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기 없는 계약 구조에 법적 해석 난항

자본시장법상 분류 불명확…세원 포착도 과제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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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경예은 기자] 정부가 해외 무기한선물에 세금을 부과하기 위해서는 금융당국과의 협의가 선행돼야 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현행 자본시장법상 무기한선물을 파생상품으로 분류할 수 있는지부터 검토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재정경제부 관계자는 헤럴드경제에 “해외 주식 연계 무기한선물에 대한 과세는 법적 검토가 필요한 사안”이라며 “무기한선물 자체가 우리나라 자본시장법상 (포섭되지) 않는 것으로 보고 있어 관련법에서 어떻게 할 것인지 먼저 논의해야 과세 여부를 판단할 수 있다. 이는 금융위원회와 재경부가 협의할 사항”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미국 주식 연계 무기한선물 과세는 해외 주식을 기초로 하는 상품에 대한 논의로 디지털자산 과세와는 별개”라면서도 추후 비트코인 연계 무기한 선물로 과세 검토 가능성을 열어뒀다. 다만 “(이를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파생상품에 해당하는게 중요하다”며 “과세를 위해서는 (무기한선물의) 기초자산이 자본시장법에 규정돼 있어야 한다”고 했다.

▶무기한선물 과세 첫 관문은 ‘상품 정의’=현행 소득세법상 해외 주식 양도차익에는 지방소득세를 포함해 22%의 세율이 적용된다. 국내외 과세 대상 파생상품에는 탄력세율을 적용해 11%를 부과한다. 다만 해외 디지털자산거래소에서 거래되는 무기한선물은 현행법상 파생상품에 해당하는지가 불분명해 과세를 위한 법적 근거가 부족한 상황이다.

자본시장법상 파생상품 정의도 무기한선물과는 거리가 멀다. 현행 자본시장법 제5조는 파생상품을 선물, 옵션, 스왑 등의 계약상 권리로 규정하고 있다. 이 가운데 선물은 기초자산의 가격 등에 따라 산출된 금전 등을 ‘장래의 특정 시점’에 인도하도록 약정한 계약이다. 반면 무기한선물은 롱포지션(매수)이나 숏포지션(매도)을 통해 가격 변동에 베팅하는 상품으로 만기가 없는 것이 특징이다.

법률 전문가들도 무기한선물을 당장 과세 대상에 포함하기는 어렵다는 시각이다. 김단 법무법인 로백스 변호사는 “무기한선물을 파생상품 또는 다른 종류의 금융상품으로 규제할지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며 “현재 우리 법체계에서는 이를 파생상품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자본시장법상 파생상품 정의에 따르면 선물 계약은 만기를 예정하고 있지만 무기한 선물은 만기 없이 계속 거래되는 구조”라며 “상품에 대한 법적 성격이 먼저 정해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암호화자산 자동정보교환체계(CARF)가 아직 시행되지 않은 상황에서 국내에서 무기한선물 거래를 시작한다면 거래자료 확보도 난항”이라며 “바이낸스나 탈중앙화금융(DeFi) 등을 통해 해외에서 이뤄지는 거래에 대해서는 과세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기초자산이 서로 다르더라도 무기한선물의 법적 성격을 판단하는 기준은 동일해야 한다는 제언도 나왔다. 김 변호사는 “주식, 금, 원자재 등 기초자산의 종류보다 상품 자체의 법적 성격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과세 사각지대’에 유예 목소리 커져=이처럼 무기한선물의 법적 성격이 명확히 정립되지 않은 데다 국내외 거래 간 과세 형평성 문제까지 제기되면서 업계에서는 과세 시행에 앞서 제도 정비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김재진 디지털자산거래소 공동협의체(DAXA) 상임부회장은 지난 2일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AI시대 국내 디지털자산 시장 경쟁력 점검 및 제도 개선 토론회’에서 “디지털자산 파생상품은 기초자산을 실제로 이전하지 않고 가격 변동에 따른 차액만 정산하는 경우가 많아 현행 소득세법상 과세 대상인 양도나 대여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어 “해외 파생상품 양도소득세 규정을 적용할 수 있는지도 불분명하다”며 “국내 현물 거래로 얻은 수익에는 과세하면서 해외 디지털자산 파생상품 거래 수익에는 과세하지 못하는 불균형이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 부회장은 이러한 과세 사각지대가 국내 투자자의 해외 이탈을 부추길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단순히 과세 형평성에 그치는 문제가 아니라 국내 이용자가 현물 거래 대신 해외 파생상품 거래를 선택할 유인이 커지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제 국내 투자자들의 해외 디지털자산 파생상품 거래 규모도 상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타이거리서치가 약 12만개의 국내 투자자 추정 지갑을 분석한 결과, 올해 7월 탈중앙화 파생상품 거래 플랫폼 ‘하이퍼리퀴드’에서 거래한 약 1200개 지갑의 명목 거래대금은 7조4000억원에 달했다.

특히 올해 1~7월 국내 투자자 추정 지갑의 종목별 거래대금에서는 SK하이닉스 기반 상품(미국 주식예탁증서·ADR 포함)이 비트코인의 5.3배에 달하며 1위를 차지했다. 해외 디지털자산 파생상품 시장에서 비트코인뿐 아니라 국내 기업 주식과 연계된 상품도 활발하게 거래되고 있는 셈이다. <본지 8월25일자 20면 ‘하닉 토큰화주식 거래 급증…투자자 해외로’ 참조>

내년 디지털자산 과세 시행을 앞두고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해외 무기한선물을 활용한 절세 전략도 공유됐다. 국내 거래소에서 비트코인 현물을 매수하는 대신 해외 거래소에서 레버리지 1배로 롱 포지션을 취해 과세를 피하자는 주장이다.


kyoung@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