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내년 초 미프진 공식 도입 발표
“암시장은 찾는 여성 여전히 있을 것”
사회적 낙인, 번거로운 절차 등 장애
[헤럴드경제=이영기·전새날·정주원 기자] “불법 맞아요. (하지만, 구매자들은) 원치 않은 임신으로 어쩔 수 없어 찾아오는 분들입니다.” (미프진 불법 판매자)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 이후 7년의 제도적 공백을 지나 임신중지 약물 미프진(Mifegyne)의 국내 도입이 확정됐다. 정부는 필요한 절차를 거쳐 이르면 내년 1분기부터 공식 도입한다고 발표했다. 다만 도입 초기 2년은 병원 등 의료기관에서 의사가 직접 진찰하고 조제하는 방식이다.
임신중지 약물이 양성화되면 이미 형성돼 있는 암시장은 사라질까. 전문가들은 쉽지 않다는 의견을 냈다. 임신중지를 바라보는 사회적 색안경 등을 피하고자 음성적으로 약을 구해 복용하려는 수요까지 꺼지기는 어렵다는 분석이다.
활발한 미프진 암거래…“불법 맞아요, 어쩔 수 없는 분들한테 팔아요”
지난 17일 온라인에서는 미프진을 판매한다는 홍보글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다. 포털 사이트에서 간단한 검색만으로도 찾을 수 있는 한 미프진 판매 사이트에는 지난 14일에도 사용 후기가 게시됐다.
사용 후기 중에는 “아직 애를 낳기에는 너무 어리고 무서웠어요”, “다섯번째 복용입니다. 저한테는 미프진 확실하고 깔끔합니다. 몸에 무리도 없습니다” 등 다양한 내용까지 적혀있다. 후기의 진위는 알 수 없으나 음성적으로 거래되는 시장은 체계를 갖추고 운영되는 실정이다.
기자는 폐쇄형 메신저인 텔레그램을 통해 한 판매자와 대화를 시도했다. 그는 “임신 확인은 임테기(임신테스트기), 초음파 중 어떤 방법으로 했냐”고 물었고 이후 세트별 가격을 안내했다. 해외에서 배송되기에 5일가량 걸린다고도 했다.
공식 제품이 맞냐고 묻자 판매자는 “불법 맞다. 미프진은 국내에 도입되지 않았다”며 “(자신은) 한 사이트로 7년 넘게 운영 중이다. 판매 제품은 유럽 제품인데, 불법인 만큼 상세하게 말해주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기자가 “미프진 국내에 도입된다는데 판매를 그대로 할 것이냐”라고 묻자 답장은 더 이어지지 않았다.
미프진을 양도한다는 내용의 게시글도 쉽게 찾을 수 있었다. 이러한 모든 행위는 약사법 위반으로 처벌되는 행위다.
또 음성시장 거래가 위험한 이유는 구매한 약의 정품 여부를 확인할 수 없다는 점이다. 자칫 임신 중지와 무관한 가짜약일 수도 있다.
김동식 한국여성정책연구원 박사는 “약을 사서 복용을 했는데 전혀 효과가 없었고 2~3일 지나 병원 가서 초음파를 찍어보니 여전히 태아가 있었던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이 여성은 결국 임신 중절 수술을 받았다고 한다.
가짜약을 팔다가 검거된 사례도 있다. 지난 2020년 대전경찰청은 중국산 가짜 의약품을 미국산 미프진으로 속여 불법으로 유통한 일당을 약사법 위반으로 검거했다. 이들은 중국 밀수업자를 통해 한 세트를 8만원에 구매해 38만원에 되팔았다. 이 같은 수법으로 300여명을 대상으로 1억3000만원의 범죄수익을 올렸다.
미프진 암시장…“여전히 찾는 사람 있을 것”
합법적으로 처방받아 복용할 수 있게 되더라도 음성적 거래는 여전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본다.
김정혜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암거래는 여전히 있을 것으로 본다”며 “병원에서 지금도 ‘남자친구, 남편, 부모님 데려와라’ 이렇게 말하고 있는데 도입 이후에도 바뀌지 않는다면 문제는 여전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약물을 사용할 수 있는 임신 주수 제한도 지적했다. 김 위원은 “9주는 너무 짧다”며 “실제로 지역에 따른 임신 중단 주수에 관한 연구를 보면 농어촌 지역은 10주 가까이 된다. 이게 평균값이기 때문에 9주를 넘는 사람도 꽤 많을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정부가 복용 가능시점을 ‘9주 이내’로 제시했기에 이 시기를 넘어가는 경우에도 블랙마켓을 찾을 수밖에 없단 취지다.
사회적 낙인도 문제다. 강경연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 사무국장은 “사실 일반 여성들도 산부인과 병원 가는 걸 조금 꺼리는 경향이 여전히 있다”며 “‘원내 조제, 원내 투약’을 하게 된다면 입원 형식이 될 수밖에 없을 텐데 과정의 불편함이나 낙인 효과 때문에 병원에서 하지 않을 경우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연구위원은 “사회적으로 임신 중지에 대한 낙인이 여전히 얼마나 남아 있는지도 추후 상당한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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