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도 40분 넘으면 ‘출근 면제’ 요구
직원 94% “노조 협의 끝날 때까지 미뤄라”
바클레이즈 주2일→주3일 출근 확대에 반발
[헤럴드경제=서지연 기자] “출근을 하루 더 하라고? 그렇다면 늘어나는 비용부터 보전해달라.”
영국 대형은행 바클레이즈가 재택근무를 줄이고 사무실 출근을 늘리려 하자 직원 수천명이 집단 반발하고 나섰다. 편도 출퇴근 시간이 40분을 넘는 직원은 새 규정에서 빼주고, 출근이 늘어나는 직원들에게는 별도의 ‘사무실 근무 수당’까지 지급하라는 요구다.
지난 17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바클레이즈는 일부 직원들에게 다음달부터 최소 주 3일 사무실에 출근하도록 통보했다. 현재 상당수 정규직 직원이 주 2일 출근하고 있어 일주일에 하루씩 출근이 늘어나는 셈이다.
고위 임원들에게는 더 엄격한 기준이 적용된다. 이들은 최소 주 4일 사무실에 나와야 한다.
직원들은 즉각 반발했다. 바클레이즈 영국 직원 4만5000명 가운데 약 80%를 대표하는 노동조합 유나이트는 출근 확대 계획을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직원들에게는 은행을 압박하기 위한 공개서한에 서명할 것을 독려했다.
반응은 뜨거웠다. 릭 코일 유나이트 전국 책임자는 “수천명의 직원이 서한에 서명했고 그 숫자는 계속 늘고 있다”며 “앞으로 며칠 동안 바클레이즈에 직원들의 강한 불만을 전달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직원들이 요구하는 것은 단순히 ‘재택근무를 계속하게 해달라’는 데 그치지 않는다.
노조는 편도 통근시간이 40분을 넘거나 통근거리가 35마일(약 56㎞)을 초과하는 직원에게는 출근 확대 규정을 적용하지 말라고 요구했다. 자녀나 가족을 돌봐야 하는 직원에게도 더 많은 유연성을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출근에 돈이 더 들어가는 만큼 회사가 비용도 부담해야 한다는 요구도 나왔다. 유나이트는 바클레이즈가 내년 3월 이전 모든 직원에게 일회성 ‘사무실 근무 수당’을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출퇴근 비용을 아끼기 위해 혼잡시간대를 피해 이동하려는 직원에게 근무시간을 조정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요구도 제시했다.
직원들의 불만은 상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노조가 최근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는 응답자의 94%가 노조와 회사의 협의가 끝날 때까지 출근 확대를 미뤄야 한다고 답했다.
코일은 “우리 회원들은 바클레이즈가 존재하지도 않는 문제를 해결하려 한다고 생각한다”고 꼬집었다. 노조는 회사가 출근일수를 늘려야 하는 “근거에 기반한 타당한 이유”도 충분히 제시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반면 바클레이즈는 직접 만나 일하는 데 따른 효과를 강조하고 있다.
바클레이즈는 “직원들에게 유연한 근무환경을 제공하는 것과 물리적인 사무실에서 함께 일하는 것의 중요성 사이에서 균형을 맞춰야 한다”고 밝혔다.
특히 고위 임원들의 출근을 주 4일로 늘리는 데 대해서는 “협업과 의사결정, 리더십의 가시성을 높이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업무 특성에 따라 필요한 최소 출근일수도 달라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바클레이즈만의 갈등은 아니다. 코로나19 팬데믹을 계기로 자리 잡은 재택근무를 다시 줄이려는 글로벌 금융회사들이 늘면서 직원들과의 마찰도 이어지고 있다.
이번 바클레이즈 사태는 사무실 복귀 논쟁이 이제 ‘출근하느냐, 재택하느냐’를 넘어 비용 문제로까지 번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직원 입장에서는 회사가 출근을 늘리면 교통비뿐 아니라 통근시간과 육아 부담도 함께 늘어나는 만큼 이를 누가 부담해야 하느냐는 것이다.
회사는 협업을 위해 얼굴을 맞대야 한다고 주장하고, 직원들은 출근을 더 시키려면 그에 따른 비용부터 보전하라고 맞서면서 팬데믹 이후 자리 잡은 근무방식을 둘러싼 줄다리기가 계속되고 있다.
sjy@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