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이란 전쟁 이후 산업 재편 본격화

방산·건설·에너지 3대 수혜 분야 주목

美 무기 재고 부족에 공급자 신뢰도 약화

韓 방산업체, 중동 넘어 유럽 공략 기회

대우건설·삼성E&A LNG 분야서 수혜 기대

지난 5월13일 공군8146부대에서 작전요원들이 중거리 지대공 유도무기 천궁-II 발사대를 직립 시키고 있다. [연합]
지난 5월13일 공군8146부대에서 작전요원들이 중거리 지대공 유도무기 천궁-II 발사대를 직립 시키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김지윤 기자] 미·이란 전쟁이 7개월째 이어지며 미국의 방산·에너지 공백이 커진 가운데, 한국 기업들의 반사수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지난 2월28일 미국·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시작된 이란전쟁은 당초 예상과 달리 예멘 후티반군과 이라크 시아파 민병대까지 참전하며 장기화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미국은 인플레이션 부담과 미사일 재고 고갈, 우방국에 대한 무기 공급자로서의 신뢰도 약화 등을 겪고 있다.

iM증권은 최근 ‘이란전쟁 이후의 산업 재편’ 보고서를 통해 방위산업, 건설(LNG·원전), 에너지(정유) 3개 분야에서 한국 업체들의 반사수혜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는 지난 7월27일 기준, 미국의 7대 핵심 탄약 중 미사일방어 및 지대지계열(패트리어트, 사드, PrSM)이 초기 재고 대비 약 절반, 장거리 지상공격 계열(JASSM, SM-2/3/6, 토마호크)이 3분의 1 소모된 것으로 집계했다.

복원 속도 역시 더디다. 미 방위산업 업체 록히드마틴이 미 국방부와 생산량 확대 계약을 맺었지만, 전쟁 전 재고 수준 회복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패트리어트는 2029년 중반, 사드는 2029년 중·후반, 토마호크는 2030년 말 이후에나 전쟁 이전 수준을 회복할 전망이다.

미국이 극심한 미사일 재고 부족과 생산 병목에 시달리면서, 스위스·에스토니아·영국 등 미국산 무기 도입국들 역시 줄줄이 인도 차질을 겪고 있다.

변용진 iM증권 연구원은 “결국 미국은 이란전쟁을 거치며 미사일 재고뿐 아니라 글로벌 방산 수요에 대응할 공급 여력과 우방국에 대한 무기 공급자로서의 신뢰도까지 약화된 것으로 판단한다”며 “미국이 채우지 못하는 공급 공백은 한국 방산업체가 중동을 넘어 유럽 방공시장에 진입할 수 있는 기회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패트리어트를 대체할 유력 후보로 한국산 ‘천궁-II’를 지목했다. 높은 상호운용성, 가격 경쟁력, 높은 국산화율을 갖췄기 때문이다. 천궁-II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미국 표준 전술데이터링크인 ‘LINK 16’에 연동돼 있어, 기존 패트리어트 방공망의 레이더·통제소 정보를 그대로 받아 임무를 분담할 수 있다.

가격도 장점이다. 천궁-II 요격탄 단가는 발당 100만~130만달러 수준으로, 록히드마틴의 최신 요격탄 ‘PAC-3 MSE’(400만~500만달러) 대비 4분의 1 가격에 불과하다.

또 천궁-II는 95%가 국산 부품이고 유도미사일의 핵심인 탐색기까지 LIG디펜스앤에어로스페이스(D&A)가 자체 생산해 미국보다 안정적인 증산이 가능하다.

실제로 UAE(2022년, 4조1000억원)·사우디아라비아(2023년, 4조3000억원)·이라크(2024년, 3조7000억원)가 이미 천궁-II를 도입했다. 보고서는 이 흐름이 유럽으로 확산될 가능성도 짚었다. 독일 라인메탈이 지난 6월 LIG D&A와 파트너십을 맺고, 유럽·NATO 방공시장 공동 진출을 추진하고 있는 게 대표적이다.

건설 부문에서는 미국의 에너지 안보 강화와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발 전력수요 증가가 맞물려 한국 EPC(설계·조달·시공) 업체들에 기회라고 봤다.

삼성E&A의 경우 미국 텍사스, 인도네시아, 멕시코 등에서 액화천연가스(LNG) 기본설계 등의 업무를 수행했고, 대우건설은 나이지리아 LNG 트레인 7 EPC를 수행해 국내 건설사 중 유일하게 LNG 액화플랜트 경험을 보유하고 있다. 또 모잠비크·파푸아뉴기니 LNG 사업의 연내 EPC 계약을 기대하고 있다.

현대건설은 LNG 터미널·저장탱크 분야에서 쿠웨이트 알주르 LNG 터미널 등을 수행했고, 일본 JGC와 손잡고 파푸아뉴기니 LNG 사업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상태다.

가스복합화력발전(CCGT)의 경우 총사업비 200억~220억달러 규모로 거론되는 텍사스 엔시날(6.3GW) 같은 초대형 프로젝트가 현실화하면, 삼성물산·현대건설·대우건설·DL이앤씨·두산에너빌리티의 참여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원전 역시 수혜 폭이 클 것으로 기대된다. 미국은 지난 30년간 신규 원전 건설이 사실상 끊기면서 기자재 공급망과 숙련 인력이 크게 약화된 상태다. 미 에너지부(DOE) 조사에 따르면 미국 내 원전 프로젝트 경험을 가진 EPC사는 벡텔, 플루어 등으로 극히 제한적이다. 또 2030년까지 신규 원전 확대를 위해 약 1만명의 숙련 인력이 추가로 필요한 것으로 추산됐다.

이 공백을 메울 후보로 한국형 원전 ‘APR1400’과 ‘팀 코리아’가 거론된다. 한수원 주도로 한전기술(설계)·두산에너빌리티(주기기)·비에이치아이(보조기기)·한전KPS(정비)·현대건설·삼성물산·대우건설(EPC)이 밸류체인을 이룬다.

에너지 부문에서는 정유업이 수혜 업종으로 꼽힌다. 이란전쟁으로 러시아·중동 정제설비가 타격을 입고, 아시아 가동률까지 조정되면서 글로벌 정제설비의 약 10%가 공급차질을 겪고 있다.

다만, 이를 누리려면 원유를 안정적으로 조달해 정상 가동할 수 있어야 한다. 중국·일본 정유사들의 가동률이 70~75%대에 머무는 사이 한국 정유사들은 90% 안팎까지 가동률을 끌어올렸다.

전유진 iM증권 연구원은 “한국 정유사들은 대규모 원유 구매력과 사우디와의 전략적 제휴를 바탕으로 아시아 국가들 대비 원유 조달 경쟁력이 높다”며 “글로벌 공급 차질로 높아진 정제마진을 실제 이익으로 향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내수 최고가격제와 수출제한 정책으로 현 시황을 온전히 누리는데 제약이 있긴 하다”며 “그럼에도 전년과 비슷하게 생산하며 제품가격 상승 효과를 누리고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고무적”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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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iyun@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