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 자금조달 129조원으로 확대
엔비디아 30억·AMD 10억弗 투입
증자공모물량 5배 초과 청약 ‘흥행’
브로드컴, 앤트로픽 630억弗 대출 ‘지원사격’
오라클, 엔비디아 손잡고 초대형인프라 확장
자사 클라우드에 구글·오픈AI 칩 도입도
AI 생태계 주도권 경쟁…전방위 결속 강화
미국 빅테크 기업들이 인공지능(AI) 반도체 칩과 연산 인프라 확보를 위해 대규모 자금을 쏟아붓고 있다. AI 개발사와 반도체 제조사, 클라우드 기업은 물론 월가 금융기관까지 가세하면서 AI 인프라 구축을 위한 전방위 연합전선이 갈수록 확장하는 모습이다. 메타가 129조원 규모의 자금조달에 나선 데 이어 브로드컴과 오라클도 대규모 금융 거래와 기술 협력을 확대하고 있다. AI 투자에 대한 수익성 우려가 여전하지만 차세대 AI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빅테크의 투자 경쟁에는 다시 불이 붙었다.
27일(현지시간) 메타는 AI 인프라 구축을 위한 자금조달 규모를 기존 950억달러에서 975억달러(약 129조원)로 확대한다고 밝혔다. A형(클래스 A) 보통주 공모 규모를 당초 225억달러에서 250억달러로 25억달러 늘린 데 따른 것이다.
메타의 증자 공모에는 기관투자자들의 매수 주문이 대거 몰렸다. 블룸버그통신은 소식통을 인용해 메타의 보통주 공모에 발행 물량의 약 5배에 달하는 청약 주문이 들어왔다고 보도했다. 물량의 절반 이상은 장기 투자자와 기존 주주에게 배정됐으며, 상위 15개 기관투자자가 전체 물량의 70%를 인수했다. 전환우선주 공모 역시 발행 물량을 몇 배 웃도는 초과 청약을 기록했다.
메타는 보통주 공모가를 주당 625달러(약 83만원)로 확정했다. 공모 발표 전 마지막 거래일인 지난 23일 종가 642달러보다 약 2.7% 할인된 가격이다. 발행 물량은 총 4000만주이며, 전환우선주는 주당 50달러에 2억5000만주를 발행하기로 했다.
이번 자금조달에는 AI 반도체 시장을 이끄는 엔비디아와 AMD도 참여한다. 엔비디아는 메타의 주식 공모에 30억달러(약 4조원)를, AMD는 10억달러(약 1조3000억원)를 각각 투자하기로 했다. AI 반도체를 공급하는 기업들이 주요 고객사의 인프라 확충을 지분 투자로 뒷받침하는 것이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연산 인프라를 처음부터 끝까지 최적화하기 위해 메타와의 파트너십을 확장하고 있다”고 밝혔다.
메타는 앞서 26일 AI 인프라 확충과 개인용 초지능(SI) 개발 자금을 확보하기 위해 보통주·전환우선주 증자와 최근 신설한 C형(클래스 C) 무의결권 주식의 장내 매각을 합쳐 총 950억달러를 조달하겠다고 발표했다. 하루 만에 보통주 공모 규모를 추가로 늘리면서 전체 조달 금액이 975억달러로 불어났다.
대규모 자금조달의 배경에는 AI 인프라 투자 확대에 따른 현금흐름 악화가 있다. 메타의 올해 3분기 잉여현금흐름(FCF)은 21억2000만달러 적자로 돌아서는 등 자금 압박이 커진 상태다. 증자 공모가 흥행했지만 주가는 약세를 보였다. 메타 주가는 전날 정규장에서 약 2% 하락한 데 이어 이날도 1%대 추가 하락해 미국 동부시간 오후 2시45분 기준 622달러 안팎에서 거래됐다.
메타뿐 아니라 다른 빅테크 기업들도 AI 인프라 확보를 위한 자금조달과 기술 협력에 속도를 내고 있다. 브로드컴은 앤트로픽의 AI 반도체 구매를 지원하기 위해 월가 금융기관들과 630억달러(약 83조4000억원) 규모의 금융 거래를 추진하고 있다. 오라클 역시 오픈AI와의 협력을 확대하는 동시에 엔비디아의 차세대 AI 서버 시스템을 도입하고 구글의 AI 반도체까지 공급 제품군에 추가하기로 했다. AI 개발에 필요한 반도체와 서버를 확보하는 데 막대한 비용이 들어가면서 기업 간 협력 방식도 다양해지고 있다. 반도체 기업이 고객사의 주식 공모에 참여하거나 금융기관이 장비 구매 자금을 지원하는 한편, 클라우드 기업들은 여러 반도체 업체와 손잡고 공급망을 넓히고 있다.
미국 빅테크 기업들의 AI 인프라 투자 경쟁이 반도체와 서버 구매를 뒷받침하는 대규모 금융 거래로 확산하고 있다. 메타가 129조원 규모의 자금조달에 나선 가운데 미국 반도체 기업 브로드컴은 AI 기업 앤트로픽의 반도체 구매용 자금지원을 위해 금융기관들과 630억달러(약 83조4000억원) 규모의 자금조달 거래를 추진하고 있다. 데이터센터 건설뿐 아니라 AI 반도체와 연산 장비 확보에도 막대한 자금이 투입되면서 반도체 기업과 AI 개발사, 월가 금융기관 간 협력이 확대되는 모습이다.
27일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브로드컴은 앤트로픽의 AI칩 구매를 지원하기 위해 뱅크오브아메리카(BofA), 블랙스톤, 씨티그룹, 모건스탠리 등 월가 주요 금융사들과 630억달러 규모의 금융 거래 계약을 체결했다.
이번 거래는 새로 설립되는 특수목적법인(SPV)을 통해 이뤄진다. SPV가 금융사들로부터 자금을 조달해 브로드컴의 AI 가속기와 네트워킹 장비를 구매한 뒤 이를 앤트로픽에 임대하는 구조다. 거래에 포함되는 AI 가속기는 구글과 브로드컴이 공동 개발하는 텐서처리장치(TPU) 기반의 맞춤형 반도체다.
브로드컴은 금융 거래의 위험을 낮추기 위해 ‘잔존가치 지원(residual value support)’도 제공한다. 이는 임대 기간이 끝난 뒤 반도체와 관련 장비의 가치가 예상보다 하락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손실을 일정 범위에서 보전하는 장치다. 브로드컴은 선순위 금융 조달액에 상응하는 규모의 잔존가치 지원을 제공하기로 했다.
혹 탄 브로드컴 최고경영자(CEO)는 이번 거래에 대해 “AI 컴퓨팅 수요가 급증하는 가운데 이러한 성장을 뒷받침할 자본이 존재한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블룸버그통신은 “데이터센터 건설에 대한 지역사회의 반발과 향후 AI 수요를 둘러싼 우려가 커지는 상황에서 이번 거래가 AI 인프라 확충에 대한 투자자들의 자금 공급 의지를 확인하는 계기가 됐다”고 평가했다.
브로드컴은 엔비디아와의 경쟁 속에서 AI 반도체와 데이터센터용 장비 판매를 확대하고 있다. 앤트로픽과 같은 AI 개발기업들은 AI 모델의 성능을 높이고 서비스를 확대하기 위해 더 많은 컴퓨팅 자원을 확보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AI 인프라 투자를 위한 대규모 금융 조달도 잇따르고 있다.
앞서 앤트로픽은 브로드컴, 구글과 AI 컴퓨팅 인프라 공급을 위한 협력 계약을 체결했다. 세 회사는 지난 4월 앤트로픽이 2027년부터 브로드컴을 통해 3.5기가와트(GW) 규모의 TPU 기반 AI 컴퓨팅 용량을 확보하는 데 협력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브로드컴은 구글과 AI 연산에 특화된 TPU를 공동 개발하고 있다.
이번 630억달러 규모의 금융 거래는 이러한 협력의 일환으로, 1.7GW 규모의 AI 컴퓨팅 인프라 구축을 지원하는 데 활용될 예정이다.
AI 컴퓨팅 수요가 빠르게 늘어나는 가운데 미국 소프트웨어·클라우드 기업 오라클도 반도체 공급망 다변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오라클은 엔비디아와 AI 반도체 공급 협력을 확대하는 동시에 구글과 세레브라스 시스템스 등 다른 반도체 기업의 제품도 클라우드 서비스에 추가하기로 했다.
이는 고객들이 AI 모델 학습과 추론 등 작업 특성에 따라 적합한 반도체와 컴퓨팅 인프라를 선택할 수 있도록 공급 제품군을 확대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오라클은 이날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오라클 AI 월드 2026’에서 오픈AI와의 파트너십 확대도 발표했다.
오라클은 오픈AI의 최첨단 AI 모델과 기술을 자사의 기업용 애플리케이션, 데이터 및 클라우드 인프라에 보다 긴밀하게 통합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기업 고객들이 기존 업무 시스템과 운영 전반에 AI를 직접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는 구상이다.
특히 오픈AI의 챗GPT와 코덱스(Codex) 등을 오라클의 기업용 소프트웨어와 연계해 AI 에이전트가 여러 업무 시스템을 넘나들며 작업을 수행할 수 있도록 한다. 오픈AI의 생성형 AI 기술을 활용한 애플리케이션 개발·배포와 소프트웨어 보안 취약점 탐지·수정 등의 기능도 제공할 예정이다.
클레이 마고우르크 오라클 최고경영자(CEO)는 “오픈AI는 채팅과 코딩, 분석, 자율형 에이전트에 이르기까지 기업이 비즈니스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을 혁신하고 있다”며 “이번에 선보이는 새로운 제품군을 통해 이러한 혁신적인 AI 기능을 오라클의 애플리케이션, 데이터 및 클라우드 인프라와 결합할 것”이라고 말했다.
샘 올트먼 오픈AI CEO도 이날 기조연설에 나서 “AI 도구를 통해 사람들은 마치 컴퓨터 안에서 공장을 운영하는 것처럼 훨씬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게 됐다”며 “과거에는 시도조차 하지 않았을 아이디어에도 도전할 수 있게 됐고, 컴퓨터에 아이디어를 이야기하면 많은 과정이 자동으로 이뤄진다. 오픈AI는 이러한 창의적인 활동을 가능하게 하는 원동력”이라고 강조했다.
오라클은 이와 함께 엔비디아의 차세대 AI 서버 시스템인 ‘베라 루빈(Vera Rubin)’을 기반으로 AI 인프라를 수 기가와트 규모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양사는 구체적인 계약 금액을 공개하지 않았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는 앞서 베라 루빈 시스템이 기가와트당 최대 400억달러(약 53조원)의 매출을 창출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다만 이는 해당 시스템의 매출 잠재력에 관한 발언으로, 이번 오라클과의 계약 규모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오라클은 엔비디아의 AI 반도체를 활용하는 시스템에서도 일부 엔비디아 네트워킹 반도체를 자체 개발한 네트워킹 칩 ‘액셀러론(Acceleron)’으로 대체할 계획이다.
아울러 오라클은 구글의 TPU를 자사 클라우드 서비스에서 처음으로 제공한다고 밝혔다. 인텔의 지원을 받는 삼바노바 시스템스와 세레브라스 시스템스의 AI 반도체도 공급 제품군에 추가할 예정이다.
삼바노바와 세레브라스는 AI 시스템이 사용자의 질문이나 명령에 응답하는 추론 작업에 특화된 반도체를 개발하고 있다. 엔비디아가 AI 모델 학습용 반도체 시장에서 압도적인 입지를 차지한 가운데 추론용 반도체 시장에서는 다양한 업체들이 경쟁에 뛰어들고 있다.
AI 모델이 학습 단계를 넘어 실제 서비스에 활용되는 사례가 늘면서 추론에 필요한 연산 수요도 확대되고 있다. 이에 따라 빅테크 기업들이 특정 반도체 업체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다양한 AI 반도체를 활용하려는 움직임도 가속화하는 모습이다.
서지연·정목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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