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상땐 차입비용 더 뛰고 경기둔화 우려
동결땐 물가통제 불신·추가인상 악순환
9월 FOMC ‘0.25%P 인상’ 가능성 92%
미국 10년 만기 국채금리가 5%를 돌파하면서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금리 결정 셈법이 한층 복잡해졌다. 기준금리를 올리면 이미 높은 장기금리와 맞물려 가계와 기업의 차입비용을 더 끌어올릴 수 있고, 동결하면 인플레이션 대응 의지에 대한 시장의 의구심을 키워 장기금리를 오히려 더 밀어올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4일(현지시간) 로이터에 따르면 미 10년물 국채금리는 이날 장중 5.01%까지 올라 2023년 10월 이후 처음으로 5%선을 넘어섰다. 10년물 금리 5%는 주택담보대출과 자동차대출, 기업대출 등 미국 경제 전반의 차입비용을 끌어올릴 수 있는 심리적 저항선으로 받아들여진다.
최근 미 국채금리 급등에는 고유가에 따른 물가 재상승 우려가 크게 작용했다. 중동 지역의 원유 공급 차질 우려로 브렌트유가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선 가운데 미국 물가 지표도 강한 흐름을 보이면서 시장에서는 Fed가 다시 긴축에 나설 수 있다는 전망이 빠르게 확산했다.
미국의 재정적자 확대와 국채 공급 증가도 금리를 밀어올리고 있다. 여기에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투자 등을 위한 기업들의 대규모 회사채 발행까지 겹치면서 채권시장 전체의 공급 부담이 커졌다. 로이터는 최근 AI 관련 기업들의 자금조달 수요도 장기금리 상승 요인 가운데 하나로 지목했다.
시장은 15~16일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연준이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릴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로이터가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경제전문가 101명 가운데 86명은 Fed가 금리를 현행 연 3.50~3.75%에서 3.75~4.00%로 인상할 것으로 예상했다. 금리선물시장에서는 인상 가능성이 90% 안팎까지 반영됐다.
연준이 금리를 올릴 경우 문제는 이미 높아진 장기금리와 긴축 효과가 겹칠 수 있다는 점이다. 10년물 금리가 5%를 넘어선 상황에서 기준금리까지 오르면 모기지와 기업대출, 회사채 발행 금리 등이 추가로 상승할 가능성이 크다.
특히 주택시장과 기업투자 등 금리에 민감한 부문에 부담이 집중될 수 있다. 로이터는 추가 금리 인상이 차입비용을 높여 경제활동을 둔화시킬 수 있다는 시장의 우려를 전했다.
반대로 연준이 금리를 동결해도 채권시장에는 부담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고유가와 물가 상승 압력이 다시 높아지는 상황에서 연준이 금리를 올리지 않을 경우 시장이 중앙은행의 인플레이션 억제 의지를 의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연준의 물가 통제 능력에 대한 신뢰가 약해지면 장기채 투자자들이 더 높은 수익률을 요구하면서 10년물과 30년물 금리가 추가로 오를 수 있다.
더블라인캐피털의 빌 캠벨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연준이 금리를 동결할 경우 장기 국채시장에 오히려 더 큰 압력이 가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물가 불확실성이 커질수록 장기채 투자자들이 요구하는 위험보상도 높아질 수 있다는 것이다.
웰링턴매니지먼트 등 일부 투자자들도 연준이 이번 회의에서 금리를 올리지 않을 경우 인플레이션 대응 의지에 대한 우려가 커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시장에서는 기준금리 인상 자체보다 연준이 물가를 잡겠다는 신뢰를 얼마나 유지할 수 있느냐가 장기금리 흐름에 더 중요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미국의 재정 상황도 Fed의 선택을 어렵게 하는 요인이다. 미국의 재정적자는 국내총생산(GDP)의 약 6.5% 수준으로 불어나 있으며 이를 메우기 위한 국채 발행도 계속되고 있다. 대규모 국채 공급이 이어지는 상황에서는 Fed가 금리를 동결하더라도 장기금리가 곧바로 내려가기 어렵다.
AI 투자 경쟁에 따른 회사채 발행 확대도 채권 공급 부담을 키우고 있다. 기업들이 데이터센터와 반도체 등에 필요한 투자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회사채 발행을 늘리면서 국채와 회사채가 투자자금을 놓고 경쟁하는 상황이 나타나고 있다.
이 때문에 최근 채권시장 불안은 과거처럼 연준의 기준금리 결정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고유가에 따른 인플레이션 우려와 미국 재정적자, 국채 공급 증가, AI 투자에 따른 회사채 발행이 동시에 장기금리를 밀어올리고 있기 때문이다.
연준이 금리를 올리면 금융여건이 더 긴축될 가능성이 높다. 반면 동결하면 시장이 Fed의 물가 대응 의지를 의심하면서 장기금리가 추가로 오를 수 있다. 이에 따라 시장의 관심은 이번 FOMC의 0.25%포인트 인상 여부뿐 아니라 Fed가 향후 추가 인상 가능성을 얼마나 열어둘지에 쏠리고 있다. 서지연 기자
sjy@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