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광우 기자] ‘여름에는 잘 안 보이더니, 갑자기 나타났다’
언제 그랬냐는 듯 역대급 폭염이 물러나고, 선선한 날씨가 시작된 9월. 하지만 완연한 가을과 함께 찾아온 ‘불청객’이 있다.
그 정체는 바로 ‘모기’. 지난 8월 많은 이들이 더위로 밤잠을 설쳤다면, 이제는 불만 끄면 귓가를 울려대는 ‘윙~’소리에 밤잠을 못 이룬다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실제 더위가 꺽인 것과 동시에, 국내 모기 출몰이 두 배 가까이 뛴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올해 모기의 습격이 이제부터 본격 시작된다는 것. 기후변화가 이어지며, 가을철이 최적의 모기 번식 환경으로 변모하고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겨울도 따뜻해지며, 활동 시기는 점차 장기화한다. 이에 생명을 위협하는 각종 감염병을 전파할 가능성도 커진다.
향후 기후변화 전망대로 겨울이 사라질 경우, 폭염 시기를 제외하고 연중 내내 모기 출몰로 인한 질병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15일 서울시에 따르면 이날 모기활동 지수는 44.3으로 불과 이틀 전인 13일(33.4)에 비해 10가량 상승했다. 이에 모기 발생 단계는 2단계 관심(상)으로 상승했다. 이 경우 창문과 문에 방충망을 사용하고, 늦은 시간 창문을 여는 등 환기를 자제할 것이 권고된다.
지난 9일과 10일에는 모기활동 지수가 50을 넘어 3단계 ‘주의’ 단계까지 상승한 바 있다. 모기예보가 ‘주의’ 단계에 이를 경우 출입문과 창문을 열어 환기하는 것을 자제하도록 권고한다.
한여름에는 좀처럼 모습을 보이지 않더니, 더위가 한풀 꺾이자 다시 기승을 부리는 모양새다. 질병관리청의 인공지능(AI) 기반 실시간 모기 감시 결과를 보면 최근 변화는 더 뚜렷하다.
지난달 17~23일인 34주차 평균 전체모기지수는 53개체였다. 하지만 바로 다음 주인 35주차에는 100.9개체까지 늘었다. 일주일 만에 47.9개체, 두 배 가까이 급증한 것. 지난달 30일부터 지난 5일인 36주차에도 모기지수는 104.7개체를 기록해 높은 수준을 이어갔다.
모기는 원래 더운 날씨에 잘 번식하는 대표적인 ‘여름벌레’로 여겨진다. 하지만 이제는 여름철보다 봄과 가을에 그 활동이 늘어나는 경향이 뚜렷해지고 있다. 여름철이 모기도 견디기 힘들 만큼 더워지는 동시에, 봄·가을은 더 따뜻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기상청에 따르면 올해 여름철 전국 평균기온은 25.4도로 평년보다 1.7도 높았다. 전국적인 기상관측망이 확충된 1973년 이후 세 번째로 높은 수준이다. 특히 최근 3년이 나란히 역대 1~3위를 기록하며, 연달아 역대급 더위가 펼쳐졌다.
모기는 따뜻한 환경에서 성장과 번식이 활발해진다. 하지만 더우면 더울수록 좋은 건 아니다. 모기 종류나 환경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대체로 20도 후반의 기온에서 활발하게 움직이는 반면 극단적인 고온 환경에서는 활동과 번식이 저하될 수 있다.
그렇다고 해서, 모기가 줄어드는 게 아니다. 모기의 활동 영역이 넓어지는 것. 기상청이 지난 6월 발표한 ‘2026년 봄철 기후특성’에 따르면 올해 봄철 전국 평균기온은 13.3도로 평년 11.9도보다 무려 1.4도 높았다. 1973년 전국적인 기상관측망이 확충된 이후 두 번째로 높은 수준이다.
최근 들어 이같은 현상은 더 뚜렷하다. 최근 10년 가운데 7개 해가 역대 봄철 평균기온 상위 10위 안에 포함됐다. 지난해 가을도 마찬가지였다. 기상청에 따르면 당시 전국 평균기온은 16.1도로 평년보다 2도 높았다. 역대 두 번째로 따뜻한 가을이었다.
모기가 활동할 수 있는 비교적 따뜻한 날씨가 봄에는 더 일찍 시작되고, 가을에도 더 늦은 시기까지 이어질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지고 있는 셈.
가장 큰 문제는 단순히 모기로 인해 잠 못 이루는 불편함이 아니다. 모기가 활동할 수 있는 기간이 길어질수록 각종 병원체를 인간에게 옮길 수 있는 시간도 함께 늘어날 수 있다. 세계보건기구(WHO) 또한 기온과 강수량 변화 등으로 감염병 매개체가 활동할 수 있는 계절과 지역이 확대되고 있다고 설명한다.
실제 질병관리청이 지난 9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국내 첫 일본뇌염 환자가 확인됐다. 60대 여성인 해당 환자는 지난달 15일 고열과 오한, 구토 등의 증상으로 의료기관을 찾았다. 지난해 첫 환자가 확인된 시점은 10월 14일. 올해는 약 5주 빨랐다.
단순 올해만 나타난 현상이 아니다. 최근 10년간 국내 평균기온이 약 1.4도 상승하는 동안 일본뇌염 주의보 발령 시점은 약 16일 빨라졌다. 감염병 매개체의 활동기간 역시 봄부터 늦가을까지 확대되는 추세다.
특히 지금부터가 위험한 시기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국내 일본뇌염 환자는 대부분 8~11월에 발생한다. 이 가운데 약 80%가 9~10월에 집중된다. 올해와 같이 모기 출몰 시기가 확대될 경우 뎅기열, 말라리아, 일본뇌염 바이러스 등 모기를 매개체로 하는 감염병 발생 가능성도 커진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 따르면 기온 1도가 상승할 경우 쓰쓰가무시증, 말라리아 등 주요 감염병의 평균 발생률은 4.27%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간 외에도 ‘럼피스킨병’ 등 가축 감염병도 문제로 떠오른다.
기후변화가 감염병 위험까지 키우고 있는 상황, 질병관리청은 오는 2029년까지 권역별 감염병 매개체 감시 거점을 기존 16곳에서 30곳 이상으로 확대하고, 인공지능(AI) 기반 모기 감시장비를 활용한 ‘스마트 감시체계’도 구축할 계획이다.
WHO 또한 기후변화로 감염병의 역학 자체가 달라지고 있다며 “각국이 위험을 감시·모니터링할 수단과 유행에 대응할 역량, 백신·치료제 등 대응수단을 갖추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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