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19번째 군부 쿠데타로 역사 시계가 거꾸로 흐르고 있는 태국에선 최근 시위대 8명이 ‘손가락 인사’ 때문에 붙잡혔다. 엄지와 새끼 손가락을 접고 검지, 중지, 약지만을 들어올리는 ‘세손가락 인사’를 했다는 이유에서다. 태국 군부가 ‘세 손가락 인사’를 이유로 무고한 시민을 체포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태국에선 독재에 저항하는 의미로 이러한 제스처를 쓰고 있다. 영화 ‘헝거 게임’(The Hunger Games)에서 이런 의미로 쓰인 제스처인데, 태국의 쿠데타 반대 시민들은 세손가락만 들어올려 서로 인사를 나 누고, 입을 가리는 식으로 저항을 표시했다.
군부는 이 세손가락 인사를 단속하기 위해 군경을 추가 배치하기까지 했다. 군부는 온라인과 오프라인 언론을 통제하고 5인 이상이 밖에서 모이는 행위를 금지시키고 있다. 그러자 시민들은 저항을 상징하는 다양한 몸짓을 고안해 쓰기 시작했다.
쿠데타 반대 시민들은 주로 농민, 도시 빈민 등 잉락 친나왓 총리를 옹호하던 이들이다. 친 탁신 세력인 ‘레드셔츠’ 운동가 솜밧 분가마농이 지난 5일 군부에 체포되자, ‘우리는 모두 솜밧’(We are all Sombat)’이란 페이스북이 개설되며 다양한 몸짓이 나왔다. 이 페이스북에는 ‘오른 팔의 세손가락을 하루에 3번 오전 9시, 오후1시, 오후5시에 30초씩 들어라”라고 침묵의 시위를 하는 방법을 안내하고 있다.
전체주의에 반대하는 조지 오웰의 소설 ‘1984’를 일부러 손에들고 다니는 사람들도 있다.
정치 상징이 넘쳐나는 곳은 태국 뿐이 아니다. 지난해 터키에선 붉은 원피스 차림의 여성 사진이 트위터와 페이스북을 타고 확산되면서 반정부 시위의 상징이 됐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총리가 정치와 종교의 분리를 헌법으로 규정한 터키에 이슬람 가치를 도입하면서, 낙태금지법 등으로 여성 인권이 침해됐다고 본 여성들이 여성성을 상징하는 붉은색 원피스에 스카프를 두르고 탁심 광장에 모여들었다. 올해까지 이어진 반정부 여론을 차단하기 위해 에르도안 총리는 SNS를 차단시키기도 했다.
민주화 요구는 아니지만, 우크라이나 친서방 정부에 반대하는 옛 소련 향수를 지닌 동부 주민들이 러시아의 상징들을 들고 있다. 동부 지역 관공서를 무력으로 점거한 친러 세력은 오렌지색 바탕에 검은색 3줄이 그려진 휘장을 두르고 두르고, 어깨에다 똑같은 그림의 리본을 달았다. ‘성 조지 리본’이다. 러시아 황실 군대의 전통적 상징으로, 1769년 러시아 여제(女帝) 예카테리나 2세가 최고 무공 훈장으로 수여한 것이 기원이다. 검은색은 ‘화약’을, 오렌지색은‘불’을 의미한다. 러시아 승전 기념일인 지난달 9일에는 이 성조지 리본 캠페인이 벌어지기도 했다. 우크라이나 동부 주민은 자신들의 뿌리는 러시아임을 이 상징으로 웅변하고 싶었던 것이다.
태국, 우크라이나, 터키, 이집트 등의 정정불안이 어느해보다 고조되고 있다. 최대 스포츠 축제인 월드컵 개최국 브라질에서조차 반정부 시위가 들끓고 있다. 21세기에 자유와 저항정신, 신념을 표시하는 새로운 은유들이 SNS를 타고 넘치고 있다.
한지숙 국제팀 차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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