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만원이하 선물세트가 주류 불황에 김영란법 시행 겹친탓
꽁꽁 얼어 붙은 소비 심리가 설 선물 시장 판도를 바꾸고 있다. 고가의 설 선물을 장만하는 소비자들이 크게 줄어들면서 다양한 불황형 설 선물 세트가 주류를 이룬다.
고공행진하던 설 선물 가격이 올해는 ‘저공비행’을 택했다. ‘김영란법’ 시행과 장기 불황 등으로 인해 고가의 선물 구입을 꺼리는 소비자들을 위해 유통업계는 일제히 5만원 이하의 저가 선물 세트를 선보이고 있다. 고급 선물들이 즐비하던 백화점에서도 5만원 이하의 선물 세트는 흔하디 흔해졌다. 롯데백화점은 5만원 이하 상품까지 무료 배송하는 서비스를 선보이기도 했다. 대형마트들도 3만원 이상의 설 선물 세트를 무료배송 해주고 있다.
명절 선물에 자주 애용되던 한우는 저렴한 수입산 쇠고기로 바뀌는 등 품목도 다양하게 바뀌었다. 16일 롯데백화점에 따르면, 지난 2일부터 8일까지 판매된 설 선물세트 중 5만원 미만 선물의 판매 비중은 지난해 설과 추석 당시 11~12%에서 올해 15% 정도로 늘었다. 현대백화점 역시 지난달 26일부터 지난 8일까지 예약 판매를 진행한 결과, 5만원 이하 상품의 매출이 31.3%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 백화점 관계자는 “김영란법 시행과 불황 등으로 명절 선물세트 기획에 신경을 많이 썼다”며 “저가의 선물세트가 연초 매출에 긍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했다.
선물세트의 ‘실용성’도 늘었다. 소비자들도 명절 선물에 가성비를 따지기 시작한 것이다. 유통업계는 고가의 단일품목으로 구성된 세트가 아닌 저가의 품목과 혼합해 가성비 높은 ‘다품목 혼합 선물세트’를 선보이고 있다. 이마트는 ‘스팸과 홍삼음료’, ‘참치캔과 벌꿀’ 등 2가지 이상의 품목이 섞인 다품목 선물세트 물량을 지난해보다 30% 가량 늘렸다. 한 가지 상품으로 구성된 선물세트보다 가공식품과 신선식품, 건강식품 등 다양한 종류의 상품이 담긴 세트가 더 많은 소비자들의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이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1인 가구 증가 등 삶의 방식이 변화하는 만큼 다양한 수요를 파악해 새로운 상품들을 내놓게 됐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장기 불황과 김영란법 시행 등 새로운 소비 문화가 설 선물세트 구성으로까지 크게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분석한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더이상 설 선물이라고 해서 고가의 사치품만 인정받는 것이 아니라, 저가의 실용적인 세트들도 크게 각광받는 시대가 됐다”며 “합리적 소비트렌드가 명절 선물 시장에까지 반영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소비자들의 입맛이 각양각색인만큼 업계에서도 더 발빠르게 움직여야 할 것”이라고 했다.
구민정 기자/korean.gu@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