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투표 반드시 한다” 80% 이상 - 정부 등에 의견 개진 64.3%가 “안 해” - “참여해도 안바뀌더라” 회의주의 팽배 [헤럴드경제=원호연 기자] 선거철이 다가오면 시민들의 눈과 귀는 후보자들의 말과 행동 하나하나에 쏠린다. 그러나 투표가 끝나면 시민들의 정치참여는 사실상중단된다. 자신의 이해관계를 위해 정부나 지자체에 적극 의견을 개진하는 일은 극히 일부에만 국한된다. 민주적 시민교육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오는 5월 9일 열리는 제 19대 대통령 선거는 박근혜 대통령 헌정 유린과 이에 따른 탄핵, 세월호 인양과 맞물리면서 어느 때보다 높은 투표율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반드시 투표하겠다”는 응답이 87.2%에 달하기도 했다.
지난해 12월 한국행정연구원이 국민 8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발표한 2016년 사회통합실태조사에 따르면 우리 시민들은 투표 참여를 중요한 의무라고 생각하고 있다. 투표의 중요도를 7점 만점으로 묻는 질문에 평균 5.8점으로 답했다. 특히 ‘매우 중요하다(7점)’으로 답한 응답비율이 39.1%에 달했다.
지인들과 정치적 이슈를 소재로 대화를 한 경험도 69.3%로 비교적 높아 정치 이슈에 대한 단순 관심도가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선거에 대한 관심과는 달리 직접적인 정치 참여 열기는 그리 높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정부나 언론에 자신의 의견을 제시해 본적이 없으며 향후에도 할 의향이 없다는 응답이 66.4%에 달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가구 소득이 100만원 미만이거나 학력 수준이 낮을 수록 정치참여에 부정적인 것으로 나타나 복지 정책의 수요자가 스스로 목소리를 내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
흔히 온라인에는 정치적 이슈에 대한 글이 넘쳐난다고 생각하지만 이 역시 일부 시민에 국한된 활동이다. 정치 및 사회 현안에 대해 온라인 상 의견을 피력한 적이 전혀 없고 향후에도 할 의향이 없다는 응답이 64.3%에 달했다.
이처럼 우리 시민들이 소극적인 정치 참여 태도를 갖게 된 것은 정부가 시민들의 요구에 귀를 기울이지 않을 것이라는 불신이 깔려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국민의 의견이 관심이 없다고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에 절반이 넘는 50.8%가 동의한다고 답했다. 특히 이같은 응답이 2015년 44.6%에서 큰 폭으로 늘어 박근혜 국정농단 등 일련의 헌정유린 사태가 정치에 대한 불신을 키운 것으로 나타났다.
정치를 불신하는 시민들은 결국 “참여해도 바뀌는 것은 없다”는 회의주의적 태도를 나타내고 있다. “본인이 정부가 하는 일에 어떠한 영향도 미칠 수 없다고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에 “동의한다”고 답한 응답이 46.6%에 달했다.
장은주 영산대 철학과 교수는 저서 ‘시민교육이 희망이다’에서 “우리나라를 제도적으로 민주주의 국가가 아니라도 말할 수 없지만 시민들의 기본권 보장이나 사회에 대한 민주적 통제 등 차원에서는 결함이 많은 ‘결손 민주주의’”라고 규정하며 “사회의 모든 구성원이 자신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 모든 중요한 사회ㆍ정치적 의사 결정 과정에 스스로 참여해 자신의 이해관계와 의사를 표현하고 반영해야 제대로 된 민주주의”라고 지적했다.
장 교수는 “민주적 시민은 하늘에서 뚝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형성되고 교육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제 2차 세계대전 이후 1990년대 까지 분단을 겪었던 독일은 교육지침을 둘러싼 이념갈등을 해소하기 위해 민주시민 교육의 원칙에 합의했다. ▷교화 및 주입식 교육 금지 ▷수업 중 실제와 같은 논쟁적 상황 유지 ▷정치성 행위 능력 강화를 핵심으로 한 보이텔스바흐 합의가 그것이다.
장 교수는 “교육이 특정 정파의 이해관계나 정략으로부터 독립적이어야 하지만 건강한 시민의 육성이라는 근본적인 정치적 목적까지 망각해선 안 된다”며 민주시민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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