간은 30분. 도보ㆍ조깅ㆍ계단 오르내리기(약 500계단) 등 각종 동작으로 젬스힙을 테스트했다.

▶‘생각보다 슬림하다’= 거치대에 전시된 젬스힙과 마주한 순간 든 생각은 ‘슬림하다’였다. 로봇기계의 투박함은 느껴지지 않았다.

젬스힙은 손바닥만한 3개의 전자장치가 허리 뒷부분과 골반 좌우를 지지해 준다.

허리 뒤 본체에는 1회 충전시 2시간을 버틸 수 있는 배터리가 장착돼 있고, 골반 좌우는 구동장치로 각각의 다리 보행을 도와준다. 우측엔 온/오프 버튼이, 좌측엔 보조/운동 모드 변경버튼이 있다.

이들 삼각 전자장치 사이는 가벼운 메탈소재 봉으로 이어놨다.

봉과 봉 사이는 비어있어 기자의 옷이 그대로 노출됐다. 트렌치코트 같은 긴 자켓을 입으면 겉에서 착용 여부를 확인하기 힘들 것 같았다.

삼성전자 개발 관계자는 “일상복 안에 내복처럼 입을 수 있도록 슬림하고 가볍게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2.1kg= 젬스힙의 무게다. 무겁지 않고 착용도 간편해 한손으로 허리에 둘러 5초 만에 입을 수 있었다.

허리는 밸크로(일명 찍찍이)로 먼저 부착하고 바로 옆에 붙은 가죽벨트를 후크에 단단히 고정하는 구조다. 양쪽 다리는 버클을 끼우고 사이즈에 맞춰 밸크로 잡아당겨 붙이면 된다.

오른쪽 구동장치의 M버튼을 두번 누르니 바늘구멍만한 구멍에서 적색 불빛이 청색으로 바뀌었다. 전원이 켜지자 젬스힙은 기자 몸의 기본자세에 맞춰 초기화했다.

▶징-징-. 로봇과 걷는다= 일상 보폭으로 평지를 걸어봤다. 다리 무게감이 확 줄었다.

무릎 위 허벅지를 누군가 들어주는 느낌이다. 로봇 없이 걸을 때 힘이 10정도 들어갔다면 7정도만 쓴 느낌이다.

젬스힙의 출력은 뉴턴미터(Nmㆍ돌림힘의 크기를 나타내는 단위)로 0~12단계까지 나눠져 있다. 사용자가 원하는 힘의 상한값을 정해 놓고 보행속도와 보폭각도를 높이거나 줄이면 젬스힙이 알아서 사용자 자세에 맞춰 출력을 조정한다.

손으로 젬스힙 버튼을 눌러 조작할 수 있지만,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휴대전화나 태블릿PC로 원격조정도 가능하다.

4단계 힘으로 계단을 올라갔다. 8계단으로 된 테스트 계단에 발을 올리자 젬스힙이 ‘디디릭’하며 보행 자세를 평지에서 계단으로 재설정했다.

계단을 오르는데도 평지를 걷는 것 같았다. 젬스힙이 엉덩이를 밀어주는 것이 아니라 무릎이 평상시보다 높이 올라가고, 계단을 내려올 때는 허벅지를 단단히 잡아주는 느낌이 들었다. 이런 식이라면 등산도 헉헉대지 않고 할 수 있겠다 싶었다.

다만 움직일 때마다 모터가 돌아가는 ‘징-’ 구동음은 크진 않았지만 신경은 쓰였다.

▶출력, ‘최고’로 높였다= 4단계에서 8단계로 출력을 두배 높였다. 다리는 ‘붕뜬’ 느낌으로 훨씬 가벼워졌다. 내 힘의 10중 4정도만 쓴 느낌이었다.

좀 더 빠르게 계단을 오르락내리락했다. 20회 이상 계속했지만 숨이 차지 않았다. 평상시였으면 허벅지 근육이 긴장하면서 아파올 터였다. 참고로 기자는 운동으로 단련된 몸이 아니다.

출력을 11까지 높였다.

내 다리가 아니었다. 두 다리는 로봇머신이 됐다. 나는 오르는 동작만 취할 뿐 힘을 거의 쓰지 않고 있다는 느낌마저 들었다. 들어간 내 힘은 방향을 정하기 위한 1정도. 누워 있을 때 누군가 다리를 잡아올려 빠르게 자전거 타기를 해주는 것처럼 가벼웠다.

내가 기계를 조정하는 것이 아니라 기계가 나를 움직이고 있는 게 아닌가 싶어 빠르게 계단을 오르다 단번에 급정지했다. 젬스힙도 곧바로 멈췄다. 오름의 관성으로 기자를 약간이라도 앞으로 미는 느낌은 없었다.

▶운동도 시켜준다= 젬스힙에는 보행보조(Assist)와 함께 운동모드(Resist)가 있다.

다리를 가볍게 해줄 뿐 아니라 반대로 무겁게도 해줘 근력을 강화시켜주는 기능이다.

왼쪽 구동장치의 작은 버튼을 2~3초 길게 누르니 ‘운동기능’으로 쉽게 전환됐다. 한걸음을 떼는 순간 물속 바닥에서 물을 헤치며 나아가는 것처럼 저항이 느껴졌다. 내 힘을 평소보다 1.2배 정도 더 들여야 전진했다.

별도의 운동기구를 대신해 다리 근력을 키워주기에도 충분했다. 근력강화 기구들이 대부분 한 장소에 고정돼야 하는 것과 달리 젬스힙은 걷거나 뛰면서 공간 제약없이 사용할 수 있어 운동효과를 배가시켜 줄 수 있을 것 같았다.

▶젬스힙을 풀었다= 혼자 힘으로 걸을 때의 감각을 되찾기 위해 젬스힙을 벗었다. 입고 움직일 때 무겁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지만 젬스힙을 푸는 순간 2㎏ 무게가 몸에서 사라지는 홀가분함이 있었다.

온전히 자력으로 계단을 다섯 차례 오르내리니 금세 ‘종아리’ 앞부분이 긴장된 느낌이 들었다. 젬스힙을 입고 있을 때 ‘종아리’ 불편함은 전혀 없었던 것과는 대조적이었다.

연구실에 머문 2시간 동안 5회 젬스힙을 입었다 벗으니 이미 나의 보행 자세와 보폭에 익숙해진 젬스힙이 사라져 아쉽다는 생각이 들었다. 두 다리는 다시 무거워졌고 계단은 온전히 스스로 올라야할 대상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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