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실손보험 감리결과 “21개사 40만건 과다산출”

보험업계 “전체의 1%불과” “새정부 코드 맞추기” 반발 [헤럴드경제=한희라 기자]보험료 전쟁이 시작됐다. 가격 경쟁이 아니라 보험료 산정을 두고 감독 당국과 보험사 간의 압박과 반박이다.

금융상품은 실체가 없다. 특히 보험상품은 가격산정 체계가 가장 복잡한 상품으로 꼽힌다. 당국은 이런 보험의 가격 적정성을 따져 인하 가능성을 찾겠다는 입장이다. 보험사는 보험료 산출 원칙에 따라 제대로 책정했다며 반박하고 있다.

28일 금감원은 실손의료보험을 판매 중인 24개 보험사 가운데 21개사 40만건의 보험료 산출에 문제가 있다고 밝혔다. 최소 100억원 이상의 보험료를 과다하게 걷은 것으로 추산했다. 국민적 관심이 높은 실손의료보험료을 대상으로 금융감독원이 처음으로 보험료 감리를 진행한 결과다.

금감원에 따르면 2008년 5월부터 실손보험을 판매한 생보사들은 가입자의 자기부담률을 20%(보장률 80%)로 적용하다가 2009년 10월 상품 표준화 이후 자기부담률을 10%(보장률 90%)로 낮췄다. 9개 생보사는 통계가 축적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표준화 전 보험상품의 보장률이 낮음에도 표준화 후 상품보다 비싼 보험료를 받았다. 주로 60세 이상 계약자를 중심으로 5만건으로 나타났다. 금감원은 이들 계약을 갱신할 때 보험료를 약 15% 낮출 것을 권고했다.

2014년 8월부터 생ㆍ손보사들이 판매한 노후실손보험도 일부 보험료가 과다 책정된 것으로 조사됐다. 노후실손보험은 자기부담률이 30%로 높은 편이고, 손해율(보험료 수입액 대비 보험금 지급액)은 70%로 안정적이다. 그런데도 보험사들은 판매 초기 통계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손해율이 100%를 넘는 일반 실손보험의 통계를 가져다 노후실손보험료를 책정했다. 10개 생·손보사가 판매한 노후실손보험 가운데 약 2만6000건이 이에 해당한다.

금감원은 “통계가 쌓이지 않으면 보험료를 조정하지 않아야 하는데 보험료를 인상했다”면서 “이는 부당한 행위”라고 지적했다.

이 밖에 보험료를 산정할 때 쓰이는 손해진전계수(LDF)를 주먹구구식으로 반영한 경우, 보험료 인상률이 높게 나오는 손해율 예측 모형을 써 결과적으로 보험료가 지나치게 오른 경우, 보험사의 사업비로 쓰이는 부가보험료 비중(업계 평균 총보험료의 30% 안팎)을 40% 넘게 책정한 경우 등이 드러났다. 이같은 경우에 해당하는 손보사계약 약 33만건도 0.5∼2.0%의 보험료 인하 요인이 있다고 금감원은 설명했다.

금감원은 이번에 적발된 총 40만6000건에 대해 보험사들의 소명을 듣고, 이후 해당 보험사와 상품 명칭을 공개하면서 기초서류 변경을 권고하기로 했다.

하지만 이에 대해 보험사들은 감독당국이 새 정부 코드 맞추기에 급급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보이고 있다. 실손의료보험 가입자 3400만명 가운데 문제가 된 건은 1% 가량으로 대부분의 계약에는 문제가 없다는 주장이다.

한 생보사 관계자는 “잘못 책정된 실손보험이 40만건에 100억원이라면 1건당 2만5000원이 잘못 책정됐고 10년으로 나누면 연간 2500원이다”면서 “나머지 99%는 문제가 없는데도 마치 전체 보험료 산정에 문제가 있는 것처럼 받아들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노후 실손과 관련해서도 한 손보사 관계자는 “상품 출시 때 감독당국과 표준화 실손보험 연계율로 운영하기로 사전 협의한 것”이라며 “향후 보험료 동결에 대해서는 손해율을 감안해 검토하겠지만 이미 판매한 계약은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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