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개발원·손보협회, 최근 5년 추석 대인사고 분석
부부·가족한정은 줄고 본인한정만 3.1%P 늘어
단기 운전자 확대 특약·원데이 보험, 교대운전 대비
연휴 전날 사고 45.3% 급증…23일 퇴근길 ‘주의보’
[헤럴드경제=정호원 기자] 추석 귀성길에 아내나 남편, 자녀가 대신 운전하다 사고를 내면 보험 처리를 받을 수 있을까. 자동차보험의 운전자 범위를 ‘본인한정’으로 설정했다면 보상받기 어렵다. 장거리 운전에 대비해 가족과 운전대를 나눠 잡으려면 출발 전에 운전자 범위를 확대하는 특약에 가입해야 한다.
실제 추석 당일에는 교대 운전자 없이 혼자 운전할 수밖에 없는 ‘본인한정’ 가입 차량의 사고 비중이 평소보다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족 단위 이동이 늘면서 사고 한 건당 피해자도 평소보다 60% 이상 많았다.
20일 보험개발원과 손해보험협회가 최근 5년간(2021~2025년) 추석 연휴 기간 자동차보험 대인사고를 분석해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추석 당일 본인한정 특약 가입 차량의 사고 비중은 34.8%로 평상시(31.7%)보다 3.1%포인트 높았다.
반면 부부한정 특약 가입 차량의 사고 비중은 평상시 35.8%에서 추석 당일 34.9%로, 가족한정 특약 차량은 16.2%에서 14.3%로 각각 낮아졌다. 운전자 한정 특약 가운데 본인만 운전할 수 있는 차량의 사고 비중만 커진 것이다.
보험업계는 장거리 귀성·귀경길에 교대 운전이 가능하도록 출발 전에 자동차보험의 운전자 범위를 확인할 것을 권고했다.
활용할 수 있는 상품으로는 다른 사람이 내 차를 운전하다 사고를 내도 기존 자동차보험과 동일하게 보상하는 ‘단기 운전자 확대 특약’이 있다. 내가 다른 사람의 차를 운전하다 낸 사고를 보상하는 ‘다른 자동차 운전 중 특약’, 렌터카 운전 중 발생한 사고를 보장하는 ‘렌터카 손해 특약’, 하루 단위로 가입할 수 있는 ‘원데이 자동차보험’도 있다. 상품마다 보장 범위와 효력 발생 시점이 다른 만큼 출발 전에 보험사에 확인해야 한다.
연휴 기간 중 사고가 가장 많은 날은 추석 당일이 아니라 연휴 시작 전날이었다. 퇴근 차량과 귀성 차량이 한꺼번에 몰리면서 연휴 전날 사고 건수는 4842건으로 평상시(3332건)보다 45.3% 많았다. 시간대별로는 오후 4~6시에 피해자 발생 비중이 20.2%로 가장 높았다. 올해로 치면 23일 수요일 퇴근길이 가장 위험한 셈이다.
막상 연휴에 들어서면 사고 건수 자체는 줄지만, 한 번 사고가 나면 다치는 사람이 많았다. 추석 당일 하루 평균 사고 건수는 2733건으로 평상시보다 18.0% 적었으나, 피해자 수는 6197명으로 28.5% 많았다.
사고 1건당 피해자 수는 2.3명으로 평상시(1.4명)보다 64.3% 많았다. 온 가족이 한 차에 타고 움직이는 명절 특성이 반영된 결과다. 추석 당일에는 낮 12시~오후 2시에 피해자 발생 비중이 22.7%로 가장 높았다. 아이들 피해도 커진다. 추석 당일 18세 미만 피해자 비중은 14.2%로 평상시의 2.2배에 달했다.
사고 유형별로는 뒤에서 앞차를 들이받는 추돌사고가 두드러졌다. 추석 당일 추돌사고 비중은 49.1%로 평상시 38.7%보다 10.4%포인트 높았다. 장시간 정체에 따른 졸음운전과 안전거리 미확보 등이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추석 당일에는 중앙선 침범 사고 비중이 평상시의 1.5배로 늘었다. 추석 다음 날에는 음주 사고 비중이 평소의 1.6배에 달했다.
음주운전 사고를 내면 보험에 가입했더라도 운전자가 부담해야 하는 사고부담금이 대인 피해 최대 2억5000만원, 대물 피해 최대 7000만원에 달할 수 있다. 대인·대물 피해가 모두 발생하면 부담액이 최대 3억2000만원까지 늘어날 수 있는 셈이다.
장거리 운전을 앞두고는 배터리 방전이나 타이어 펑크 등에 대비한 긴급출동 서비스는 가입 시점을 챙겨야 한다. 특약 가입 고객에게만 제공되는 데다 가입일 24시(자정)부터 보장이 시작돼, 출발 전날까지 가입해야 보상받을 수 있다. 전기차 전용 긴급출동 특약도 마찬가지다. 연휴 기간 고속도로 충전소가 붐빌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전기차 운전자는 경유지 충전소 위치와 혼잡도를 미리 확인하는 것이 좋다.
출발 전 무상점검도 활용할 만하다. 흥국화재(이달 30일까지)와 AXA손해보험(다음 달 31일까지)은 전국 스피드메이트 매장에서 22개 주요 부품을, KB손해보험은 21~23일 매직카 서비스점에서 14개 항목을 무상 점검해 준다. 세부 내용은 가입한 보험사에서 확인하면 된다.
사고나 고장으로 차가 멈췄다면 2차 사고부터 막아야 한다. 비상등을 켜고 갓길로 이동한 뒤 삼각대를 설치하고, 탑승자는 차 안이나 차 옆에 머물지 말고 가드레일 바깥 등 안전한 곳으로 대피해 긴급출동을 기다려야 한다. 명절 정체 구간에서는 다중 추돌로 과실비율 분쟁이 잦은 만큼, 사고 직후 블랙박스 영상을 따로 저장해 두면 보상 처리가 수월하다.
유재훈 보험개발원장은 “추석 연휴에는 교통량이 급증하고 가족 단위 이동이 많은 만큼 작은 부주의도 여러 사람의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며 안전 운전에 각별히 유의해 줄 것을 당부했다.
이병래 손해보험협회장은 “출발 전 자동차보험 보장내용을 확인하고, 필요시 운전자 범위 확대특약 등을 활용해 안전한 명절 보내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won@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