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순방단 유출 사고, 경찰 수사
중수청, AI 금융권 사태에 ‘수사 불개시’
[헤럴드경제=최의종 기자] 사이버 보안 사고가 잇따라 터지고 있다. 급기야 대통령 순방단 개인정보 유출 사고까지 발생했다. 해킹과 정보 유출로 의심되는 사안들이어서 속속 수사로 번지는 상황이다. 인공지능(AI)을 이용한 해킹으로 금융권까지 휘청인 가운데, 검찰청 폐지를 축으로 한 형사사법체계 개편 직후 수사기관이 아직 제자리를 잡지 못한 상태 속에서 수사 대응 역량 부족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서울지방중대범죄수사청(서울중수청) 관계자는 3일 헤럴드경제에 “대통령 순방단 개인정보 유출 사고와 관련해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 중대범죄에 해당하는지는 판단하기 어렵다”며 “수사에 나선 경찰 판단을 지켜보고 있다”고 전했다.
대통령 전용기인 공군 1호기 탑승자 개인정보가 담긴 엑셀파일이 지난 6월부터 악성코드 검사 유료 사이트인 바이러스토털에 게시됐던 사실이 최근에야 알려졌다. 외교부는 3일 “현재로서는 유출에 무게를 두고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고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이 사건은 경찰청 국가수사본부(국수본) 사이버테러수사대가 정식 수사에 착수한 상태다.
중수청법상 다른 수사기관이 범죄 수사 과정에서 중수청 수사 대상에 해당하는 중대범죄 등을 인지한 경우 그 사실을 중수청에 통보해야 한다. 사이버 범죄 중 중수청 수사 대상은 ▷국가핵심기반에 대한 해킹 등에 따른 정보통신망법 위반 ▷전자금융기반시설에 대한 해킹 등에 따른 전자금융거래법 위반이다.
‘국가핵심기반’은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재난안전법)에 규정돼 있는데 에너지, 정보통신, 교통수송, 보건의료 등 국가경제, 국민의 안전·건강 및 정부의 핵심기능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시설, 정보기술시스템 및 자산 등이다. ‘전자금융기반시설’은 전자금융거래법상 전자금융거래에 이용되는 정보처리시스템 및 정보통신망이다. 만약 이번 대통령 순방단 개인정보 유출 사안이 해킹에 의한 사고가 아닐 경우 중수청 수사 대상은 아니게 된다.
하지만 출범 한 달을 넘긴 중수청이 여전히 인적·물적 인프라 구축 단계에 머물고 있는 상황에서 국가핵심기반 해킹이나 전자금융거래법 위반 수사를 감당할 수 있을 것인지에 법조계 안팎의 의구심이 이어지고 있다.
최근 불거진 AI 금융권 해킹 사건과 관련해 금융위원회(금융위)로부터 금융사 시스템이 전자금융기반시설에 해당할 수 있다는 유권해석을 받고 지난달 21일 중수청에 통보했다. 이후 서울중수청은 이틀 뒤인 지난달 23일 “사건 내용과 수사진행 경과를 확인한 결과 경찰이 개청일 전부터 수사에 착수한 사안으로 수사가 상당부분 진행됐고 해외 유관기관과 국제 공조도 진행 중인 점 등을 고려할 때 경찰에서 계속 수사함이 상당하고 판단해 ‘수사 불개시’를 통보했다”라고 밝혔다. 한시가 급한 금융권 해킹 수사 사건에서 사실상의 ‘핑퐁’으로 시간만 허비된 셈이다. 법조계에선 중수청이 현 상황에서 해킹 사건 수사를 할 수 없는 여건이어서 돌려보낸 것 아니냐는 의심도 나온다.
검찰청이 폐지되고 중수청과 공소청이 출범하는 등 개벽 수준의 형사사법체계 변화가 이뤄진 것이 해킹 등 잇따라 터지는 사이버 보안 사고에 대한 사후적 대응 역량을 위축시켰다는 우려도 나온다. 중수청 안착이 더딜수록 그만큼 대응 역량 공백이 길어진다는 이유 때문이다.
검찰 시절 수사 역량이 그대로 이어졌는지 의문이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현재 서울중수청 첨단수사국 산하에 사이버정보수사과가 있고, 과에는 팀장 포함 5명을 1개팀으로 하는 팀이 4개가 있다. 하지만 정작 과장은 공석 상태로 오광일 방위사업·산업기술수사과장이 대리하고 있다. 지난 2018년 서울동부지검(현 서울동부지방공소청)에 사이버범죄수사부가 신설됐는데, 사이버범죄수사부에는 IT 전문수사관 15명도 배치됐었다.
한 부장검사 출신 변호사는 “보안 사고는 사전에 발생하지 않도록 예방이 중요하지만 사후적으로는 검거는 수사기관 역할”이라며 “수사기관이 대응 역량을 갖추는 것이 중요한 지점”이라고 설명했다. 중수청은 이른 시일 내에 전문가 등을 대상으로 채용 절차를 거쳐 인력을 확충하겠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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