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협, 첨단전략산업 정책과제 41건 건의

친환경 대수력·원전, 기업 직접구매 열어줘야

하수 재이용 시설 조성, 정부 국비로 지원 필요

국가전략기술 세액공제 이월 10년→20년 연장

법 개정 없이 할 수 있는 20건 우선 추진 필요

경기도 용인시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일반산업단지 공사현장. [헤럴드DB]
경기도 용인시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일반산업단지 공사현장. [헤럴드DB]

[헤럴드경제=김현일 기자] SK하이닉스의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공사 현장 주변 도로 확장이 늦어져 공장 가동이 지연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정부가 국토교통부 고시 일정을 앞당겨 빠른 클러스터 구축을 지원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반도체 클러스터의 안정적 용수 확보를 위해 반도체특별법 시행령의 국비 지원 대상에 ‘하수 처리수 재이용 시설’을 포함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한국경제인협회(이하 한경협)는 반도체·디스플레이·배터리·바이오·로봇 등 국가첨단전략산업 분야 기업들의 의견을 수렴한 ‘국가첨단전략산업 정책건의 과제 41건’을 규제합리화위원회 등에 건의했다고 21일 밝혔다.

건의 과제 41건 중 21건이 반도체에 집중돼 가장 많았다. 도로·용수·전력 등 필수 기반시설 확충이 늦어져 공장 가동이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우려가 높았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는 내년 2월 첫 번째 팹(Y1) 클린룸 가동을 앞두고 있다. 생산자재를 실어나르는 차량은 물론 두 번째 팹(Y2)의 공사 차량까지 더해지면서 교통량 급증이 예상되는 상황이다.

그러나 주 진입도로인 국가지원지방도(국지도) 57호선(원삼~마평) 확장 공사는 국토부 고시가 10월 이후로 예정됐다. 클린룸 가동 전까지 공사를 마치기 어려울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한경협은 “지난 8월 예비타당성조사를 이미 통과한 만큼 ‘제6차 국도·국지도 건설계획’에 이 계획을 반영하고 고시 일정을 앞당겨 달라”고 요청했다.

공업용수의 적기 공급을 위한 지원 확대도 주문했다. 특히 반도체특별법 시행령의 국비 지원 대상에 ‘하수 재이용 시설’을 명시해 정부가 재정 지원을 해야 한다고 건의했다.

총 사업비 622억원 규모의 청주 하수처리수 재이용 시설의 경우 국비와 지방비를 합친 공공부담은 50%에 그쳐 나머지 절반은 민간이 부담했다.

설비용량 20MW(메가와트)를 초과하는 대수력 발전과 원자력 발전으로 생산한 친환경 전력을 기업이 직접 구매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줘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현재 대수력은 국가 전력망 안정을 위해 발전량을 수시로 조절해야 한다는 이유로 기업과의 직접거래가 원천 차단됐다. 전기사업법은 기업이 발전사업자와 직접 계약해 전력을 구입할 수 있는 대상을 재생에너지로만 한정하고 있다.

한경협은 구글·마이크로소프트 등 글로벌 빅테크 기업의 요구에 맞춰 원전 등 무탄소전력을 기업이 직접 구매할 수 있도록 전기사업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또한, 국가전략기술 분야 수출 제조기업에 한해 대수력 발전 직접 거래를 우선 허용해줄 것을 요청했다.

대규모 시설 투자가 선행되는 배터리와 디스플레이 업계는 초기 적자 상황에서도 세제 혜택을 볼 수 있게 해달라고 호소했다.

현행 국가전략기술 투자세액공제는 납부할 법인세에서 공제액을 차감하는 방식이다. 적자 등으로 납부할 세액이 없는 기업은 미공제 세액을 10년간 이월할 수 있지만 기간 내 법인세를 낼 만큼 흑자를 내지 못하면 공제 혜택을 놓치게 된다.

한경협은 미국 등 해외 사례처럼 공제받지 못한 세액을 현금으로 조기 환급받는 직접환급 제도를 허용해달라고 촉구했다.

세액공제 활용 기한을 10년에서 20년으로 늘려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디스플레이 업계처럼 차세대 제품에 투자 후 수익이 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로봇 등 미래 신산업 분야에서는 개인정보 규제 완화와 정부 인프라 개방 건의가 나왔다. 휴머노이드 로봇이 환경을 인식하고 학습하는 데 필수인 원본 영상·음성 데이터를 안전한 실증구역 내에서 승인 후 활용할 수 있도록 규제 문턱을 낮추자는 취지다.

아울러 대규모 AI 연산이 필요한 기업들을 위해 정부가 보유한 컴퓨팅 자원의 이용 대상을 대기업으로 확대할 것을 촉구했다. 현재 정부의 그래픽처리장치(GPU) 이용은 중소·창업기업에 한정하고 있다.

한경협은 이밖에 자율주행차·전기차 등 미래차와 공기열 히트펌프를 국내생산세액공제 항목에 추가하고, 국산 AI 기반 모델을 탑재한 가전의 보급·공공수요 지원도 건의했다.

이번 건의과제 중 법률 제·개정 없이 검토·착수할 수 있는 것은 시행령·시행규칙 등 7건, 고시·지침 7건, 행정계획 반영·사업운영 개선 5건, 조례 1건 등 20건이다.

국회에는 입법이 필요한 21건을 소관 상임위원회별로 신속히 추진해 줄 것을 건의했다. 이 가운데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이 9건으로 가장 많다.

권혁민 한경협 성장전략실장은 “국가첨단전략산업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기업의 투자 판단과 실행을 가로막는 제도적 걸림돌을 신속 해소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정부와 국회가 현장에서 바로 체감할 수 있는 과제부터 속도감 있게 개선해 기업 투자가 지속적으로 이어질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joz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