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이승환 기자]“IFA나 CES 등과 같은 국제적인 가전 행사에 이재용 부회장이 공식 일정을 잡지는 않지만 행사 기간 현지에서 거래 관계자들을 만나 큰 사업 계약을 맺거나 향후 비즈니스 협력 관계를 위한 네트워크를 다졌습니다. 하지만 올해는 이런 활동이 불가능한 상황입니다.”
이재용 부회장은 올해 초 열린 세계 최대 가전 전시회 CES 2017과 바를셀로나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WC 2017)에 불참했다.
25일 1심 선고를 앞둔 이 부회장은 선고 결과와 상관 없이 다음달 1일 독일 베를린에서 열리는 IFA 2017에도 참석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수년째 이 부회장이 다져온 글로벌 네트워크에 균열이 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23일 전자업계에 따르면 이 부회장은 2012년 5월 이탈리아 자동차회사 피아트크라이슬러그룹(FCA)의 지주사인 엑소르의 사외이사를 맡으면서 국제 무대에 본격적으로 데뷔했다. 2013년 중국 보아오포럼 신임 이사로 선임된 이 부회장은 중국 지도자와 글로벌기업 경영진과의 폭넓은 협력관계를 구축하며 국제 활동의 보폭을 넓혀왔다.
글로벌 기업의 최고경영자(CEO)들이 참석하는 국제 행사에서 스킨십을 확대하는데도 주력했다. 이 부회장은 2011년부터 매년 7월이면 미국 투자사 앨런앤컴퍼니가 아이다호주에서 개최하는 선밸리 콘퍼런스에 참석했다.
업계에선 이 같은 이 부회장의 행보가 삼성전자의 무형 자산으로 기업 경영에 큰 자산이 됐다고 분석한다. 올해 들어 사상 최대 실적을 새로 쓰고 있는 배경에 이 부회장의 글로벌 네트워크가 한 몫했다는 얘기다.
하지만 작년말부터 국제 무대에서 이 부회장의 모습은 사라졌다. 특히 이 부회장은 4월 엑소르 사외이사진에서도 물러났다.
엑소르는 작년말 삼성전자가 인수한 미국 전장기업 하만의 파트너이기도 해, 사외이사 배제가 이 부회장의 글로벌 네트워크 약화를 가져오고 삼성전자의 글로벌 경영에도 지장을 주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많다. 이는 삼성전자의 미래 경쟁력을 우려하는 목소리로 이어진다.
재계 관계자는 “산업계의 글로벌 플레이어와 투자자들은 오너의 비전과 철학을 그 회사와 협력할지의 핵심 배경으로 삼는다”며 “삼성은 작년부터 투자자들에게 이런 기회를 제공할 네트워크 구축이 사실상 전무했다”고 말했다.
‘이 부회장 부재’는 삼성전자의 국내 행사에도 상당한 변화를 강제하고 있다. 수년간의 투자와 연구개발 등으로 이뤄낸 성과를 공식적으로 알리는 동시에 내부 구성원의 노고를 격려하는 행사들이 올해들어 생략되고 있다.
실제 삼성전자는 16조원을 투자한 평택 반도체공장의 준공식을 큰 규모로 개최하려다 지난달 약식 행사인 출하식으로 대신했다. 이 부회장을 비롯한 삼성전자 경영진과 남경필 경기지사 등이 참석한 2015년 5월 기공식 때와 대조적인 모습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작년말부터 향후 경영이나 사업에 큰 영향을 주는 굵직한 결정들이 이뤄지지 않는 것이 사실”이라며 “예정된 행사들은 진행은 하지만 아무래도 과거에 비해 침체된 분위기에서 치뤄지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