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학생 피해 신고 → 양측 추가 신고

심의 일정 7월→8월→9월로 잇따라 연기

넷플릭스 ‘참교육’ 속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에서 가해학생과 피해학생이 억울함을 동시에 호소하는 장면. [넷플릭스 제공]
넷플릭스 ‘참교육’ 속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에서 가해학생과 피해학생이 억울함을 동시에 호소하는 장면. [넷플릭스 제공]

[헤럴드경제=김용재 기자] 서울의 한 초등학교에서 학교폭력 피해를 신고한 장애학생을 둘러싼 ‘맞신고’가 잇따르면서 당초 7월 열릴 예정이던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이하 심의위) 심의가 두 달 넘게 미뤄진 것으로 확인됐다. 피해·가해 신고가 연쇄적으로 이어지면서 하나의 사건을 둘러싼 심의 일정까지 거듭 변경된 것이다.

14일 헤럴드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 A초등학교 5학년 B군은 올해 3~4월 같은 반 학생 여러 명에게 욕설과 신체폭력 등 지속적인 괴롭힘을 당했다며 학교폭력을 신고했다. B군은 자폐스펙트럼장애가 있는 특수교육대상 학생이다.

당시 같은 반 학생들은 B군을 화장실까지 반복적으로 따라가 신체적으로 괴롭히거나 욕설·조롱을 한 것으로 파악됐다. B군이 화장실 칸으로 피신했는데도 다른 학생들이 칸 안을 들여다보거나 문을 발로 차는 등의 일도 있었다.

해당 사건은 학교장 자체해결로 처리됐으나 B군 측이 동의를 철회하면서 심의위로 넘어갔다. 이후 상대 학생 측에서도 B군의 신체 접촉 등을 문제 삼아 학교폭력을 신고했고 B군 측도 이 신고로 2차 피해를 입었다며 다시 신고했다. 하나의 갈등을 둘러싸고 피해·가해 신고가 연쇄적으로 이어지면서 B군은 사안에 따라 피해 관련 학생과 가해 관련 학생의 지위를 모두 갖게 됐다.

이 같은 ‘맞학폭’은 심의 일정에도 영향을 미쳤다. 강서양천교육지원청에 따르면 당초 7월 22일로 예정됐던 심의는 추가 신고가 접수되면서 8월 14일로 연기됐다. 이후 B군 측의 추가 자료 제출 요청 등이 이어지면서 심의는 미뤄졌다.

학교폭력 연출 이미지. [게티이미지뱅크]
학교폭력 연출 이미지. [게티이미지뱅크]

9월 10일로 예정됐던 심의위는 상대 학생 측의 추가 자료 제출과 일정 문제가 겹치면서 재차 연기됐다. 교육지원청 관계자는 상대측의 일정 조정이 반복되자 “맞신고를 활용해서 어떻게 보면 기일을 늦추려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며 “더 이상 심의를 늦추기 어렵다고 판단해 오는 30일 심의위를 열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교육지원청 관계자는 “한두 번 연기되는 건 꽤 있지만 이렇게 여러 번 연기되는 경우는 사실 많지 않다”며 “최초 신고했던 피해자 쪽에서는 억울한 면이 없지 않아 있었을 것 같다”고 언급했다.

최근 학교 현장에서는 한쪽의 학교폭력 신고 뒤 상대측이 다시 학교폭력을 신고하는 이른바 ‘맞학폭’이 사건 처리를 복잡하게 만드는 사례가 적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최초 사건과 맞신고 사건을 함께 조사·심의하는 과정에서 관련 학생이 피해자와 가해자 지위를 동시에 갖거나 추가 조사가 이어지면서 심의 일정 자체가 늦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한 학폭조사관 박모 씨는 “과거에는 한 사건에서 피해·가해 관계가 비교적 명확했다면 최근에는 피해 신고 직후 상대방도 학폭을 신고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며 “맞신고가 이어지면 조사해야 할 사안이 늘어나고 당사자 지위도 복잡해져 최초 피해 사건에 대한 판단까지 늦어지는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B군은 잇따른 학교폭력 신고와 조사 과정에서 불안이 커져 학교 관련 대화를 피하는 등 정서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교육지원청은 오는 30일 심의위에서 B군을 둘러싼 피해·가해 신고의 사실관계와 학교폭력 해당 여부 등을 판단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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