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합의 존중…보완대책 마련에 협조” 정치권도 “아쉬운 점은 있지만 필요한 일” 양대 노총 “근기법 개악” 실력행사 예고 노동계 내부서도 강성노조 비판 목소리
5년 만에 이뤄진 여야간 합의에 노동계가 거세게 반발하며 균열을 일으키고 있다.
2013년 국회에서 근로시간 단축을 위한 법 개정 논의가 시작된 후 처음으로 상임위원회를 통과했지만 노동계 일부에서 ‘개악’이라는 표현까지 동원하며 강하게 반발하고 나서 향후 적잖은 갈등이 예상된다.
이에 반해 경영계는 ‘탄력적 근로시간제’ 등 기존에 자신들의 요구 사항이 반영되지 않았지만, 이번 합의 자체를 존중하며 향후 ‘보안장치 마련’에 협조하겠다는 입장을 발표해 대조된 모습을 보였다.
심지어 노동계 이해를 대변해온 정의당 조차 “아쉬운 점은 있지만 필요한 일”이라고 평가한 상황이어서 노동계의 ‘나홀로 반대’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한층 높아질 전망이다.
28일 재계와 노동계에 따르면 국회 환경노동위원회가 마라톤 회의 끝에 27일 새벽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처리한 후 이어진 재계와 노동계의 공식 반응에는 극명한 온도차가 감지됐다.
재계는 이번 합의에 대해 경영 불확실성 해소 측면에서 환영의 뜻을 보이며 공휴일 유급화, 특혜업종 축소 등에 대해서는 영세기업의 부담을 이유로 추가적인 보완 입법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내놨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는 “오랜 기간 대법원 판결과 입법 지연에 따른 불확실성을 해소하고 산업현장의 연착륙에 대한 고민이 반영된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기존 환노위 3당 간사 합의(안)에서 더 나아가 공휴일 유급화, 특례업종 5개로 축소 등은 여러 문제를 초래할 것으로 우려된다”면서 “향후 보완입법이 이뤄지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역시 “환경노동위원회 고용노동소위와 전체회의에서 근로시간 단축 법안 의결이 고질적인 장시간 근로관행을 개선하고, 효율적인 근로문화를 정착시키는 계기가 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며 “영세기업의 부담 가중 등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하지만 여야 합의에 대한 노동계의 톤은 달랐다.
한국노총과 민주노총 등 양대 노총은 “위법한 행정해석에 면죄부를 준 것”이라거나 “법원의 판례와 정면 배치된다”며 강력 반발했다.
금속노조 역시 “새벽을 틈타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한 근로기준법 개악안은 절대 동의할 수 없다”고 못 박았다.
노동계는 이번 합의를 무산시키기 위한 ‘실력 행사’까지 예고하고 있다. 노동계의 반발로 어렵게 재개된 ‘노사정 대화’가 삐걱거릴 우려 마저 제기되고 있다.
민주노총은 “환노위원장의 독선과 독단 등 노동계를 무시하는 일련의 행태가 집권여당이 노동계를 국정운영의 파트너가 아닌 도구로만 바라보고 있는 것”이라며 “집권여당이 명확한 입장과 책임있는 조치가 없다면 이후 노정관계는 물론 노사정 사회적 대화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금속노조는 “근로기준법 개악안의 철회 요구를 국회가 거부할 경우, 한국노총은 노사정 대표자회의 등 노정대화 참여를 제고할 것을 주문한다”고 했다.
노동단체들의 이 같은 입장에 어렵게 첫발을 내디딘 ‘근로시간 단축’이 닻을 올리기도 전에 원점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노동계의 반발과 주장은 너무 과도한 측면이 있다”며 “근로시간 단축이라는 방향성을 놓고 노동 현실의 다양성 등을 고려한 합리적인 방안을 찾는 노력이 더욱 필요한 때”라고 말했다.
노동계 내부에서도 이견이 나오는 상황이다.
한 노동계 관계자는 “일부 강성의 목소리가 마치 노동계를 대표하는 것으로 비춰지는 모습”이라며 “(이번 여야 합의에 대한) 더욱 통일된 노동계의 목소리를 마련해야 된다”고 말했다.
이승환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