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발표된 주거복지로드맵에는 고령층을 위한 주거지원 방안으로 연금형 매입임대제도 도입안이 포함되어 있다.

연금형 매입임대제도란 고령자가 주택을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 매각하고 공공임대주택에 거주하며 일정기간 매각대금을 연금식으로 분할지급 받고, LH는 구입한 주택을 리모델링 후 청년들에게 임대하여 공공임대주택으로 활용하는 방안이다.

한국 고령층의 자산이 주택에 집중되어 있고, 노후 소득보장이 미흡하다는 점에서 주택연금 이외에 주택자산을 유동화하는 다양한 방안이 모색되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기존의 주택연금이 공적 역모기지 제도라면, 연금형 매입임대는 공적 다운사이징(Down-sizing) 제도이다. 주택연금의 경우 보유주택에 지속적으로 거주하는 반면, 연금형 매입임대주택의 경우 보유주택을 매각하고 공공임대주택에 거주하게 된다.

노후소득 준비가 부족한 한국 고령층의 경우, 경제적 동기만을 고려할 때 주택 다운사이징은 매우 합리적인 대안이다. 하지만 일반적인 주택 다운사이징의 경우 주거의 안정성이 현격히 떨어지는 문제가 발생한다.

주택 다운사이징을 통한 자금 확보를 위해서 고령자는 주택 매각 후 기존 주택보다 저렴한 주택을 구입하거나, 임차를 해야 한다. 저렴한 주택을 구입하기 위해서는 기존 주거지역이 아닌 곳으로 이동해야 할 가능성이 크고, 임차의 경우 장기거주 보장이 되지 않는다.

반면 연금형 매입임대의 경우 공공임대주택에 거주함으로 장기거주가 보장된다. 하지만 자가주택에서 공공임대주택으로 주거의 이동은 고령층의 수용범위를 넘는 큰 변화일 수 있다.

고령화를 먼저 경험하고 있는 유럽, 일본 등에서 강조되는 있는 고령층 주거의 특성은 노후에 주거지의 이동을 극히 꺼린다는 점이다. 이에 주목하여 고령층의 복지 정책에 있어서 기존 삶의 터전을 변경시키지 않을 수 있는(Aging in place) 지원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중요해지고 있다. 주거의 안정성은 고령층에게 특히 중요한 요소이다.

영국의 경우 공공임대의 활용은 아니지만, 고령층이 자신의 집을 매각 후 다시 임차하는 상품(Home Reversion)이 존재한다. 하지만 연금형 매입임대의 경우 고령자의 집은 청년들을 대상으로 한 공공임대주택으로 활용하고, 고령자에게는 다른 공공임대주택을 공급한다.

이런 우회적인 방안을 선택한 이유는 고령자의 집이 다가구가 거주 가능한 형태의 주택을 상정하였기 때문일 것이다. 하나의 공공임대주택을 공급하는 대신, 여러 가구의 공공임대주택을 확보할 수 있다는 기대이다.

여기서도 간과되고 있는 점은 다가구 거주가 가능한 주택의 경우, 고령자가 이미 임차를 통하여 소득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에 주택 다운사이징의 필요성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즉 주택의 상태가 임차를 하기 힘들어 리모델링의 비용이 많이 소요되거나, 다가구의 거주가 부적합한 주택을 보유한 고령층들이 연금형 매입임대 제도를 활용할 유인이 커, 기대했던 매칭 효과가 크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물론 지금은 새로 도입되는 제도의 성공 여부를 논의할 시점이 아니다. 상대적으로 주거지원의 사각지대에 있는 고령층에게 다양한 주거지원 방안을 모색하고, 새로운 주택자산 유동화 방안을 도입한 것은 격려하고 환영할 일이다.

다만 보다 실효성 있는 지원책이 될 수 있도록 고령층 수요에 대한 심도 있는 이해를 바탕으로 건설적인 비판과 검토의 과정이 필요하다. 제도의 성공적 정착 여부는 얼마나 지속적으로 제도의 효과와 한계를 모니터링하고, 이를 반영하는 지난한 과정을 거치는가에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