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협 ‘보유지분변동 공시제도 개선’ 보고서

韓, 헤지펀드·행동주의펀드 공시 부담 완화

파생상품 지분공시 대상 제외, 지분은닉 우려

美·日, 파생상품 공시 회피 막아 부작용 차단

“대량보유 기준 3%로 낮추고 보고의무 강화”

서울 여의도 증권가의 모습. 임세준 기자
서울 여의도 증권가의 모습. 임세준 기자

[헤럴드경제=김현일 기자] 헤지펀드와 행동주의펀드 등 기관투자자의 공시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제도 개선이 잇달아 추진되는 가운데 오히려 이들의 파생상품을 이용한 지분 은닉과 공시 사각지대를 막는 보완 입법이 시급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한국경제인협회(이하 한경협)는 14일 오성근 제주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에게 의뢰한 ‘보유지분변동 공시제도 개선방안’ 보고서를 통해 이 같이 밝혔다.

우리나라는 2020년 1월 자본시장법 시행령을 개정해 ‘일반투자목적’을 신설하고 기관투자자의 주주활동 보고기한을 5영업일에서 10일로 연장해 부담을 줄여줬다.

현행 자본시장법은 ‘총수익스왑(TRS)’ 같은 파생상품을 지분공시 대상으로 보지 않는다. 헤지펀드나 행동주의펀드는 여러 금융회사와 계약을 쪼개서 맺고 공시 없이 대량 지분을 쌓을 수 있다. 이렇게 은닉한 지분을 앞세워 돌연 대주주로 등장해 일반주주들의 알 권리를 침해할 수 있다.

미국과 일본은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 이러한 파생상품이 과도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다고 보고 법 개정을 통해 상장기업의 증권과 관련된 모든 파생상품 계약을 공시하도록 했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2023년 10월 상장회사 주식의 대량보유 보고 규칙을 개정해 특정 주식에 연계된 파생상품으로 지분을 간접 보유하는 경우에도 실질적 소유권을 인정하고 있다. 이를 통해 파생상품이 공시 회피 수단으로 활용되는 것을 차단했다.

아울러 명시적인 계약이나 합의가 없더라도 투자자들이 공동 목적으로 지분을 매집하는 경우 ‘공동보유자’로 간주해 지분을 합산하도록 했다.

일본도 2024년 5월 금융상품거래법을 개정해 주식 보유 사실을 숨길 수 있는 파생금융 상품까지 보고의무 대상에 포함했다. 영국과 독일은 지분 보유 보고 기준이 한국·미국·일본(5%)보다 낮은 3%다.

아울러 우리나라는 주식 공동보유자를 판단할 때 당사자들 간 ‘명시적 합의’가 있었는지를 기준으로 판단하지만 미국 SEC는 ‘묵시적 합의’가 있어도 주식 공동보유자임을 명확히 했다. 다수 투자자가 공동의 목적을 갖고 조율된 행동을 한 정황증거가 있다면 ‘주식 공동보유자’로 간주해 지분을 합산하도록 했다.

일본도 주식의 공동 취득·처분이나 의결권 공동 행사에 관한 ‘명시적 합의’뿐 아니라 ‘묵시적 합의’까지 공동보유로 간주하고 지분을 합산·보고하도록 했다. 독일도 ‘명시적인 합의’뿐 아니라 ‘그 밖의 방법’으로 협조하는 제3자의 의결권을 합산한다.

보고서를 작성한 오성근 교수는 주식시장 참여자 증가와 온라인 거래 확산으로 지분 분산이 심화된 만큼 지분 3% 보유자도 사실상 대량보유자라고 진단했다. 이에 따라 각종 파생상품의 실질 보유지분을 효과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제도 마련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특히 공동보유자 판단 시 일본이나 독일처럼 묵시적 합의와 실질관계까지 포괄할 수 있도록 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오 교수는 “지분공시는 주주활동의 걸림돌이 아니라 증시에서 일반주주와 기관투자자 간 정보 비대칭을 조기에 걸러내는 경보 장치로 재설계해야 한다”며 “특히 다양한 금융상품이 시장에 출시되고 있어 파생상품을 통한 지분 은닉과 공시 사각지대를 메우는 입법이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joz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