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이은지 기자] “3분기 실적도 안 좋은데 추진하고 있는 사업도 당장 어떻게 될지 모릅니다. 검찰 조사까지 들어가면 정말 답이 없다고 봐야죠.”
3분기 어닝쇼크에서 채 벗어나기도 전에 주요 기업들이 줄줄이 ‘최순실 게이트’에 휘둘리고 있다.
다수 대기업이 미르ㆍK스포츠 재단에 출연했다는 의혹에 휩싸이면서 검찰 수사 가능성까지 제기되자 그룹주(株)가 요동치고 있다. ▶3분기 어닝쇼크 채 가시지 않았는데… 최순실에 발목 잡힌 주가= 지난 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삼성과 현대차는 각각 204억원과 128억원을 미르ㆍK스포츠 재단에 출연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삼성이 갤럭시노트7 악재로 3분기 한바탕 곤욕을 치르고, 현대차가 공장 파업으로 역대 최악의 분기 실적을 내놓은 후유증이 채 가시지 않은 시점이어서 주가에도 상당한 후폭풍이 우려된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지난 3일까지 이틀 연속 쏟아진 외국인의 ‘팔자세’(-6만7725주)에 2.17%가 하락, 하다 지난 4일 강보합(0.68%)으로 장을 마감했다.
현대차도 지난 2일부터 3일 연속 하락세를 전전하다 4% 가까이 빠졌다. 지난 3일 하루 동안 외국인이 18만주 가까이를 순매도하자 주가가 2%이상 빠지더니, 지난 4일에도 9만주 가까이 팔아치웠다.
CJ그룹은 CJ E&M과 CJ CGV 등 계열사가 줄줄이 저조한 3분기 실적을 내놓은 데다 지난 2일 K컬처밸리 사업자 선정에 최씨 측근 차은택이 개입했다는 의혹이 불거지면서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청와대 전 핵심수석이 이미경 CJ그룹 부회장의 퇴진을 요구했다는 정황이 제기된 것도 그룹주 주가에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특히 CJ그룹주는 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 우려에 이어 ‘최순실 게이트’ 연루 의혹까지 불거지며 휘청거리고 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CJ그룹 계열 상장사 9곳의 3일 종가 기준 시가총액은 20조5261억원으로, 지난해 말(25조7026억원) 대비 20.14%(5조1766억원) 감소했다.
15대 그룹의 올해 주가 성적표 중 가장 부진한 수익률이다.
같은 기간 현대중공업그룹주가 53.6% 오른 가운데 포스코(38.52%), 두산(22.12%), SK(12.48%) 그룹주도 강세를 보여 CJ그룹주와 대조를 이뤘다.
CJ 계열사 9곳 중 CJ대한통운을 제외한 8곳의 시총이 모두 쪼그라들었다. CJ프레시웨이(-53.07%), CJ CGV(-47.14%), CJ헬로비전(-36.52%), CJ(-32.67%), CJ오쇼핑(-17.89%), CJ E&M(-16.87%) 등이 연초 이후 동반약세 흐름을 탔다.
서울 시내면세점 사업자 선정을 한 달여 남짓 앞둔 유통계도 면세점 사업과 관련한 출연 의혹에 주가가 줄줄이 내려앉았다.
롯데쇼핑은 이달 들어 3거래일동안 주가가 5.33% 밀렸고, 신세계그룹의 신세계(-1.89%), 이마트(-0.81%)도 하락했다. 롯데는 계열사인 롯데면세점과 롯데케미칼을 통해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에 총 45억 원을 출연한 것으로 알려졌다. 모그룹인 삼성이 두 재단에 204억 원을 출연한 호텔신라와 5억 원을 출연한 신세계도 불안하긴 마찬가지다.
SK하이닉스를 통해 미르재단에 68억 원을 낸 것으로 전해진 SK그룹주와 지난해 서울 시내면세점 사업권을 취득한 두산그룹, 아모레퍼시픽 등도 사태추이를 지켜보며 전전긍긍하고 있다.
건설주(株)도 32억8000만원의 기금을 출연했다는 소식에 바짝 긴장하고 있다. 특히 삼성물산은 전날까지 4거래일 연속 하락하며 총 9% 이상 급락했다.
▶정치적 악재, 내년까지 이어진다… ‘정치적 리스크’ 해소가 관건= 업계에서는 이번 정치적 리스크가 내년 증시까지도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기업 총수에 대한 검찰수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데다 국가 정책 공백으로 기업의 사업 운영에도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다.
예년 같으면 내년도 경영계획과 차기 성장전략을 추진하는 등 가장 바쁜 시기지만, 이미 진행 중인 국가 인허가사업이나 계획 중인 사업이 안갯속에 빠지면서 기업들도 손을 놓고 있다.
대기업 관계자는 “원래 지금은 3분기 실적을 털어내고 4분기 사업을 재정비, 내년 계획을 수립하는 중요한 시기”라며 “‘최순실 게이트’로 사업에 가장 중요한 정책적인 부분이 불확실해지면서 4분기는 물론 내년도 사업 운영에도 차질이 빚어지지는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여기에 미르ㆍK스포츠재단에 출연한 기업들에 대한 수사가 본격화하면서 기업 총수에게 불똥이 튈까 전전긍긍하고 있는 모습이다.
특히 CJ그룹의 경우 이미경 부회장의 사퇴압박 이후 현 정부의 다양한 문화 사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한 배경에 최 씨 측근으로 ‘문화계 황태자’로 불린 차은택 씨의 입김이나 지원이 있었던 게 아니냐는 의혹을 받으면서 투자심리가 냉각되고 있다.
윤태호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현 정부의 창조경제 기조에 방향 전환이 나타날것”이라며 “한류 전도사를 표방했던 CJ 계열사의 간접적 영향이 불가피해 보이기 때문에 불확실성이 해소되기 전까지 보수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증시전문가들은 이번 최순실 게이트의 경우 증시 주도주(株)가 줄줄이 엮인 사안이라, 그 여파가 증시 전체로 퍼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한 업계 전문가는 “환율, 유가로 대외적으로도 불안정한 기류인데다 경쟁은 더 심화되고 3분기 실적도 시장 기대치를 크게 밑돌아 기업 여건이 좋지 않은 상황”이라며 “검찰수사로 기업 총수들의 줄소환이 이어질 경우, 주요 대장주와 그룹주는 물론 코스피 전체에 큰 타격이 불가피해 정치적 리스크 해소가 가장 시급하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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