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천구 신월시영 3000여세대로 재건축

합산 연봉 1억원대 맞벌이 신혼부부 유입

주변 신축 13억 육박…시세 상승세 보여

전문가 “분담금·장기 투자 위험 고려해야”

서울 양천구 신월동 신월시영 아파트. 윤승현 기자
서울 양천구 신월동 신월시영 아파트. 윤승현 기자

“한 집주인이 8억7000만원에 매물을 내놨는데, 자녀들이 이제 가격이 더 오를 것 같으니 지켜보자고 해서 거둬들였어요. 아니면 아예 입주권을 받자고 했다더라고요. 기존 최고가보다 몇천만원 높은 가격인데도 매수 문의가 꽤 왔습니다.”

서울 양천구 신월동 A공인중개사무소 대표

[헤럴드경제=윤승현 기자] 노후 대단지인 서울 양천구 신월시영아파트에 2030세대 ‘재건축 몸테크’ 수요가 유입되며 신고가 거래가 잇따르고 있다. 가격 상승 기대감에 매물을 거둬들이는 집주인도 나타났다.

재건축 시공사 선정 입찰이 이뤄진 26일 오후 단지 인근 공인중개업소는 올해 초와 비교해 시세와 호가가 모두 크게 상승했다고 입을 모았다. 신월동 B공인중개사무소 대표는 “2000가구가 넘는 대단지지만 지금 나와 있는 매물은 10개 정도”라며 “하나씩 거래될 때마다 가격이 올라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1988년 준공된 신월시영은 지상 12층, 2256가구 규모의 노후 단지다. 지난 2025년 8월 재건축 정비구역으로 지정된 데 이어 같은 해 11월 한국토지신탁이 사업시행자로 지정되며 사업에 속도가 붙었다. 해당 단지는 최고 21층, 3155가구 규모 신축 단지로 탈바꿈할 계획이다. 이날 시공사 선정 입찰에는 대우건설이 단독 응찰했다.

양천구 신월동 신월시영아파트 평형별 시세 변화
양천구 신월동 신월시영아파트 평형별 시세 변화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43㎡(이하 전용면적)는 지난 12일 7억2000만원에 거래되며 신고가를 기록했다. 올해 3월까지만 해도 같은 동, 동일한 층 매물이 6억원에 손바뀜했는데, 약 반년 만에 1억2000만원이 뛰었다.

50㎡는 9월 29일 8억4200만원에 최고가를 찍었다. 약 3개월 전인 6월 30일에는 비슷한 중층 매물이 7억4000만원에 계약됐는데, 3개월 새 1억원 넘게 올랐다. 59㎡ 역시 지난 8월 31일 8억9000만원에 최고가 거래가 성사됐다.

A공인중개사무소 대표는 “6월 말 50㎡를 계약한 손님이 얼마 전 등기권리증을 받으러 왔는데, 굉장히 만족스러워하더라”며 “매수하고 얼마 안 지나 1억원이 올랐으니 좋은 타이밍에 산 것”이라 전했다.

현지 중개업소들에 따르면 올해 초와 비교해 평형별 호가는 1억~1억5000만원 상승했다. 현재 43㎡는 7억5000만원, 50㎡는 8억2000만~8억5000만원, 59㎡는 9억~9억3000만원 수준에 매물이 나와 있다.

26일 서울 양천구 신월동 신월시영아파트 단지 내에 시공사 입찰공고 현수막이 걸려 있다.
26일 서울 양천구 신월동 신월시영아파트 단지 내에 시공사 입찰공고 현수막이 걸려 있다.

이 같은 가격 상승세를 견인한 건 젊은 실수요자였다. 현장 관계자들은 30대 신혼부부와 예비부부들의 매수 문의가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서울 전역이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여 실거주가 필요한 상황에서, 노후 아파트에 직접 거주하며 재건축을 기다리는 ‘몸테크’ 수요가 눈에 띈다는 설명이다.

B공인중개사무소 대표는 “직장도 안정적이고 합산 연봉이 1억2000만~1억3000만원 정도 되는 젊은 맞벌이 신혼부부들이 찾아온다”며 “금리가 높아 대출은 4억원 이상 받지 않으려 하고, 예금·주식을 처분하거나 증여를 받아 자금을 마련한다”고 전했다.

또다른 중개업소 관계자는 “예전에는 분담금 때문에 59㎡를 많이 찾았는데, 요즘은 매물이 없어서 그런지 50㎡를 찾는 손님이 많아졌다”며 “43㎡도 7억원 초반에 괜찮은 물건 나오면 연락 달라는 대기 손님이 두세 명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현재 주변 신축 아파트는 25평형 12억원대 매물이 소진되고 13억원 정도에 나오고 있다”며 “신월시영도 10년 후에는 비슷한 가격대를 형성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신월시영 아파트 단지 안내도. 윤승현 기자
신월시영 아파트 단지 안내도. 윤승현 기자

반면 고령 소유주들 사이에선 추가분담금에 대한 우려도 컸다. 공사비 상승으로 향후 조합원 부담이 늘어날 수 있는 데다, 입주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리는 만큼 새 아파트를 기다리기보다 매도를 택하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인근 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새로 들어오는 매수자는 워낙 어려 입주할 때가 돼도 40대 초중반이지만, 여긴 아파트가 지어질 때부터 거주한 80~90대 원주민도 있다”며 “일부 고령 소유주는 10년 뒤 새 아파트에 들어오는 게 큰 의미가 없다고 생각해 차라리 집을 팔고 자녀가 사는 지역으로 옮기려 한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재건축 노후 아파트 매수는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몸테크는 초기 자금 부담을 줄이면서 장기적으로는 입주권을 받아 자본 이득을 보려 하는 투자 유형이지만, 소형 면적에서는 추가 분담금이 생각 이상으로 많이 나올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조합설립인가 이후 입주 시 조합원 지위 양도가 안 되는 만큼, 사업 진행 과정에서 강제로 장기 투자가 될 가능성도 있다”며 “계약 전 실입주까지의 변동성은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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