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강승연 기자]시중은행들이 성과연봉제를 도입하는 과정은 금융공기업과 같은 선례를 밟을 것으로 관측된다.
앞서 9개 금융 공공기관은 연초부터 금융산업사용자협의회 탈퇴 등 사측의 강력한 드라이브를 통해 5월 말 성과연봉제 도입을 완료했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시중은행들은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의 9ㆍ23 총파업 추진 과정을 예의주시하며 각사별로 성과연봉제 도입안을 준비 중이다. 대부분은 전국은행연합회가 제시한 가이드라인을 토대로 임금체계 변경 작업을 거의 마무리한 상태다. 호봉제를 폐지하고 같은 직급이라도 성과에 따라 연봉을 20∼30% 이상 차별화하는 게 특징이다. 앞서 은행연합회는 지난 7월 동일 직급 간 연봉 격차를 최대 40%까지 벌리는 내용의 민간은행 성과연봉제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이와 함께 시중은행들은 지난달 사용자협의회를 탈퇴해 개별 노조와 성과연봉제 도입을 논의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금융노조와 산별교섭을 통해서는 연말까지 성과연봉제 도입을 해결하기 어렵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그러나 금융노조는 34개 전체 지부로부터 개별교섭에 응하지 않겠다는 서약을 받는 등 강력 반발하고 있다. 노사 간 협상 테이블이 마련될 기미가 보이지 않자 대화를 통한 성과연봉제 도입은 사실상 물 건너간 분위기다.
이에 따라 결국 시중은행들도 금융공기업처럼 이사회 의결을 통한 성과연봉제 도입을 시도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에 무게가 쏠리고 있다. 앞서 자산관리공사, 수출입은행 등 9개 금융 공공기관들은 지난 5월 노조 동의 없이 이사회 의결을 통해 성과연봉제 도입을 결정했다. 주택금융공사의 경우 사후 노사 합의에 성공했다.
금융노조 관계자는 “아직 시중은행들 중 이사회 결의까지 검토하고 있는 곳은 없는 것으로 안다”면서 “9ㆍ23 총파업의 위력에 따라 대응 방향을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이사회 의결은 법적 분쟁 소지가 남아있다는 점에서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 현행 근로기준법은 근로자에게 불이익을 줄 수 있는 취업규칙 변경은 노조나 근로자 과반수의 동의를 받도록 규정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달 노조 동의 없이도 ‘사회 통념상 합리성’만 있으면 임금체계 개편이 가능하다는 해석을 내놓으며 시중은행이 금융공기업처럼 이사회 의결을 통해 성과연봉제를 도입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줬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정부가 이사회 의결을 통한 성과연봉제 도입이 가능하다고 힘을 실어주긴 했지만 향후 법적으로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점이 부담으로 작용한다”면서 “먼저 선봉에 나서기 보다는 9ㆍ23 이후 다른 은행들의 움직임을 지켜본 뒤 결정하자는 신중론이 우세한 분위기”라고 전했다.
이와 관련 금융노조는 이사회 의결로 성과연봉제를 도입한 금융 공공기관들에 대해 내달께 효력정지 가처분 소송을 제기할 방침이다. 이사회 의결에 나서는 시중은행이 나오면 마찬가지로 법적 대응에 나설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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