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이란 지하철 안, 이동상인의 물건 판매가 한창이다. 가벼운 먹거리부터 휴대전화 이어폰까지 상품의 종류도 다양하다. 적극적 관찰자 입장에서 바라보는 이국의 지하철 풍경은 훌륭한 학습의 장이다. 현지 사회의 중심부로 한 걸음 더 들어갈 수 있는 좋은 기회와 다름없다.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아동용 장난감을 쳐다보고 있는 외국인 승객을 지나치지 않고 페르시아 상인의 후예가 먼저 묻는다. “관심 있어요? 사실래요?”

#2. 테헤란 북부 니아바란의 교차로, 신호를 기다리는 차가 커다란 무리를 이루고 있다. 좁은 차 사이사이를 뛰어다니며 신호가 바뀌기 전에 물건을 파는 이동상인의 모습이 마치 곡예사 같다. 한 젊은 친구는 밸런타인데이를 노리고 하트 모양 풍선을 들고 나왔다. 정교일치 이슬람공화국이지만 세속화된 이란 사회를 고려하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큰맘 먹고 한국인 운전자가 그를 부른다. “얼마예요? 에누리해줄 거죠?”

외국인으로서 이란에서 물건을 살 때는 상당한 용기가 필요하다. 특히 정가제를 시행하지 않는 전통시장 바자르(Bazar)나 길거리에서는 지난한 흥정을 각오해야 한다. 사도 찜찜하고 때로는 사지 않아도 꺼림칙하다. 최대한 태연하게 가격을 묻고 값을 깎아보지만 상대는 호락호락하지 않다.

사계절이 뚜렷한 이란에서 온전히 겨울을 나려면 김장은 필수다. 싱싱한 배추가 많이 들어왔다는 얘기를 듣고 얼른 테헤란에 있는 타즈리시(Tajrish) 시장으로 갔다. 물건은 좋은데, 역시나 킬로그램당 가격은 적혀있지 않다. 매대 주인과 처음 부른 값의 30%를 할인하는 선에서 타협을 본다. 뿌듯한 마음도 조금 있지만 집에 오는 내내 제대로 산 게 맞는지 긴가민가했다. 아뿔싸! 며칠 후, 장을 보러 들른 대형마트에서는 정확히 절반 가격에 배추를 팔고 있었다.

이방인으로서 살기 편한 곳과 그렇지 않은 데를 가르는 기준은 뭘까. 국가 전반이 구석구석 조직되고 정비되어 체계적으로 굴러가는 사회는 외부에서 온 사람도 쉽게 적응하는 데 어려움이 없다. 급속한 국제화 물결로 전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표준인 글로벌 스탠더드가 잘 정착한 까닭이다. 이란은 1979년 이슬람 혁명 이후 반미 노선을 유지하면서 오랜 경제 제재를 받았다. 웬만한 나라와 비교해도 폐쇄적으로 자국의 방식을 고수하려는 분위기가 강하다. 타지에서 온 사람 입장에서는 매사가 낯설기 때문에 학습적이 되지만, 늘 신중하게 접근해야 하므로 다소 피곤하다.

아직도 커다란 가능성이 남아있으므로 이란은 살기 편한 데는 아닐지라도 분명 매력적인 곳이다. 지난해 경제 제재가 해제되면서 각국 정부와 회사가 물밀 듯이 들어온 사실이 이를 뒷받침한다. 빗장이 풀리면서 국가별 영업 경쟁은 치열해지고 있다. 보다 많은 한국 기업이 이란에서 비즈니스 기회를 찾으려면 글로벌 스탠더드와는 동떨어진 현지 방식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시장에서 많이 사보는 수밖에. 햄릿의 고민이 떠오른다. 사느냐 마느냐, 그것이 문제로다.(To buy or not to buy, that is the ques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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