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국채금리 급등에 위험자산 선호 심리 위축 -외인ㆍ투신권에서는 지수상승 베팅 나서 -“금리 안정 전까지 저가매수 지양해야”

[헤럴드경제=최준선 기자] 지난달 말 900선 위에서 질주하던 코스닥 지수가 최근들어 연일 하락세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미국의 국채금리 급등이 위험자산 선호심리를 위축시켜 글로벌 증시 급락으로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국내에서도 외국인의 역대급 매도세가 몰리고 있는 탓이다. 그동안 코스닥 지수를 견인해 왔던 정책 기대감도 사그라들고 있어 ‘장기 조정’이 목전에 왔다는 우려와, 최근 하락장을 ‘저가매수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조언이 서로 부딪히고 있다.

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닥 지수는 지난달 30일 이후 나흘 연속 하락세를 나타내며, 최근 고점(932.01) 대비 3.5%가까이 급락했다. 지수 하락을 이끈 것은 외국인이었다. 외국인은 지난 2일 하루에만 2865억원을 순매도하며 3거래일 연속 일일 순매도 역대 최고치를 새로 썼고, 지난 한 주 동안 코스닥 시장에서 팔아치운 코스닥 주식만 7797억원에 달했다.

외국인을 필두로 한 코스닥 조정세의 배경에는 미국 내 물가상승 전망에 따른 국채금리 급등이 자리했다. 지난 2일(현지시간) 미국의 10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2.852%로 뛰어 4년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날 발표된 1월 미 고용지표에서 근로자의 시간당 평균 임금 상승률이 지난 2009년 6월 이후 가장 높은 2.9%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나자, 미 연방준비제도(Fedㆍ연준)가 기준금리 인상에 속도를 낼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린 것이다. 이는 위험자산으로 평가되는 증시 내 자금이탈을 부추겼고, 지난주 다우존스 30 산업평균지수와 나스닥지수는 전주보다 각각 4.12%, 3.53% 급락했다. 특히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는 3.85% 급락해 2016년 미 대통령 선거 이후 최대 낙폭을 나타냈다.

증시가 주춤하자 지수를 추종하는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에서도 자금유입이 위축됐다. 지난주 코스닥150 지수를 추종하는 10개 ETF 종목(지수 하락에 베팅하는 인버스ETF 제외)에서는 131억원의 자금이 빠져나갔다. 특히 지수 등락률을 2배로 따라가는 ‘미래에셋TIGER코스닥150레버리지’, ‘삼성KODEX코스닥150레버리지’, ‘KBKBSTAR코스닥150선물레버리지’ 등 레버리지ETF 세 종목에서만 321억원의 자금유출이 나타났다. 그 전주까지만 해도 8653억원의 자금이 코스닥ETF에 유입된 것과 상반되는 흐름이다.

그러나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최근 하락장을 저가매수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조언이 나오고 있다. 오태동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 당분간 상승 추세에서 움직이겠지만, 속도 측면에서는 현 시점이 상반기 중 가장 가파른 국면이 가능성이 높다”며 “금리의 상승속도가 완만해지면 주식시장의 위험자산 선호심리는 다시 회복될 것이기 때문에, 최근 투자심리 위축에 따른 조정을 매수기회로 활용할 만하다”고 조언했다.

실제 일부 투자주체는 지난 2일을 기점으로 ETF 시장에서 저가매수에 나서고 있다. 펀드자금을 의미하는 ‘투신’계정은 코스닥 지수가 장중 930선을 돌파했던 지난 30일 이후 사흘 연속 ETF 시장에서 매도세를 나타냈으나, 지난 2일 ‘사자’로 전환해 710억원어치 저가매수에 나섰다. 외국인 투자자들도 지난 2일 코스닥ETF를 40억원어치 사들이는 한편, 지수 하락에 베팅하는 인버스ETF는 순매도했다.

반면, 글로벌 금리가 안정을 찾기 전까지는 당분간 저가매수를 유보해야 한다는 시각도 제시됐다. 서향미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내의 경우 최근 산업생산과 수출 등이 연말, 연초, 구정 연휴 등 조업일수 영향으로 변동성이 높고, 물가도 예상치를 밑돌고 있다. 일부에서 국내 채권시장이 글로벌 추세와 다른 모습을 보일 수 있다는 기대를 내놓고 있는 이유”라면서도 “그러나 이같은 ‘비동조화’에 대한 기대는 글로벌 금리가 어느 정도 진정된 이후에나 기대할 수 있는 것으로, 시장이 안정을 찾기 전까지는 저가매수 신중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