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TS가 끌고 굿즈가 받친 하이브 3분기

‘투어 기업’ 하이브…공연·굿즈 매출 70%

방탄소년단 [빅히트뮤직 제공]
방탄소년단 [빅히트뮤직 제공]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그룹 방탄소년단(BTS)이 런던과 파리, 뉴욕과 시카고의 스타디움 투어를 돈 석 달 동안 하이브는 창사 이래 가장 큰 매출을 올렸다. 3분기 매출 1조5257억원. 1년 전(7272억원)의 두 배를 넘는다. 영업이익도 사상 최대였다. 다만 이 기간 당기순이익은 113억원에 그쳤다.

하이브는 연결 기준 3분기 영업이익이 1885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영업손실 422억원)과 비교해 흑자로 돌아섰다고 3일 공시했다. 매출은 109.8% 늘었다.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지난 2분기(매출 1조4500억원, 영업이익 1709억원)에 세운 분기 최대 기록을 한 분기 만에 다시 썼다. 3분기까지 누적 매출은 3조6740억원. 국내 가요 기획사 가운데 처음으로 연 매출 4조원을 넘어설 것이 유력하다.

매출 70%가 공연·굿즈…‘투어 기업’으로 체질 전환

3분기 실적을 끌어올린 건 무대였다. 공연 매출은 7268억원으로 1년 전보다 196.7% 늘며 분기 최대치를 경신했다. 전체 매출의 47.6%다.

방탄소년단은 7월 브뤼셀·런던·뮌헨·파리를 거쳐 8월부터 9월 초까지 이스트러더퍼드에서 로스앤젤레스까지 북미 7개 도시의 스타디움에 섰다. 하이브는 회당 관객이 7만명에 달했다고 밝혔다. 엔하이픈의 미주 투어를 비롯해 르세라핌, 앤팀(&TEAM), 보이넥스트도어, 투어스(TWS), 아일릿, 캣츠아이, 코르티스도 3분기 내내 공연장을 돌았다.

공연장 밖 매대도 실적을 받쳤다. MD·라이선싱 매출은 3346억원으로 역시 분기 최대다. 이재상 하이브 대표는 이날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서 “현지 수요에 맞춰 100~150개 신규 품목을 지속 공급했다”며 “이번 3분기 북미에서 판매된 투어 MD 매출만으로 1070억원을 기록했다”고 말했다. 하이브는 투어 초반에 몰리던 굿즈 구매가 투어 기간 내내 이어지도록 기획·생산·유통 방식을 바꿨다고 밝혔다. 이 방식은 다른 레이블 아티스트의 투어에도 적용된다.

지난 7월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BTS 월드투어 ‘아리랑’ 모습.  [빅히트뮤직 제공]
지난 7월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BTS 월드투어 ‘아리랑’ 모습. [빅히트뮤직 제공]

음반·음원 매출은 2828억원으로 1년 전보다 49% 늘었지만, BTS 정규 5집 ‘아리랑’ 효과가 컸던 2분기(3268억원)보다는 13% 줄었다. 앨범이 지키던 자리를 이제 공연과 굿즈가 채운다. 공연과 MD·라이선싱을 합치면 3분기 매출의 70%에 이른다.

영업이익 사상 최대, 순이익은?

영업이익은 사상 최대를 기록했으나, 3분기 당기순이익은 113억원에 그쳤다. 2분기(1098억원)보다 89.7% 줄어든 숫자다. 지배기업 소유주지분 순이익은 68억원 적자로 돌아섰다. 영업 밖에서 1486억원의 순손실이 난 탓이다.

원인은 환율로 꼽혔다. 이경준 하이브 최고재무책임자(CFO)는 “거액의 외화 현금과 예금을 보유하고 있다”며 3분기 환율이 떨어지면서 외화 평가손실이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본업과 무관한 회계상 손실이라는 입장이다. 다만 보유한 외화자산의 규모와 평가손실의 정확한 금액은 공개하지 않았다.

3분기 매출은 2분기보다 757억원 늘었고, 공연 제작비 등 매출원가는 741억원 늘었다. 매출에서 원가를 뺀 매출총이익은 4630억원으로 16억원 늘었고, 매출총이익률은 31.8%에서 30.3%로 낮아졌다. 무대 제작과 대관에 큰 비용이 드는 공연 매출이 전체의 47.6%까지 커진 흐름과 맞물린 변화다.

영업이익률을 끌어올린 건 판매관리비였다. 인건비와 마케팅비 등이 담긴 판매관리비는 2905억원에서 2745억원으로 160억원 줄었다. 매출 대비 비중은 20.0%에서 18.0%로 낮아졌다. 영업이익 증가분 176억원 가운데 약 91%가 여기서 나왔고, 영업이익률은 11.8%에서 12.4%로 올랐다. 공연이 늘어 원가 부담이 커지는 구간에서 판매관리비 부담을 덜어 수익성을 지켜낸 셈이다.

팬 플랫폼 위버스는 숨을 골랐다. 3분기 위버스 월평균 활성 이용자(MAU)는 1422만명으로 역대 최고치였던 2분기(1443만명)보다 소폭 줄었다. 결제액은 전 분기보다 19%, 이용자당 평균 매출(ARPU)은 10% 감소했다. 하이브는 주요 아티스트의 활동이 오프라인 투어에 쏠린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캣츠아이 [하이브 제공]
캣츠아이 [하이브 제공]

BTS, 투어 이후 단체·솔로 준비 중

방탄소년단 다음 세대의 성장세는 숫자로 확인된다. 캣츠아이의 ‘와일드(WILD)’와 엔하이픈의 ‘더 신 : 블리스(THE SIN : BLISS)’는 미국 빌보드 메인 앨범 차트 ‘빌보드 200’의 8월 29일 자와 9월 5일 자 차트 정상에 연달아 올랐다. 코르티스의 미니 2집 ‘그린그린(GREENGREEN)’은 써클차트 기준 누적 435만 장(10월 중순 기준)이 팔렸다. 이 대표는 신인들의 빠른 성장이 BTS의 성과에 가려지는 경우가 많다며, 과거 4~5년 걸리던 성과를 1~2년 만에 이루고 있다고 강조했다.

방탄소년단의 ‘아리랑’ 월드투어는 10월 남미 5개 도시 14회 공연을 마쳤고, 이달 19일 대만 가오슝을 시작으로 아시아 일정에 들어간다. 투어는 내년 상반기까지 이어진다. 이 대표는 “아리랑 월드투어에 대해선 추가 공연을 공개할 계획”이라며 “월드투어 이후에도 단체·솔로 활동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구체적인 일정과 2028년 이후의 계획은 내놓지 않았다.

하이브는 캣츠아이와 앤팀 같은 현지화 그룹을 키우고 동남아시아에서 신인을 육성하며 한 아티스트에 기대는 구조를 바꾸려 하고 있다. 이 대표는 “BTS 의존도를 비즈니스 측면에서 헤지하려고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다”고 했다. 사상 최대 실적이 발표된 이날 하이브 주가는 애프터마켓에서 전 거래일보다 0.84% 내린 15만3700원에 거래됐다.


she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