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수본 지난 10일 ‘개정 형소법 수사실무지침’ 배포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이상섭 기자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이상섭 기자

[헤럴드경제=김아린 기자] 경찰이 ‘제 식구 감싸기’를 막겠다며 경찰관 가족사건 상피제를 도입했지만 전직 경찰관은 퇴직과 동시에 적용 대상에서 제외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일 헤럴드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는 지난 10일 이 같은 내용이 담긴 ‘개정 형사소송법 수사실무지침’을 배포했다. 국수본은 지침에서 “퇴직 경찰관은 현재 경찰관 직위에 있지 않으므로 상피제에 따른 회피 신청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규정했다.

가족사건이 접수된 경찰관서에서 3년 이내에 근무한 이력이 있는 현직 경찰관은 상피제에 따라 사건이 다른 관서로 이송된다. 반면 전직 경찰관은 퇴직 직후부터 이런 제한을 받지 않게 돼 경찰 내부 인맥을 통한 수사 개입이나 전관예우를 차단하기에 제도적 허점이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 국수본 지침에 따르면 경찰청 본청과 시도경찰청은 청 전체가 아닌 ‘총경급 과·대’를 기준으로 상피제 적용 여부를 판단한다. 지침은 사건을 이관하는 기준에 대해 “경찰서는 관서를 기준으로 하되 본청과 시도청은 근무 인원과 조직 규모 등을 고려해 총경급 과·대를 기준으로 한다”고 명시했다. 같은 시도청 소속이라는 사실만으로는 상피제가 적용되지 않는 셈이다.

이에 따라 시도청이 맡은 사건의 관계인과 가족인 경찰관이 같은 시도청에 근무하더라도, 사건 담당 과·대와 소속이 다르고 최근 3년간 해당 부서에서 근무한 이력이 없다면 회피 신청이나 사건 이송 대상이 되지 않는다.

본청이나 시도경찰청이 직접 수사하던 사건이 상피제 적용을 이유로 일선 경찰서로 내려갈 가능성도 있다. 지침은 “본청과 시도청은 총경급 과·대를 기준으로 이관하되 사안의 성격에 따라 경찰서로 이송할 수도 있다”고 규정했다.

퇴직 경찰관이 상피제 적용 대상에서 제외된 것과 관련해 경찰청 관계자는 “장윤기 사건은 현직 경찰관과 관련해 문제가 불거진 사안으로 상피제를 퇴직 경찰관까지 확대하는 방안은 처음부터 논의하거나 검토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다만 퇴직 경찰관도 사건 문의 금지 대상에는 해당한다”며 “상피제 적용 범위를 확대할지는 시행 추이를 지켜본 뒤 결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달부터 시행된 상피제는 사건을 수사하거나 입건 전 조사하는 경찰관서 소속 경찰관의 배우자와 직계 존비속, 형제자매가 사건 관계인인 경우 적용된다. 사건 관계인에는 피의자·피혐의자·피고소인·피진정인뿐 아니라 피해자·고소인·고발인·진정인·탄원인 등도 해당된다. 범죄 혐의와 관련됐다고 볼 근거가 없는 단순 참고인은 사건 관계인으로 보지 않는다.

상피제는 광주 여고생 살해범 장윤기 사건을 경찰이 조직적으로 은폐하려 했다는 의혹이 불거진 것을 계기로 도입됐다. 지난 6월 검찰의 보완수사 과정에서 경찰 간부인 장윤기의 아버지가 경찰 수사팀과 결탁해 증거를 인멸하고 혐의를 축소하려 한 정황이 드러나 공분이 커지자, 경찰은 상피제를 포함한 자체 쇄신 방안을 잇따라 내놨다. 사건을 담당했던 수사팀장 등 경찰관들은 현재 증거인멸 등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arin@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