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행 당한 초등생 112신고 묵살 40대 폭행신고자엔 되레 폭행도 “시민안전 지켜준다” 믿음 무너져 “자꾸 말 안 들으면 경찰 아저씨가 잡아간다.”
흔히 어린이들이 말을 듣지 않을 때 부모들이 겁을 주며 하는 말이다. 경찰은 SNS 등을 통해 “이런 말을 자주 들은 아이들은 경찰을 두려워 하게 돼 실제로 폭행 등 피해를 당해도 경찰에 신고를 하거나 파출소를 찾을 수 없을 수 있으니 주의해 달라”고 홍보를 해왔다. 그러나 실제로는 자신이 괴롭힘을 당하고 있다고 112에 신고해도 경찰이 “엄마에게 알리라”며 외면한 사건이 일어나면서 아이들이 경찰을 믿지 못 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결국 경찰 스스로 불신을 자초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달 10일 경남 김해시의 초등학교 6학년 생인 A군은 PC 방에서 게임 실력을 두고 다른 학교 학생들과 말다툼을 하다가 목이 졸리는 등 폭행을 당했다. A군은 자신의 피해를 신고하기 위해 112에 신고를 했고 A군이 울먹이며 제대로 이야기를 하지 못하자 친구가 대신 피해 사실을 알렸다.
그러나 112 신고를 받은 B경위의 태도는 퉁명스러웠다. 그는 “부모님에게 연락해요. 엄마에게 이야기해서 엄마에게 신고하도록 해요”라며 전화를 끊었다. 일선에 출동 지령조차 내리지 않았다.
결국 A군의 어머니가 사실을 알고 “부모한테 알려서 신고하라는데 그렇게 하는 사람이 어디 있냐”며 항의하자 그때서야 경찰은 부랴부랴 출동 지령을 내렸지만 이미 A군은 불안 증세를 호소하며 응급실에 간 뒤 였다.
그러나 경찰은 사건이 일어난 지 한달이 넘도록 가해 학생 5명에 대한 기초 조사도 마치지 못한 상황. 신고를 무시한 B 경위에 대한 감찰도 이뤄지지 않고 있었다. 경찰 측은 “신고 무시가 징계 사안이지만 당시 구두 질책이 이뤄졌고 신고 응대 교육을 강화했다”며 감찰을 하지 않은 이유를 둘러댔다.
결국 A군은 사건 당시 경찰로부터 즉각적인 보호를 받지도 못했고 이후에도 자신의 억울한 피해를 제대로 보상받지도 못한 상황. 최근 경찰이 “학교 폭력도 엄연한 범죄”라며 학교전담경찰관(SPO)을 일선 학교에 보내 학생들 간 폭력과 집단 괴롭힘을 적극 예방ㆍ수사하고 있지만 정작 신고가 들어온 학교 폭력에는 미온적으로 대응한 것은 경찰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린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찰의 신뢰를 떨어뜨린 사건은 비단 이뿐만이 아니다.
경기도 파주에 사는 이철희(47) 씨는 지난 2015년 길에서 담배를 피우던 고등학생들을 타이르다 학생들이 대들면서 봉변을 당해 파출소에 신고를 했지만 오히려 경찰은 다짜고짜 이 씨를 연행했다. 이씨가 항의하자 경찰관은 이 씨를 무차별적으로 폭행해 결국 이 씨는 4달 동안 입원했다. 알고보니 주민자치위원인 이씨가 당시 출동경찰관의 비위사실을 파출소장에게 항의한 것에 대한 보복이었다. 개인적인 감정으로 피해자를 가해자로 둔갑시킨 것.
최근 이철성 경찰청장은 “국민적 신뢰를 얻어 검ㆍ경 수사권 조정을 추진하고자 자체 수사역량을 강화하고 수사 과정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높이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검찰 개혁의 주체로 나서기 위해서는 국민적 지지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실제 생활에서 흔히 만나는 일선 경찰이 좋은 이미지를 줘야 경찰이 나의 안전을 지켜줄 것이라는 믿음이 쌓이고 이것이 경찰 조직에 대한 신뢰로 이어진다”며 “최근 급증하고 있는 경찰들의 비위와 안일한 직무태세를 바로 잡지 않으면 수사권 조정에 대한 시민의 지지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원호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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