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 피는 4월에도 주총이 가능해요?”
최근 기자와 만난 상장사 기업설명(IR) 담당자 A씨는 놀란 기색으로 이렇게 되물었다. 정기주주총회를 4월에 열어도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말을 처음 들었다는 설명이다. 그는 “정기주총을 4월에 열 수 있다는 것은 희소식”이라면서도, “3월 말까지 정기주총을 열어야 한다는 압박감이 이만저만 아니다”고 하소연을 늘어놨다.
올해도 A씨처럼 3월 말까지 정기주총을 열어야 한다는 압박감에 눈코뜰새 없이 바쁜 나날을 보낸 상장사 관계자들은 부지기수인 것으로 보인다.
금융당국이 처음으로 주총 자율분산 프로그램까지 마련했지만, 여전히 주총 쏠림 현상은 피하지 못했다.
올해 주총을 예고한 상장사 중 91%(코스피상장사 744곳 중 629곳, 코스닥 상장사 1197곳 중 1139곳)가 3월 마지막 2개 주에 주총을 열었다. 일부 유관기관 관계자들은 “그래도 그동안 주총이 심하게 몰렸던 2개주 중 금요일로의 쏠림현상은 완화됐다”며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그러나 여기저기서 들리는 투자자들의 차가운 목소리는 변하지 않았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주총 시즌에 기자가 만난 한 개인투자자는 “투자하는 회사가 기존보다 이틀 주총을 앞당겨 금요일에 하던 주총을 수요일에 참여할 수는 있게 됐다”며 “그런데 700곳의 주총이 500곳으로 줄어도 개인투자자 입장에선 투자한 회사의 주총이 겹칠 수 있는 가능성엔 큰 차이가 없기 때문에 주총 참여 애로사항은 바뀐 게 없다”고 말했다.
올해 ‘주총쏠림’은 지난해 섀도보팅(의결권 대리 행사) 일몰 여파까지 더해져 ‘주총대란’이란 평가까지 나오는 상태다.
발행주식총수 25% 이상(일반결의)의 주식을 보유한 자들(위임의결권 포함)이 주총에 참여해야 주총을 열 수 있는데 대주주의 의결권이 3%로 제한되면서 감사 선임이 제대로 진행되지 못했다.
실제로 지난달 말까지 총 1933개 상장사가 주주총회를 열었는데, 이 중 76곳이 의결정족수 부족으로 안건이 부결됐다. 감사(위원) 선임 안건이 부결된 곳이 이중 56곳으로 가장 많았다.
상장사 관계자들은 이런 ‘주총대란’을 누구보다 피하고 싶어한다. 짧은 기한 내 주총을 열어야 하는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기 때문이다.
특히 중소형 상장사들은 회사마다 회계 인력이 1~3명에 불과해 빡빡한 주총 일정을 맞추기조차 어렵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주총 분산에 가장 걸림돌이 되는 것은 ‘결산(재무제표 작성)ㆍ감사 일정’이다. 2월 초 결산에 대한 감사를 의뢰하고 4~5주 감사를 받으면 벌써 3월 중순이 되는 게 현실이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4월에 주총을 열기 위해선 상장사들이 변화를 줘야 할 것이 두 가지다.
우선 ‘결산’과 ‘주주명부 폐쇄’를 분리해서 바라봐야 한다. 지금까지는 ‘결산’과 ‘주주명부 폐쇄’를 항상 같은 시기에 해야하는 것으로 봐왔다.
그래서 ‘감사’를 받으면서도 ‘주총’까지 준비하는 업무 과중에 상장사 관계자들이 시달렸던 것이다.
결산을 12월 기준으로 해도, 주주명부 폐쇄를 1월에 하면 상법상 상장사들이 정기주총을 4월에 여는 게 가능하다.
두번째는 회사들이 감사보고서를 내놓은 뒤 꼭 주주총회 승인을 얻는 관행을 버리는 것이다. ’주주총회에서 승인받지 않은 감사보고서‘로 사업보고서를 내고 법인세를 신고하는 게 가능하다.
그럼에도 대부분의 상장사들은 법적으로 이것이 가능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 감사보고서로 사업보고서를 제출하고 법인세를 신고한 뒤에, 이를 주총에 활용할 수 있다는 인식이 확산되면, 4월에 주총을 여는 기업이 대폭 늘어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 두가지 큰 변화를 위해서는 ‘상장사들의 정관 변경’이 반드시 뒤따라야 한다.
주주들에게 바뀐 상황에 대한 이해를 구하는 과정까지 포함하면 적어도 이를 위해 1~2년은 더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당국과 유관기관 관계자들이 “상장사들의 정기주총을 1~2일 앞당겼다”는 평가에만 만족하는 듯해 씁쓸하다. 이런 근본적인 변화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 건 무슨 이유 때문일까. 2018년 3월 주총은 이래저래 아쉬움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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