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유재훈.배문숙 기자] 경제팀이 ‘청와대 발(發) 쇼크’로 초긴장 모드에 빠져들었다. 문제인 대통령이 규제개혁안이 성에 차지 않는다며 현장 체감형으로 다시 만들어내라는 사실상 ‘최후통첩’을 내린 때문이다.
29일 정부당국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를 비롯한 경제팀은 이례적인 대통령의 경고를 전에 없이 무겁게 받아들이는 모습이다. 한 당국자는 “회의를 불과 3시간 앞두고 취소 사태가 벌어진 것은 두렵고 놀라운 일”이라며 “주문대로 개혁안을 내놓지 못할 경우 벌어질 상황을 놓고 위기감과 함께 심기일전의 분위기가 팽배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규제개혁에 대한 평점이 곧 경제팀에 대한 평가로 이어질 수 밖에 없는 절박함이 곧곧에서 묻어난다. 관련부처들은 기재부를 중심으로 오는 9월말 내놓을 예정이던 혁신성장을 위한 자체 규제개혁안을 범 정부 차원의 과제로 전환해 현장중심의 규제개혁안을 서둘러 매듭짓는다는 방침이다.
다른 한편에선 전격적인 회의 취소는 고도의 충격요법이라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취소된 회의는 지난 1월 문 대통령이 직접 주재한 1차 규제혁신 토론회에서 설정한 개혁안 방향에 대한 구체적인 액션플랜을 내놓는 사실상 중간평가 성격이 강했다. 하지만 이날 각 부처가 마련한 규제 개혁안에 사실상 ‘낙제점’을 매긴 것은 정책 실무자는 물론 공직사회 전반에 경고의 시그널을 보냄으로써 파격적인 규제 혁신 방안을 마련할 것을 주문한 포석이라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규제 칸막이’로 대변되는 부처간 소통 부족에 따른 정책혼선과 추진력 약화 등도 이참에 손을 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정부의 규제혁신이 실질적으로 기업과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는 가시적인 것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경제정책이 성장ㆍ분배 간 딜레마에 스스로 빠질 것이 아니라 산업 활성화를 우선하는 방향으로 재편돼야 한다”며 “신산업에 환상을 갖지 말고 주력산업 위기를 직시하는 것에서부터 만성적 수요 부족에 대응해 규제개혁과 구조조정 시스템을 상시로 가동해야 할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경제연구소 관계자는 “규제개혁이 비단 대기업에만 혜택을 주는 것이 아니다라는 점을 시장과 명확히 소통해야한다”며 “경제컨트롤타워인 김 부총리도 파격적인 규제개혁이 이뤄질 수 있는 실행력을 보여줘야한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정부가 규제개혁을 통한 혁신성장도 좋지만, 기업환경을 개선할 수 있는 근본적인 경제정책 방향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또 문 대통령의 강한 질책이 되레 공직사회를 더 얼어붙게 만들 수도 있다는 우려를 나타내기도 했다.
조동근 명지대 교수는 “정부가 규제 개혁을 방안을 마련하는 데 실제 현장과 전문가들의 목소리를 듣는 소통의 창구가 마련돼야 한다”며 “문 대통령이 국정 전반을 운영하는 것은 맞지만, 경제정책과 밀접한 규제 개혁은 경제 사령탑인 김동연 부총리에게 속도와 방향을 맡기는 편이 효과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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