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큰손 대처법으로 본 11월 투자전략

수급공백이 불러온 7월과 다른 10월 장

분할매수하되 현금비중 30~40% 유지

금리연동형 ELB·롱숏펀드 등 방어 투자

레버리지 상품 피하고 조급함 떨쳐야

긴 시간·추가하락 견딜 현금 확보도

목표수익 도달시 기계적 리밸런싱 필요

서울 여의도 KB국민은행 딜링룸에서 한 직원이 증시관련 각종 경제지표를 살펴보고 있다.     [헤럴드 DB]
서울 여의도 KB국민은행 딜링룸에서 한 직원이 증시관련 각종 경제지표를 살펴보고 있다. [헤럴드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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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티면 결국 오른다.’ 7월의 폭락장이 투자자에게 남긴 교훈은 하나였다. 그런데 불과 석 달 만에 찾아온 10월의 폭락장이 이 교훈을 의심하게 만들었다.

달라진 것은 시장을 보는 눈이다. 7월에는 V자 반등을 기대하며 기다렸다면, 10월에는 반등을 장담할 수 없어서 기다렸다. 증권사 프라이빗뱅커(PB)들이 전하는 큰손들의 투자 전략도 ‘얼마나 싸게 사느냐’에서 ‘얼마나 오래 버틸 수 있느냐’로 옮겨갔다. 주가가 떨어졌다고 무턱대고 저가 매수에 나서기보다, 언제 찾아올지 모르는 다음 기회를 위해 현금을 지키는 데 집중했다.

10월 충격은 7월 못지 않았다. 코스피 지수는 9월 말 6838.04에서 10월 15일 5554.22로 18.8% 내려앉았고, 그날 하루에만 7.57% 급락했고, 장중에는 서킷브레이커까지 발동됐다. 10월 1~16일 낙폭은 17.11%로 세계 주요국 증시 가운데 가장 컸고, 상장종목의 68.8%가 하락했다. 삼성전자는 19.74%, SK하이닉스는 28.38% 빠졌다. 26일에는 코스피가 5469.47까지 밀리며 약 반년 만의 최저치를 기록했다.

그러나 두 폭락장에는 결정적인 차이가 있다. 7월에는 팔아야 하는 사람들이 주가를 끌어내렸고, 10월에는 사줄 사람들이 사라지며 주가가 무너졌다는 점이다. 겉으로는 비슷한 급락이지만 시장이 작동하는 방식은 전혀 달랐다. 이 차이를 알아야 큰손들이 왜 지금 현금을 움켜쥐고 있는지도 보인다.

▶7월엔 ‘팔 사람’이 많았다…10월엔 ‘살 사람’이 없다=7월을 되짚어보자. 반도체 기업의 실적 전망은 오히려 상향되고 있었는데 주가는 속절없이 떨어졌다. 보이지 않는 매도 물량이 쏟아졌기 때문이다. 레오폴드 아셴브레너의 헤지펀드는 인공지능(AI) 인프라 종목에 최대 4배의 레버리지(leverage)를 일으켰다가 프라임 브로커(prime broker)의 추가 담보 요구에 직면했고, 보유 상장주식 대부분을 시타델에 넘겼다. 국내에서도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과 신용거래 반대매매가 낙폭을 키웠다.

주가가 하락하자 빚을 내 투자한 사람들에게 추가 담보를 요구하는 이른바 ‘마진콜(margin call)’이 발생했고, 이를 감당하지 못한 투자자들의 주식이 강제로 처분됐다. 이 매도 물량이 주가를 더 떨어뜨리면서 또 다른 강제 청산을 부르는 악순환이 이어졌다. 기업 가치가 갑자기 훼손됐다기보다 강제로 팔아야 하는 물량이 시장을 짓눌렀다는 얘기다.

실제로 7월 28~30일 사흘간 17.2% 빠진 코스피는 31일 하루에만 17.91% 급등했고, 10거래일 만인 8월 13일 낙폭을 모두 회복했다. 강제 매도 물량이 소진되자 주가는 빠르게 제자리를 찾았다. 팔아야 할 사람이 사라지면 반등할 수 있는 구조였던 것이다. 당시 PB센터에는 매도 문의가 빗발쳤지만 투자 경험이 풍부한 자산가들은 좀처럼 팔지 않았다. 부동산과 예금까지 정리해 뒤늦게 증시에 올라탄 ‘늦깎이’ 자산가들만 패닉셀(panic sell)에 가까운 매도를 했다. 오히려 기존 자산가들은 기업의 성장 전망이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는 판단 아래 주식을 보유하거나 현금 일부를 저가 매수에 활용했다. 결과적으로 기다린 사람이 승자가 됐다.

하지만 10월은 반대였다. 이번에는 강제로 주식을 파는 사람이 많다는 사실보다 이를 받아줄 주체가 부족하다는 점이 더 큰 문제였다. 시장에 쏟아지는 매도 물량을 소화할 만한 매수세가 형성되지 않으면 주가가 아무리 떨어져도 반등을 기대하기 어렵다. 한마디로 ‘수급 공백’이다.

공백이 발생한 이유는 크게 네 가지다. 첫째, 외국인의 거센 매도다. 외국인은 10월 1~16일 10거래일 동안 코스피에서 17조7160억원을 순매도했다. 이 가운데 80%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집중됐다. 유가와 환율 불안, AI 투자 지속성에 대한 의구심이 겹친 결과다. 국내 증시를 이끌어온 반도체 대장주가 외국인의 집중 매도 대상이 되면서 시장 전체가 흔들렸다.

둘째, 외국인의 매물을 받아주던 방파제가 사라졌다. 9월부터 이어진 외국인의 매도 공세를 방어한 주요 주체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자사주 매입이 포함된 기타법인이었다. 대규모 자사주 매입이 없었다면 외국인의 매도가 주가에 더욱 직접적인 충격을 줬을 가능성이 크다. 9월 지수가 제자리걸음을 한 것도 새로운 상승 동력이 생겨났다기보다 기존 매도 물량을 흡수하는 힘이 작용한 결과로 볼 수 있다.

그런데 삼성전자는 10월 6일 약 15조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을 조기에 마쳤고, SK하이닉스도 40조원 규모의 매입을 완료했다. 두 회사가 투입한 자금만 55조원에 달한다. 두 종목의 시가총액이 코스피 전체의 절반가량을 차지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매입 종료에 따른 수급 변화는 가볍게 볼 수 없다. 28일 SK하이닉스가 20조원 규모의 신규 자사주 매입 계획을 발표하면서 일부 상황에 변화가 생겼지만, 시장 전체의 매수세가 얼마나 빨리 그리고 지속적으로 회복될지는 여전히 지켜봐야 한다.

셋째, 개인투자자의 체력도 약해졌다. 6월 말부터 이어진 조정으로 많은 개인이 손실 구간에 묶였다. 투자자예탁금과 종합자산관리계좌(CMA) 잔고가 줄고 거래량도 눈에 띄게 감소했다. 주가가 많이 떨어졌으니 저가 매수 기회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이미 상당한 투자금을 주식에 투입한 사람에게는 추가 매수 여력이 부족하다.

넷째, 연기금의 역할에도 한계가 있다. 국민연금은 5월 국내 주식 투자 허용 범위를 목표 비중 대비 ±3%포인트에서 ±6%포인트로 넓히며 리밸런싱을 유예했다. 김성주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은 최근 국정감사에서 “유예하지 않았다면 하루 8000억원을 매도해야 했다”고 했다. 상승장에서 매도 압력을 피했다는 의미다. 반대로 말하면 급락장에서 기관이 받쳐줄 여력이 제한됐다.

그동안 시장은 AI 산업에 얼마나 많은 자금이 투입되는지, 그 투자로 얼마나 빠르게 성장할 수 있는지에 주목했다. 하지만 이제는 질문이 달라졌다. ‘AI에 얼마나 투자하느냐’가 아니라 ‘그 투자로 빚을 갚을 만큼의 돈을 벌 수 있느냐’는 것이다.

거시경제 환경도 부담이다. 미국의 9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전년 대비 3.7%로 시장 예상치(3.6%)를 웃돌았다. 휘발유 가격도 한 달 만에 9.1% 뛰었다. 물가 불안이 다시 커지면서 미국 10년 만기 국채금리는 한때 5.278%까지 올랐다. 채권금리가 높아지면 상대적으로 위험한 주식에 투자할 유인은 줄어들고, 미래 성장에 대한 기대가 주가에 많이 반영된 기업일수록 부담이 커질 수 있다.

결국 매수에 나서기에는 불안한 변수가 너무 많은데, 매도 압력은 계속되는 난감한 상황이다. 이것이 7월과 10월의 결정적 차이였다. 7월 폭락장의 반등에는 매도가 끝나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다면, 10월의 반등에는 새로운 매수가 필요하다. 강제 청산은 언젠가 끝나지만 수급 공백은 이를 메울 투자자가 나타나기 전까지 지속될 수 있다. 단순히 주가가 많이 떨어졌다는 이유만으로 7월과 같은 V자 반등을 기대하기 어려운 까닭이다.

▶V자 반등 기대 접은 큰손들…현금 확보 전략=달라진 시장은 큰손들의 투자 행태에도 그대로 드러난다. 겉으로 보면 7월과 10월의 행동은 비슷하다. 두 조정기 모두 성급하게 주식을 팔지 않았고, 저가 매수에도 신중했다. 하지만 기다리는 이유와 현금을 운용하는 방식에서는 분명한 차이가 나타난다.

7월에는 반등이 찾아올 때까지 버티는 것이 전략이었다. 당시 PB들이 제시한 포트폴리오는 성장자산 40~50%, 가치·배당자산 20~30%, 현금성 자산 20~30% 수준이었다. 반도체·AI 관련 국내 대형주와 미국 우량주를 함께 담고, 조정 과정에서 성장자산의 비중을 늘리는 방식이었다. 급락 이후 반등이 빨랐던 만큼 공격적인 자산 배분 전략이 통했다.

그러나 10월에는 같은 포트폴리오의 틀을 유지하되 현금 비중을 높이고, 반등하더라도 무조건 보유하기보다 일부를 매도해 현금을 다시 확보하는 전략이 강조됐다.

PB들에 따르면 투자 경험이 풍부한 자산가 가운데 실제로 추가 매수에 나선 비중은 크지 않았다. 매수에 나선 고객도 대기자금을 한꺼번에 투입하기보다 여러 차례에 걸쳐 나눠 샀다. 주가가 일정 수준 이상 오르면 다시 일부를 팔아 현금 비중을 30~40% 이상 유지하는 모습이었다. 앞으로 어떤 변수가 발생할지 알 수 없는 만큼 언제든 투자 전략을 수정할 수 있는 여력을 남겨두겠다는 것이다.

핵심은 주가가 싸졌다는 이유만으로 남은 실탄을 한꺼번에 쏟아붓지 않는다는 점이다. 7월에는 현금을 투입하고 열흘 남짓 기다리면 보상이 돌아왔다. 하지만 10월 폭락장의 반등이 언제 시작될지, 시작되더라도 얼마나 이어질지 누구도 장담하지 못한다.

3년 만기 코스피 기초 주가연계파생결합사채(ELB) 가운데 연 5%대 수익률을 제시하는 상품이나 금리연동형 ELB, 롱숏펀드, 단기채 등이 대안으로 거론된다. 주식에 투자할 기회를 남겨두면서도 당장 투입하지 않을 자금 일부는 방어적으로 운용하겠다는 전략이다.

해외 자산 관심도 커졌다. 환율이 1300원대 초반까지 내려오면서 이전보다 낮은 환율에 달러 자산을 확보하려는 수요가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일부 자산가들은 현재 환율 수준에서 달러를 확보한 뒤 미국 중간선거 이후 금융시장 변동성이 완화되는 시점에 미국 국채를 분할 매수하는 전략을 검토하고 있다. 달러연금보험 등도 관심 대상이다. 그렇다고 반도체와 AI 관련 주식을 모두 정리하라는 이야기는 아니다. 다만 투자 기준은 달라져야 한다. 코어위브 사례가 보여주듯 AI 산업의 장기 성장을 믿는 것과 AI 관련 기업이면 무엇이든 투자해도 된다는 것은 전혀 다른 이야기다. 막대한 투자를 이어가면서도 충분한 현금흐름을 창출하지 못하는 기업은 자금조달 환경이 악화할 때 주가가 더욱 크게 흔들릴 수 있다. 이제는 막연한 성장 기대보다 실제 실적과 현금창출력으로 경쟁력을 증명하는 기업에 집중해야 할 때다.

결국 큰손들의 전략 변화는 하나로 요약된다. 성장 가능성이 높은 자산은 포기하지 않되, 그 자산에 투자할 시점과 비중을 결정하는 데 한층 신중해졌다는 것이다. 단기 반등에 대한 확신이 사라진 시장에서 현금은 수익을 내지 못하는 비효율적인 자산이 아니라, 불확실성을 견디고 다음 기회를 준비하기 위한 수단이 됐다.

▶조급함 떨치는 11월 투자전략=큰손들의 이 같은 움직임은 개인투자자에게도 중요한 시사점을 준다. 시장이 불확실할수록 투자 기회를 놓칠까 두려워하기보다, 기회가 찾아왔을 때 대응할 여력을 남겨둬야 한다. 특히 최근처럼 급락과 반등이 반복되는 시장에서는 손실을 빨리 만회하려는 조급함이 가장 큰 위험 요인일 수 있다.

첫째, 레버리지를 피해야 한다. 떨어진 주식을 빚으로 더 사들이는 것은 주가가 빠르게 반등할 것이라는 기대에 자신의 투자 여력을 거는 것과 다르지 않다. 반등이 예상보다 늦어지거나 추가 하락이 발생하면, 장기적인 성장 가능성을 믿었던 주식조차 원치 않는 시점에 팔아야 할 수 있다. 큰손들 역시 지금처럼 변동성이 큰 시장에서는 반등할 때마다 레버리지를 줄이는 데 무게를 두고 있다.

둘째, 현금은 정해둔 실탄으로 남겨두되 그마저 한 번에 쓰지 않아야 한다. 7월에는 현금 일부를 투입해도 곧 보상이 돌아왔다. 하지만 받아줄 매수세가 부족한 10월 같은 시장에서는 더 긴 시간과 추가 하락을 견딜 준비가 필요하다.

셋째, 목표 수익률에 도달하면 기계적으로 리밸런싱해야 한다. 지금 시장에서는 반등이 오히려 매물을 부를 가능성이 크다. 반등할 때마다 무조건 추가 상승을 기대하기보다 미리 정해둔 목표 수익률과 자산 배분 원칙에 따라 일부 수익을 실현하고 현금 비중을 복구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주가가 오를 때 현금을 확보해야 다시 하락할 때도 대응할 수 있다.

수급 공백이 영원히 지속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그 공백을 누가, 언제 메워줄지는 아직 알 수 없다. 시장의 반등 가능성을 믿는 것과 당장 반등할 것이라고 확신하는 것은 구분해야 한다. 지금 필요한 것은 무조건적인 비관도, 성급한 낙관도 아니다. 반등을 기다리는 동안 자신의 자산을 지키면서 시장의 변화를 확인하는 인내심이다. 변동성이 커질수록 화려한 전략보다 지루한 원칙이 자산을 지킨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홍태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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