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한마디가 천냥 빚을 갚는다’는 옛 속담이 있지만 TV 토론회에서의 일거수 일투족이 자신의 운명은 물론 세계 역사를 뒤바꾼다면 당신은 믿겠는가.

2000년 미국 대선 당시 앨 고어 민주당 후보는 TV토론회에서 조지 부시 공화당 후보의 발언에 한숨을 쉬었다. 부시의 대답에 대한 혐오와 불쾌감을 드러낸 한숨이었다. 그 장면은 카메라에 고스란히 잡혔고 유권자는 고어에 부정적인 이미지를 갖게 됐다. 선거의 판세는 부시 쪽으로 기울고 말았다.

대선 후보 TV토론회는 누구에게 한 표를 행사할지 고민인 유권자가 마음을 결정하는 좋은 기회다. 미국에서 대선후보 TV토론은 1960년 존 F 케네디와 리처드 닉슨의 토론을 시작으로 56년의 역사를 이어왔다. 물론 토론회가 자리잡기까진 긴 시간이 필요했다. 형식과 사회자·패널의 선정, 심지어 조명과 방청객에 대한 의견이 분분했다. 토론회의 순간이 선거에 결정적이란 것을 누구보다 후보들이 잘 알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예상치 못한 변수는 있다. 1988년 조시 부시 공화당 후보에 맞선 마이클 듀카키스 민주당 후보는 자신의 아내가 살해당한다고 해도 범인에게 사형을 선고하지 않겠다며 사형제 폐지 의사를 밝혔다. 소신있는 말이었지만 유권자는 그가 범죄자를 옹호한다며 등을 돌렸다.

케네디-닉슨부터 오바마-매케인까지 미국 대선 후보 TV토론회를 진행한 베테랑 방송인인 저자가 미국 현대사의 향방을 결정지은 순간을 생생하게 복원한다. 후보들의 회고가 더해져 한편의 논픽션 드라마를 보는 듯한 흥미로움을 준다.

배두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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