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A vs KGB 부활’

냉전 종식후 최악 동서대립을 초래한 말레이시아 여객기(편명 MH17) 격추 사고 진상 규명을 놓고 미국과 러시아가 물러설 수 없는 치열한 ‘정보전’을 벌이고 있다. 냉전시절 미 중앙정보국(CIA)과 KGB(옛소련 국가안보위원회)의 팽팽한 기싸움이 재현된 셈이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23일(현지시간) “모스크바와 워싱턴이 MH17기를 둘러싼 정보전에 몰두하고 있다”며 특히 “미국은 서사(narrative) 주도권을 쥐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실제로 미 정보당국은 22일 이례적인 언론 브리핑 자리를 마련했다. 이날 브리핑에서 미 정보당국은 우크라이나 친러반군 진영에서 발사된 미사일이 (MH17기) 충돌과 연관성이 있다는 증거를 제시했다.

이같은 미국의 이례적 행보는 러시아 국방부가 미국의 주장을 반박한 다음에 나온 조치다. FT는 “정보당국자들이 말하는 이른바 ‘서사(narrative)’ 주도권을 쥐기 위한 시도”라고 풀이했다.

미국의 한 고위 정보관료는 러시아의 주장에 대해 “이는 희생자를 비난하는 전형적인 방식”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우리는 러시아 정부의 ‘전면압박수비’를 목도하고 있다”며 “러시아 정부는 자국 버전의 스토리 전개를 위한 언론환경을 조작하기 위해 연관성 있고 친근한 요소들을 총동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뿐만 아니라 미국은 지나친 정보 공개도 경계하고 있다. 미 정보 당국이 위성 등에서 얻은 정보를 과도하게 공개한다는 것은 적에게 정보 수집능력을 노출시키는 꼴이 된다.

존 케리 미 국무장관이 지난 20일 “미사일 발사 이미지 등 엄청난 양의 러시아군 개입 정황 증거를 확보했다”고 밝혔지만 쉽사리 공개하지 않는 이유도 같은 이유에서다.

역으로 이는 미국의 정보능력 한계를 드러내기도 한다. 미 정보당국이 펜타곤(국방부)이 수집한 기밀정보보다 소셜미디어 포스팅이나 유튜브 의존하고 있다는 사실을 고스란히 보여주기 때문이다. 단적인 예로 우크라이나 분리주의자 사령관의 트윗이나 무기 이동을 담은 동영상이 그것이다.

영국 싱크탱크 채텀하우스의 러시아 전문가 키어 길스는 “모든 사람들이 매우 선별적으로 이미지를 공개하고 있다”면서 “아무도 위성으로 확인한 것을 과도하게 밝히길 원치 않고, 그들의 정보 능력을 누설하려 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천예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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