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 우리 사회가 거대한 변화의 소용돌이 속에 놓였다. 촛불을 든 수백만 국민들은 평화적 시위로 강력한 영향력을 보여주며 세계 각국에 새로운 시위문화의 모델을 제시했다. 퇴행적인 정치권과 달리 시민들은 건강한 삶을 추구하며 분열된 사회를 통합시키려 연대하는 모습이다.
촛불 행진을 야기한 박근혜 국정농단을 보면서 내내 아쉬움을 느낀 것은 체육에 대한 가치와 철학이 상당히 훼손됐다는 점이다. 최순실 등 이른바 비선실세들이 체육을 돈벌이 사업으로 활용하려했고, 승마특기생이었던 정유라와 그의 사촌 언니인 장시호는 탈법, 부정으로 허술한 대학체육입시의 근간을 뒤흔들었기 때문이다. 체육이 본의아니게 불행한 현 상황을 만드는데 일조를 한 것이다.
대부분의 체육인들은 요즘 유행하는 말처럼 ‘이럴려고 내가 체육을 했는가’하며 자괴감과 후회로 고통스러워하는 표정들이다. 최순실 등과 손을 잡은 일부 체육인들이 정당하지 못한 방법으로 온갖 추악한 일 들을 저질렀다는 것이 확인되면서 현 사태의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
19세기 영국을 중심으로 산업혁명을 통해서 도시에서 많은 노동자가 생기면서 건강한 신체를 단련하는 체육은 귀족층에서 즐기던 것에서 벗어나 본격적으로 대중화의 길로 들어섰다. 여가 시간을 활용해 신체를 건강하고 가꾸고 삶의 즐거움을 선사한 체육은 대중 사회를 조성하는데 기여했다. 서구사회는 체육을 신체활동의 내용과 기술의 중요성보다는 덕육과 지육의 함양에 공헌할 수 있는 수단으로 인식했다.
일제시대에 서구 체육사상이 유입된 우리나라는 온 국민이 체육 활동에 적극 참여토록 할 뿐 아니라 올바른 활동을 전개하기 위한 규범으로 지난 1969년 4월 대한체육회가 체육인 헌장을 제정, 발표했다. 체육인 헌장은 체육인으로서 자기 관리를 하고 체육활동을 주도해 나가기 위해 경기인, 심판원, 지도자, 경기 관람자 등 각 구성 요원이 가져야 할 마음과 갖추어야 할 태도에 대해 언급했다.
체육인 헌장은 체육은 인간을 굳세고 아름답게 가꾸어 쓸모있게 하는 정화과정이라 규정하고 참된 체육은 참된 인간생활의 기조가 되어 슬기와 용기로써 행동하고 끈기와 희생으로 사회 발전에 공헌한다고 못박았다. 체육의 기본적 정의와 함께 5개 세부 강령으로 된 체육인 헌장은 제정이후 현재까지 프로 , 아마를 망라하고 모든 체육 대회에서 참가자들이 선언문 형식으로 낭독하면서 헌법적 조문처럼 적용되고 있다.
체육인 헌장에서 명시된 바 대로 이행한다면 현재와 같은 사태는 일어나기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최고의 법조문을 만들었다 하더라도 이를 사람들이 제대로 지키지 않는다면 아무 쓸모가 없다. 체육인 헌장도 그동안 체육인들이 앵무새처럼 읊조리기만 하고 제대로된 성찰과 실행이 되지 않았기 때문에 일부 체육인들의 사회적 일탈이 벌어졌다.
체육인들은 정치, 사회적으로 새로운 패러다임을 모색하는 격변의 시기를 맞아 운동의 기능적 측면과 함께 가치 철학적인 면을 체육 현장 전반에 뿌리를 내릴 수 있도록 앞장서 노력해야 한다. 촛불의 희망에도 체육인들의 깊은 뜻이 담겨져 앞으로 우리 사회에서 체육인의 조건을 의미있게 하는 새로운 지향점이 마련됐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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