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서 기업하기 얼마나 힘든지 실감” 외신 비판속 국내는 경총만 논평 “우리 기업들은 이미 글로벌 수준에 도달했는데 정치 환경은 이를 따라가지 못합니다. 대통령이 지원을 강하게 요구하는 상황에서 경영 현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는 이유만으로 ‘수동적 뇌물’이 된다면 기업인 입장에서는 정말 억울할 수 밖에 없지 않나요?” (10대 그룹 관계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1심 선고 후폭풍이 거세다. 재계는 이번 재판 결과가 반(反)기업ㆍ반(反)재벌 정서와 여론에 큰 영향을 받은 것 아니냐는 의심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 재계는 반기업 반재벌 정서와 여론의 지나친 쏠림이 한국 기업들의 숨통을 옥죄고, 결국 기업의 경쟁력과 브랜드를 떨어뜨리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지난 25일 이 부회장의 1심 선고 후 경제단체를 비롯한 재계는 침묵을 지켰다. 표면적으로는 사법부의 판단을 존중한다는 취지지만 실상은 문재인 정부가 추진중인 강력한 재벌개혁 정책에 대한 ‘두려움’이 크게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이에 반해 일부 외신들은 한국의 반재벌 정서에 따른 여론 재판적 측면을 지적했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반재벌 정서가 강한 한국 여론의 눈치를 본 판결”이라며 “한국 최대 대기업에서 총수가 경영을 지휘할 수 없는 비정상적인 상황이 이어질 수밖에 없게 됐다”고 지적했다. 미국의 블룸버그TV도 “특검의 재판 운영은 엉망이었고 결정적인 유죄의 증거도 없었다. 유죄라는 재판 결과가 나온 것이 놀랍기만 하다”고 논평했다.

국내에서는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만 “이 부회장의 장기 경영공백에 따른 부작용이 우려된다”는 비공식 의견을 내놨다. 재계 관계자들도 익명을 전제로 조심스럽게(?) 울분을 토했다.

한 30대 그룹 고위 관계자는 “기업 입장에서는 기업 활동이 한국 정치사의 굴곡과 떼려야 뗄 수 없다는 사실에 정말 참담하기만 하다. 대한민국에서 기업을 한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새삼 느끼고 있다”고 토로했다.

수출로 생존하는 나라에서 목숨 걸고 글로벌 경쟁을 하고 있는 우리 기업과 기업인들이 국내 정치 상황에 얽혀 폄훼되는 것이 안타깝다는 평가도 줄을 이었다.

한 10대 그룹 관계자는 “특히 총수 공백 상황에서는 신규투자 및 고용은 물론 급변하는 글로벌 환경에 신속한 대처와 의사결정이 불가능한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5대 그룹 관계자는 “우리 경제를 위해 서로 협력해야 할 정부와 기업이 이제는 정경유착이라는 의심의 눈초리 때문에 만나지도, 말을 할 수도 없는 상황이 된 것 아니냐”면서 “정말 잘못한 일이라면 벌을 받는 게 당연하지만 이번 사건의 본질은 대통령의 요구를 기업이 거절하기 어려웠다는 것 아닌가”라고 되물었다.

배두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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