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예산 52억원을 댓글활동비로 지급 -‘공범’ 원세훈은 추가 조사 후 기소 예정

[헤럴드경제=김현일 기자] 이명박 정부 시절 민간인이 동원된 ‘댓글부대’ 운영 실무책임자로 지목된 민병주(59) 전 국가정보원 심리전단장이 재판에 넘겨졌다. 지난 8월 검찰의 MB정부 국정원 수사가 시작된 이후 첫 기소자다.

서울중앙지검 국정원 전담 수사팀은 7일 민 전 국장을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국고 손실과 위증 혐의로 구속기소했다고 밝혔다.

이로써 지난 2013년 국정원의 불법 대선개입 활동을 주도한 혐의(공직선거법 위반 및 국정원법 위반)로 불구속 기소돼 재판을 받아왔던 민 전 단장은 다른 혐의로 4년 만에 또 법정에 서게 됐다.

검찰에 따르면 민 전 단장은 2010년 12월 14월부터 2012년 12월 31일까지 국정원 심리전단의 지시를 받고 사이버상에서 불법 선거운동 및 정치관여 활동을 한 외곽팀장들에게 활동비 명목으로 52억5600만원의 국정원 예산을 지급한 것으로 드러났다.

현재까지 수사 결과 MB정부 국정원이 2010년 1월 13일부터 2012년 12월 31일까지 2년11개월에 걸쳐 사이버 외곽팀에 국가 예산을 지급한 것으로 확인됐지만 민 전 단장의 책임이 있는 기간은 그 중 일부로 본 것이다. 민 전 단장은 2010년 12월 3일부터 박근혜 정부 출범 초기인 2013년 4월 12일까지 심리전단장으로 재직했다.

검찰 관계자는 “외곽팀은 인터넷 사이트 토론글이나 댓글, 트위터 등을 통해 대통령과 정부, 여당 정치인들을 지지ㆍ찬양하거나 야당 정치인과 야당이 추진하는 정책을 반대ㆍ비방하는 불법 선거운동 및 정치관여 활동을 전개했다”고 밝혔다.

구속영장 청구 당시보다 기소 단계에서 국고손실 액수가 늘어난 것에 대해 검찰은 트위터 활동 관련 영수증과 관련자 진술을 근거로 금액을 추가했다고 설명했다.

검찰 관계자는 “국정원에서 추가 제출한 영수증은 주로 트위터에서 활동하는 외곽팀에 지급한 활동비 내역이었다”며 “트위터 외곽팀은 활동기간이 비교적 짧았다”고 설명했다. 수사팀은 민 전 단장이 국가 예산을 정해진 목적을 벗어나 사용했다고 판단하고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국고손실 혐의를 적용했다.

민 전 단장은 또 2013년 9월 2일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1심 공판에 증인으로 나와 ‘사이버 외곽팀의 존재를 몰랐다’는 취지로 허위 증언한 혐의(위증)도 있다. 수사팀은 민 전 단장이 사이버 외곽팀의 존재와 활동 상황을 잘 알고 있으면서 거짓 증언을 했다고 판단했다.

앞서 민 전 단장은 지난 달 19일 같은 혐의로 구속돼 검찰 조사를 받아 왔다.

한편 민 전 단장과 함께 공범으로 지목된 원 전 원장의 기소는 미뤄졌다. 검찰은 현재 원 전 원장을 상대로 민 전 단장 재직기간 이외의 범행을 비롯해 국정원이 추가 수사의뢰한 ‘박원순 서울시장 제압 ’, ‘문화예술계 인사 퇴출 압박’, ‘공영방송 장악’ 등을 수사하고 있다.

원 전 원장은 추석연휴 직전인 지난 달 26일 검찰에 피의자로 소환돼 한 차례 조사를 받은 바 있다. 검찰 관계자는 “추가 수사의뢰된 부분을 포함해 원 전 원장을 처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