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60년까지 원자력 발전소를 폐쇄하겠다. 그 대안으로는 러시아의 천연가스가 있다”
최근 국내 야권의 한 유력 대선 주자가 글로벌 신용평가사 S&P 및 외신 기자들과 만나 자랑한 공약이다. 러시아 극동지방에서 출발, 북한을 거쳐 한국에 이르는 가스 파이프라인에서 나오는 천연가스를 사용하는 저공해 발전소를 만들어, 국내 전력 생산량의 4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원자력 발전소를 단계적으로 대체해 나가겠다는 중장기 비전이다.
극심한 미세먼지 공해, 디젤 자동차 게이트, 일본 방사능 파동 등을 겪으며 그 어느 때 보다 대기오염에 관심이 높아진 국내 유권자들이라면 누구나 솔깃할 수 있다. 대기오염도 잡고, 원전에 대한 불안감에서도 해방될 수 있으니 ‘1석2조’, ‘신의 한수’라 자평할 만하다.
하지만 좀 더 시야를 넓혀, 국제 관계에 관심이 있거나 기본 상식을 가진 사람이라면 ‘러시아 가스’와 함께 바로 떠올릴 나라가 있다. 우크라이나다. 자신들의 확장 전략에 저항하는 우크라이나를 향해 러시아가 가한 보복 중 하나가 바로 ‘수시로 가스 벨브 잠그기’다. 그 횟수도 한두번이 아니다. 지금도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의 벨브를 열지 않고 있다.
우리에게는 다소 낯선 나라지만 우크라이나와 우리나라는 지정학적으로, 또 정치, 외교적으로 비슷한 처지에 놓여있다. 러시아와 국경을 맞대고 있으면서도 정치적으로는 다른 이해관계를 가지고 있다. 러시아 입장에서는 손톱밑의 가시 그 자체다. 즉 지금의 러시아라면, 우리나라를 향하는 가스 벨브도 언제든지 마음대로 잠궈버릴 수 있다는 현실의 교훈이 바로 우크라이나다.
여기에 더 제멋대로인 북한까지 가세한다. 이런 불안정한 러시아 가스관에 우리의 미래 전력 생산 절반을 의존하겠다는 발상 자체가 말도 안되고, 또 이뤄질 수도 없는 말 그대로 공약(空約)인 것이다.
하지만 이 공약은 불행하게도 유력 대선 주자의 대표작이며, 또 그의 당선 가능성과 함께 현실이 될 확률도 높아지고 있다.
미래 우리 아들 딸들은, 러시아와 북한의 눈치를 보며, 남들이 다 타고 다니는 전기차는 고사하고 집 형광등 하나도 아껴가며 사용해야 할 운명에 처할 수 있다는 말이다.
정치권의 빅 이벤트인 대통령 선거가 진짜 눈 앞으로 다가왔다. 러시아 가스 발전보다 더 황당하고 위험하지만, 듣는 이의 귀에 달콤한 수 많은 공약이 우후죽순 쏟아져 나올 시기다.
대통령의 임기는 길어야 5년이다. 5년 동안 지킬 수 없는 약속은 처음부터 꺼내지 말아야 한다. 법과 제도로 대못만 밖고, 실행과 부작용 뒤처리는 후임 대통령이 하면 된다는 식의 공약을 남발하는 후보가 당선된다면, 그 피해는 고스라니 우리 아들 딸들의 불행으로 돌아온다. 포퓰리즘 남발의 시대에 치뤄지는 대선이 걱정되는 이유다.
choijh@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